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추신수, 따뜻한 백지연, 따뜻한 바이러스




추신수 선수를 두고 사람 좋아 보인다고 말하는 백지연도 사람 좋아 보인다. 백지연, 참 오래된 네임드인데 그녀가 쓴 글은 첨 봤다. 알려진 유명세에 비하면 그녀에 대해 내가 가진 정보라곤 ‘아나운서 관뒀다더라, 결혼했다가 이혼했다더라’와 같은 가십거리 정도가 전부였다.

예전의 이미지와 선입견을 싹 지우고서 글로만 보았다면 ‘사람 좋아 보인다’는 호감 정도가 아니라 ‘사람 좋다’는 확신이 들고도 남겠다. 선입견이랬자 별 게 아니고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고 말하는 로봇’과 같은 그런 아나운서 일반에 대한 이미지 같은 거다. 뉴스 진행자들이 대중의 눈에 각인되는 일반적 이미지가 그렇다는 말이다. 백지연씨에겐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이목구비 뚜렷한 백지연씨는 한결 더 정교한 로봇처럼 보였었다.

어쩌면 너무 예뻐서 손해 보는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 생김이 수수한 아나운서들이 한결 사람 좋아 보이고 그들이 전하는 뉴스가 훨씬 생동감 있고 신뢰감이 드는 건 나 같은 보통 사람들에겐 충분히 먹히는 말이다. 너무 잘난 사람들은 때론 경외의 대상은 될 순 있어도 나눔의 대상으로 삼기엔 꺼려지는 법이다. 그녀가 개인사에서 꽤 많이 아팠을 순간에도 사람들이 인정을 나눔에 인색했던 것도 그런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랬다.

어제 그녀가 쓴 글 한 편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녀에 대해 무관심하던 심장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난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라고 외치듯. 푸훗. 그녀가 쓴 글을 언제 다시 또 접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추신수를 전하는 그녀의 이번 글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기존의 선입견을 충분히 다 털고도 남을 만큼 사람 좋아 보인다.

칭찬보다는 비난과 비판 일색의 글들로 블로그를 채색하다보니 그녀가 추 선수를 칭찬하는 글이 더욱 따뜻하게 공감되어 무단으로라도 퍼올리고 싶은 욕심이 동했다. 나중에 그녀가 불펌을 타박하면 그 핑계로 정모 한 번 갖는댄들 밑지는 장사는 아닐 꺼라. 까이꺼, 싸인펜과 싸인북까지 들고 가는 거지 머...

입이 단정한 아나운서 출신이어서인지 글도 단정하다. 단정한데다 따뜻한 맘씨까지 심어놓으니 글이 한편의 꽃밭과도 같다. 추 선수는 좋겠다. 그녀가 부린 화단에 진달래처럼 붉게 타오를 수 있었대서. 추 선수야 워낙에 백방으로 사랑 받는 선수이니 다시 일러 뭣하랴만 어쨌거나 그녀의 단정하고 따뜻한 글이 추 선수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말로든 글로든 또 다른 무엇으로든 자신의 재주를 풀어 남을 칭찬하고 돋보이게 하는 건 선행이다. 그런 선행은 베푼 사람도 사람 좋아 보이게 만든다. 앞으로도 그녀의 따뜻한 글들을 다시 접하는 행운이 있었으면 한다. 그런 기회가 두세 번만이라도 반복된다면 ‘사람 좋아 보이는’ 호감은 어느새 ‘사람 좋다’란 확신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녀가 추 선수에게 그리 기대하듯 나는 그녀에게서 그런 ‘진국 같은 매력을 발견하는 기쁨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블로그에 이처럼 따뜻함을 전하는 글들이 많아야 봄이 빨리 올 텐데 긴 겨울 동안 글들이 많이 추웠다. 겨울 먹는 봄이 어느덧 겨울 다 먹어간다...^^

아래가 백지연씨의 글 전문이다. 추 선수와 백지연씨의 따뜻한 맘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백지연의 매력 발전소] 사람 좋아 보이는 추신수…“인터뷰 중 우는 사람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2011.02.12 00:47 / 수정 2011.02.12 13:15



‘사람 좋아 보인다’는 것은 분명 끌림을 유발하는 매력이다. ‘사람 좋아 보인다’가 ‘사람 좋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일단 ‘사람 좋아 보인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반응하게 하는 강한 촉매제이고 우리는 그 인상이 종국에는 ‘사람 좋다’로 남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 우리 사회에 많이 남아 있어 주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좋아 보이더니만 ‘아니었나?’ 혹은 ‘아니었구나’라는 씁쓸한 낭패감은 굳이 맛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론 사람 좋아 보이는 것이 사회에서 필요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다. 조직은 능력에 먼저 반응하고 사람들도 사람에 따라서 능력에 먼저 반응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를 ‘사람 좋아 보이게’ 포장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공통 정서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것에 경계를 풀고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다. 물론 능력까지 있다면 겸손함까지 있는 것으로 보여 우리의 심장들은 저마다 반응하기 시작한다. “난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라고 외치듯. 

2009년 광복절 날 난 미네소타의 한 구장에 앉아 있었다. 나와 함께 출장 온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팀이 카메라 석 대를 각 방향에서 뻗쳐놓은 채 그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함이 고개를 들었다. 혹시 촬영팀이 지켜보고 있으면 부담이 돼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드디어 그가 들어섰다. 관중석에서 나오는 야유. “우~” 어웨이 경기에서 원정팀이 늘 겪어야 하는 원죄. 그곳에서 그를 응원하고 있는 건 나밖에 없는 듯했고 잘못 응원하다가는 한 대 맞기라도 할 듯한 분위기였지만 어울리지 않게 주먹을 불끈 쥔 내가 벌떡 일어섰다. ‘딱~’ 구장을 울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달리는 그. 이런!!! 멋진 그…. 첫 타석 홈런이다. 나는 마구 소리를 지르며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이제 인터뷰를 미안함 없이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해방감까지 겹쳐서. 

한 달의 침묵을 깨고 터져준 그의 홈런과 팀의 승리를 축하하며 미네소타의 구석진 곳까지 찾아간 한국 음식점에서 주인 아주머니의 환대를 받으며 갈비와 김치찌개를 반찬 삼아 밥 세 그릇을 가볍게 해치운 그는 인터뷰 자리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비가 내리던 그날 인터뷰는 자정 너머까지 계속됐다. 피곤한 그를 잡아두는 것이 영 미안했지만 사람 좋아 보이는 그는 내리는 빗소리도 정겹게 했다. 추-신-수. 

나는 추신수 선수의 팬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도 추 선수의 팬은 많을 것이다. 이유는 다를 수도, 같을 수도 있다. 빠른 발, 강타, 성실함, 화목한 가장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가 왠지 사람 좋아 보이는 듬직함이 있어서 좋았다. 

인터뷰 중반쯤 그는 물었다. “인터뷰하다 우는 사람 있어요?”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눈물을 삼킬 호흡을 벌려고 한 듯 묻는 것이다. 그의 눈시울이 반짝인 건 두 번이었는데 첫 번째는 고(故) 조성옥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고, 다른 한 번은 그의 아내에 대한 마음을 전할 때였다. 조 감독과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의 빛깔은 다른 것이겠으나 닮아 있는 것은 사랑에 빚진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물은 사랑의 빚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 같은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 되뇌고 되뇌는 듯했다. 고마움을 기억하는 것이, 은인을 잊지 않는 것이 뭐 대수냐 할지 모르지만 그 당연한 것이 다반사로 뒤집혀 경악하게 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지 않은가. 지켜야 할 마음을, 변색 없이 지킨다면 분명 소중한 것이다. 

늘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가는 선수로 소문난 그에게 물으니 그는 자신은 성실한 게 좋다는 즉답이 돌아온다. 늘 준비돼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흠, 성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최근 그의 연봉협상이 화제가 됐다. 그는 고액연봉이 동기부여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2년여 전 나와의 인터뷰에서도 돈 때문에 팀을 옮기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 물론 나는 그의 말들로 그를 묶거나 판단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올해 그의 연봉은 400만여 달러지만 그의 연봉이 4000만 달러가 된다 하더라도, 그가 메이저리그 타자 순위 1위가 된다 하더라도 그가 인터뷰 도중 꼽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 사랑에 빚진 사람들에 대한 마음, 기본에 성실한 것 등 그를 ‘사람 좋아 보이게’ 했던 것들이 변색 없이 그대로였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빠른 발과 강한 타격은 세월과 함께 변하겠지만 ‘사람 좋아 보이는’ 사람들의 인상이 결국 ‘사람 좋다’로 남는 진국 같은 매력을 발견하는 기쁨을 한 명 더 확인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백지연 방송인


http://news.joinsmsn.com/article/aid/2011/02/12/4706714.html?cloc=olinkarticledefault


===東山高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