가을에 쓰는 편지

이리도 아침 바람 서늘하고 하늘 높은 계절에는
누군가에게 편지 한 장 쓰고 싶어집니다.

그 누군가는 당신입니다.

이 글은 미니와 미니맘이 볼 수도 있는 열린 글이기에
글꼴은 바탕체, 글색은 검정 이상 꾸밀 수는 없겠습니다.

세상과 맺는 많은 인연들 중에
그저 그런 흔한 인연 아닌 참 특별하게 맺힌 인연 하나,
당신과의 인연은
먼 훗날 되돌아볼 화양연화의 순간들로 저장하여 놓겠습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깊은 산속 옹달샘 떡갈나무 그늘 아래서
가만히 떠올려지는 이름과 얼굴일 수 있다면
그것도 참 므훗한 일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므훗해 하셔도 좋습니다.

난 지금 므훗해 하실 당신을 상상하면서
지난 날들을 떠올려 봅니다.

세상을 향해 참 할 말 많던 사람의 얘기를
그저 다소곳이 듣기만 하던 사람,
밥상머리에 앉아서도 끊이지 않는 수다를 들어주느라
입 속 씹히지 않은 밥알을 눌러 삼킬지언정
미소를 잠그지 않던 사람,
................................................

그랬네요, 지나고 보니 당신이야말로
노랫말 속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머리에 무스를 바르지 않아도 윤기가 흐르는 여자
내 고요한 눈빛을 보면서 시력을 맞추는 여자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자
멋 내지 않아도 멋이 나는 여자
그저 바라만 봐도 위로가 되는 여자
..............................................
..............................................”

잘 지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미니맘만큼이나
나의 개인사를 꿰뚫고 날 이해하고 믿어주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당신의 허락에 개의치 않고
기꺼이 당신을 친구라 하겠습니다.
그런들 우린 서로에게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간은 늘 아쉽고
아쉬움은 세월 속에 묻혀갑니다.
아직은 긴 세월 지나지 않아
그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한번쯤은 글로써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라고.
맞잡은 손으로 전해지던 그 짧은 느낌,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미니와 미니맘의
‘건전한 인터넷 사용 문화에 대한 청문회 개최 요구‘가 두려운지라
이 정도로 마음을 전하고 맺습니다.
다른 모든 일에 앞서 건강은 정말 잘 챙기시고요,
앞으로도 계속 씩씩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시기를 소망합니다.

2009년 초가을 아침에...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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