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을 두 번 죽이는 뻘짓은 관두라


먼저 열흘간의 포스팅 중지 약속을 어기게 된 점 사과드리면서 글을 시작합니다. 그간 박원순의 아들 박주신에 대한 병역부정을 100%에 가까운 확신으로 의혹을 제기해온 강용석이나 그의 지지자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았을 22일의 박주신 공개신검 후 일부 극렬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개신검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강용석을 두 번 죽이는 행위고 영민한 사람이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강용석이 행여라도 그런 분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거나 스스로도 그런 의혹에 현혹되지 말라는 얘길 전해주고 싶습니다. 스스로 정해 놓은 십일을 굳이 깨고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합리적 의혹과 망상적(음모론적) 의혹의 경계를 가늠하는 최선의 잣대는 ‘상식’입니다. 설령 상식을 벗어나 아주 드문 케이스의 예외가 존재한다손 치더라도(박주신의 특이체질?) 매사에 예외를 떠올린다면 망상적 의혹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되고 언제나 예외적인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브란스 병원과 박원순이 결탁한 모종의 음모설을 제기하거나 귓때기 모양이 다르다며 이번에 공개신검을 받은 사람이 박주신이 아닌 제3의 인물이라는 억지를 부리는 것은 참으로 졸렬한 망상입니다.


그간 강용석을 지지해온 지지자들은 진중권 말마따나 강용석을 검투사로 만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뜩이나 지난해 이후로 정치인으로서는 사망선고나 다를 바 없는 역경에 처한 사람에게 맨 손으로 사자의 심장을 후벼 파주기를 요구하는 것은 책임감 없는 대중들이 부리는 너무도 냉혹한 욕심입니다. 그런 욕심은 강용석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강용석을 도구로 자신의 한을 풀려는 극한의 이기심입니다. 진정한 지지자라면 강용석에게 무모한 패기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차분한 재기를 요구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이 매만 벌 뿐인 각종 음모설로 강용석을 두 번 죽이는 시도들은 즉각 중단하고 모두들 자숙하고 자중자애하는 게 좋습니다.


나는, 그 성정이 솔직하고 정의를 행하려는 의지를 높이 사서 이념과 정견을 떠나 남들과 달리 인간 강용석의 가치를 재평가해왔고, 지난해 성희롱 발언 이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졸지에 천덕꾸러기의 대명사로 또 한 번 세간에 각인되고 말았음에도 여전히 그의 진정성에 대해 신뢰를 갖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크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100퍼센트 확신 의혹의 대전제가 되었던 173에 63이란 숫자를 재차 삼차 확인하지 않은 강용석의 경망한 처신입니다. 지나친 흥분과 의욕이 빚은 참사입니다. 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읍소하면서도 두 달 이상이나 세간의 혹독한 의혹을 감내해 온 박원순의 심모가 괘씸하면서도 강용석이 더 크게 비난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과정이 어쨌든 승패는 가려졌습니다. 한 번 싸우고 말 일 아니라면 패자로서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합니다. 키워서 잡아먹힌 듯 기분 참 더럽더래도 박원순이 내보인 승자의 아량에 대해선 우선 감사할 일입니다. 나아가 박원순의 가족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도 좋은 처신입니다. 자신이 존경한다던 윈스턴 처칠처럼 십 년 이십 년 앞을 멀리 내다보며 호들갑 떨지 말고 진득히 인내하면서 초발심만 놓지 않으면 됩니다. 발등에 불 떨어졌다고 온 몸에 불붙지 않습니다.


내가 인간 강용석을 재평가하고자 했고 응원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강용석이 그간 보여준 쿨한 인간성 때문입니다.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위선과 가식을 떨지 않으며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가릴 줄 아는 승부사로서의 인간적 매력 때문이었으며 22일 공개신검 결과에 대해 한 치 미련도 없이 쿨하게 대국민 사과하고 약속한대로 의원직을 내던지는 모습은 내가 본 그대로였습니다. 기왕에 쪽 팔린 거 빤쑤까지 싸그리 벗어 보이세요. 우리네 국민성은 잘못을 저질렀어도 겸손하고 솔직한 사람에겐 한없이 관대하지만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만하고 뻗치는 사람에겐 사정없이 우악스럽다는 걸 명심하길 바랍니다.


이미 두어 달여 전부터 한 약속이건만 일각에선 국회의원직 사퇴는 실속 없는 꼼수라는 비난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사퇴가 불가능하여 발생한 그런 비난에 대해선 이번 달 다음 달 세비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는 것으로 아닥시키시길 바랍니다. 그게 또 강용석이잖아요.


흔히들 전장에서 장수가 이기고 지는 걸 병가지상사라 합니다. 한 번의 실패로 검을 벼리고 두 번의 실패로는 방패를 벼릴 수 있다면 세 번의 실패는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신뢰도야 무척 떨어졌겠지만 강용석이 제기한 의혹들 중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안들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도와 상관없이 법의 잣대로 판단되고 시비가 가려질 것이니 국민들 앞에서 오만방자하지 않고 솔직하고 겸손한 자세로 하던 일 계속 하세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 해야 할 사람이 강용석 밖에 없다면 세간의 비난 따위를 두려워할 인물이 아니란 걸 압니다.


쥔장 없는 블로그에 온갖 조롱과 비난, 음모설이 넘쳐나더군요. 최효종 고발 때 17000여개의 화살도 이겨내셨다면서요. 며칠만 더 쉬다 오면 기록 경신할 기세입디다. 내가 다른 글에서 진중권과 강용석의 결정적 차이는 진중권은 듣기 싫은 소리에 대해선 가차 없이 댓글차단 하는 데 비해 강용석은 그렇지 않더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쓴소리에 귀를 열면 자신의 단점이 보이고 단소리에 귀를 열면 자신의 장점만 보이는 법입니다. 이번에 패한 것은 의욕이 과잉된 자신을 돌아보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소리는 가슴에 담고 쓴소리는 머리에 담길 바랍니다. 단, 추가로 제기되는 각종 음모설은 머리와 가슴 어디에도 담지 말고 내치기를 바랍니다. 꼭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이번 주는 푹 쉬면서 물가에서 낚시대도 한 번 드리워 보고 깊은 산중에서 파전에 막걸리도 한 사발 쭉 들이키면서 모쪼록 심기일전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씩씩한 강용석으로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다시 일어서야 강용석이지 자빠진 강용석은 강용석이 아님을, 인간 강용석에 대한 세상의 오해를 불식시킬 때까지 계속전진 하는 겁니다. 그대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세 아들을 해병대로 보내겠다는 그 정신으로!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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