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그는 나비일까 나방일까?


안철수는 순진남?

성공한 벤처기업가로서 대학교수로 살았을 때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애들 앞에선 쉬쉬하고 감추기에 바빴던 대한민국의 어른들(특히 남자 어른들)이 공공연하게 향유해온 밤문화의 상징 중 하나인 ‘단란주점’이 뭐죠?라고 반문하던 안철수에게 여인네들은 열광했다. 애들도 열광했다. 모두가 발랑 까진 대한민국에서 까지지 않은 유일한 순진남, 존경하고픈 어른! 여인네들은 저녁마다 셔츠깃에 핑크빛 루즈 자국이나 쳐발라오는 신랑의 얼굴에 일편단심의 모범 안철수를 아로 새겼고, 애들은 비척대는 아빠의 초라한 몰골 저편에서 반듯한 철수 아저씨의 풍모를 자신의 미래상으로 그렸다. 도올이 안철수 현상을 일러 ‘유례없는 기현상’이라 부를 만큼 순진남에 열광한 대한민국의 지난 1년은 기묘하기 짝이 없을 정도였다. 도대체 안철수를 제외한 대한민국의 인간들이 그간 얼마나 까졌었길래...

그래 믿자. 애도 어른도 모두 발랑 다 까져버린 대한민국에 단란주점조차 모르는 남자 어른 한 사람쯤은 남아있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믿자! 그 한 사람이야말로 유일무이한 대통령깜임이라고 점지하는 국민들의 ‘세태에 지친 심정’을 휴거를 기다리는 집단의 광기나 망상쯤으로 왜곡하지는 말자. 충분한 이유는 있었고 대안은 없었다.

세간에 알려진 안철수의 풍모가 위선일지 진심일지는 겪어보면 알 일, 일단은 따지지 말고 세간에 비친 그대로, 본인이 말한 그대로, 믿고 싶다. 그래, 너님 안철수, 순진남 인정, 쾅쾅!!


애벌레의 변태(거듭나기)

애벌레도 변태를 함으로써 나비가 되고, 물에서만 놀던 올챙이도 세월 지나면 개구리가 되고 뭍에도 오른다. 작년 서울시장 보선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까진 안철수는 기껏 사람들의 입가를 기어다니던 애벌레였고 뭍(정치판)에는 오르지도 못해본 올챙이였다. 뭍에서 보면 맑은 물에서만 놀던 올챙이 안철수는 어른 같지 않은 어른, 절대 순진남이었다. 기성 정치판의 구태에 환멸하던 국민들의 눈엔 절대 순진남 안철수는 호수 위를 노니는 한 마리 백조와도 같았고 나뭇꾼의 배필이 되고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같았다. 그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았을 걸,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그로부터 1년여, 애벌레는 수차례의 거듭나기(변태)를 했고 마침내 날개를 달았다. 국가로부터 3부 요인급의 경호를 받는 2012년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안철수! 아뿔사, 근데 이를 어쩌랴, 나비의 애벌레인 줄 알았더니 변태 후의 모습을 보니 나방이지 않는가. 과연 1년 전 절대 순진남 안철수의 모습은 나비가 되고 싶은 나방의 위선이었을까, 스스로도 나방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비의 진심이었을까?


안철수의 배수진 진심캠프

안철수의 위선, 한때의 관심 사안이었고 안철수 개인의 품질을 따져보는 데서 주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한동안 관심을 끊었는데 1년여가 지난 지금 불현듯 안철수라는 대통령 후보 상품을 품평하는 일에 내 한 목소리도 얹고 싶어졌다. 누군가를 알려면 그의 친구를 살펴보라고들 한다. 근자에 안철수의 진심캠프의 면면과 규모가 알려졌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17/2012101700243.html

위 링크 뉴스의 그림 도표에서 총괄선거대책본부는 안철수 진심캠프의 중핵이자 얼굴 쯤 되어 보인다. 그곳에 이름을 올린 3인의 면면 중에서 유독 김성식이란 인물에게 눈이 간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그가 안철수 캠프에 투신한다고 들었을 때 별 일이다 싶었으나 캠프 내에서 그가 맡은 위치와 역할을 보고서야 그게 별 일이 아닌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럴만한 인물이다. 그의 이력에 대해선 검색을 해 보면 윤곽이 잡힐 것이나 그에 관한 나의 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그는,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 작업 과정에서 복병이 될 공산이 매우 큰 인물이다. 다른 사유나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로 인해서 ‘문’과 ‘안’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 작업은 결코 ‘무난’(문+안)‘하진 않을 것이란 게 나의 짐작이다.

낭중지추! 범상치 않은 인물들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아직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중심인물로 부각된 적은 없으나 김성식, 그는 분명 주머니 속 송곳이다. 그가 새누리당의 흔적을 지우고 안철수 캠프에 간다고 했을 때 새누리당의 사람들이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던 이유다. 그 스스로는 최고가 될 순 없어도 지략과 작당을 통해 최고의 자리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임엔 틀림없다. 장량을 떠올리면 될까?

나와의 사적 인연은 80년대 후반 옥중에서다. CA그룹 중앙위원으로 구속되었던 그는 세상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대단한 열정과 의지를 지닌 사람이었다. 정치사상범들의 옥중 정치 토론에서 자신과 다른 견해를 지닌 상대를 제압하고 포섭하는 데서 단연 돋보이는 이론가이자 달변가였던 그였다. 이명박의 대통령 후보 시절 그의 지근에서 낯간지런 웃음을 흘려내던 그를 보며 입속에서 머리카락 한 웅큼이 엉킨 듯 했던 기억도 새삼스럽다. 그런 그가 안철수의 곁에 섰다.

여전히 안철수에게서 내숭 섞인 샌님의 기질과 위선적인 요소가 엿보인다손 쳐도 1년 전 안철수는 분명 나비의 애벌레였을 거라고 인정해주고 싶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안철수는 변태를 거치면서 온전한 나비로 거듭나기보다는 나비의 몸에 나방의 날개를 달고 말았다. 정치 낭인들이 하이에나처럼 헤매도는 정치판의 생리상 당연한 귀결이다. ‘우’선숙 ‘좌’성식!! 민주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거든 안철수 이전에 좌성식부터 넘어야 할 게다.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도박과 선택을 내렸기에 그 이해관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음이다. 야권의 후보단일화, 결코 쉽지 않은 길이고 안철수의 장량이 된 좌성식을 이겨낼 지략과 달변이 없다면 민주당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생각보다 아주 많이 피폐해지는 과정을 거치지 싶다. 과연 민주당에 장량을 이겨낼만한 범증이 있는가?


정치인을 판별하는 기준

정치인임을 판별하는 기준은 ‘권력에 대한 의지’다. 다소 부정적 언사일진 몰라도 ‘정치인이란 대의명분을 내세워 일신의 영달과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이란 게 내 지론이다. 과거의 DJ맨을 자처했던 일군의 사람들이 빌붙을 데를 찾아 헤매다가 ‘통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박근혜의 치마폭 속으로 흡수되는 걸 보면서 정치인들을 향한 내 지론은 더욱 굳어지고 만다. 일신의 영달과 권력을 탐하는 게 바로 권력의지다. ‘분열과 분단을 넘어 화합과 통일로’ ‘국민의 희망과 행복, 대한민국의 찬란한 미래를 건설하는 데 밀알이 되고져’ 종교인들이나 해댈 달콤한 사탕발림 구호를 앞세우며 일신의 영달과 권력을 꾀하는 정치인들에게서 순수와 양심, 정의 따위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로또 1등 담첨을 기대하는 게 낫다.

대통령 후보가 된 정치인 안철수에게서 이제는 언뜻언뜻 권력의지를 본다. 개인 안철수가 정치에 입문코자 했을 때는 적어도 그에게 권력의지란 없었을 수도 있다. 그저 좋은 마음이었을 걸로 믿는다. 스스로도 언급했지만 대통령 후보 안철수, 정치인 안철수가 다시 개인 안철수로 돌아갈 다리는 끊긴 듯하다. 이미 그의 온 몸에는 나방(기성정치인, 예비정치인)의 날개들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났고 대통령 후보 안철수는 개인을 지칭하는 단수 고유명사가 아닌 안철수를 통해 권력의지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복수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다.


나비는 없다

기업인 안철수, 교수 안철수와 같은 개인 안철수가 아니라 권력의지를 지닌 일군의 무리들을 거느리고 그들의 장래까지 책임지게 된 정치인 안철수가 된 지금, 개인 안철수를 품평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국민들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권력의지를 지닌 정치인을 ‘순수하고 새로운 인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1년 전의 새로운 인물, 순진남 안철수는 이제 가고 없다. 권력의지를 갖는 순간 제 아무리 샌님도 그 판에서 까지고 닳는 건 시간문제다. 어제는 그제의 새시대였고 오늘은 어제의 새시대였으며 나도 한때는 샌님이었고, ‘못 생긴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라던 이명박도 한때는 샌님이었고 새사람이었다. 안철수에게서 아직도 1년 전의 샌님, 새사람의 그림자를 기억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안철수의 곁에 선 사람들을 보고 안철수를 재평가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 싶다. 더 이상 나비는 없다, 나방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