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회 연극 대본


학예회 연극 대본
극본: ********
 

#1 미운 오리 새끼 ((이루마 - Kiss The Rain))


♂ 오리 1(팔짱끼며) 야, 니 내 동생 맞나?

♂ 오리 2 왜 아무 말도 없는데? 뭐 찔려?

♂ 오리 3(협박하는 투로) 이제 우리한테 말도 걸지 마라. 알았어?

♀ 오리 1 너 사실 거위 아니야?

♂♀ 오리(수군거리며 퇴장) (엄마 오리 입장)

백조(화내며) 자, 어머니, 왜 제가 남매들과 다른지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 해보세요.

엄마 오리(당황하여) 아, 그게 말이다… 어… 아무래도 넌 그냥 백ㅈ…


 




#2 헨젤과 그레텔 ((Danny Elfman - Alice's Theme))


그레텔(짜증내며) 야, 왜 아빠랑 새엄마 안 오시는 건데!

헨젤(씩씩하게) 그레텔, 걱정 마. 내가 빵을 떨어뜨려놨어!

그레텔(버럭하며) 아, 오글거리는 말 그만 하고 집에 갈 수 있는 거 맞지?

헨젤(당당하게 걸어 나가며) 그럼-! 나만 믿…

그레텔(어이없다는 듯) 야, 니 왜 그러는데?

헨젤(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쓰러지며) 안 돼… 새들이 다 먹어 버렸나본데…

그레텔(한심하다는 투로) 하이고… 돌을 떨어뜨렸어야지! 그거 하나 생각 못 하나!

헨젤(잠시 걷다가) 어! 야! 저기 무슨 집 안 보이나!

그레텔(활기차게) 진짜네! 우와~ 과자로 된 집이다!



 


#3 백조의 호수 ((히사이시 조 -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공중산책))


왕자(호숫가 나무 뒤에 숨으며 신기해서 하늘이라도 날 것 같이) 거 참, 백조가 사람이 될 수도 있었나?

백조 1(상큼상큼 열매 과다 섭취) 오데뜨 공주님- 빨리요! 어서 돌아오세요!

왕자(호기심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오…데뜨? 누구ㅈ…



 


#4 미녀와 야수 ((아이유 - 잔소리 (inst)))


벨 어…! 뭔데? (신기하다는 듯)우와, 니 몸에서 빛이 막 번쩍번쩍 나네? 우와~ 어떻게 한 건데? (야수에게 다가가며)

야수 네 순수한 마음 덕분에 내가 야수에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ㅅ…



 


#5 신데렐라 ((Potter Waltz))


요정(상큼발랄하게) 열두 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니 조심해요-! (echo)

신데렐라(툴툴거리며) 걸어 줄거면 좀 제대로 걸어주지… 열두 시가 뭐야…

(오리 3명, 아밤 3명 입장) <비스트 - 아름다운 밤이야>

왕자(신데렐라에게 다가가며) 한 곡 출래요?

데렐라(노래만 나오면 변하시는 이 분) 콜!

시계 뎅- 뎅- 뎅- 뎅- 아, 귀찮다… (짜증내고 퇴장하며) 지금은 열두-시!

신데렐라 아아아악-! 왜 벌써 열두 신데! (전력질주로 퇴장)

왕자(당황하며) 어디가요!

신데렐라(구두가 벗겨짐) 어! 구ㄷ…




 

#6 잠자는 숲속의 공주 ((無))


왕자(낡은 문 열리는 소리) 드디어…!

공주(문 열리는 소리에 깨며 좀비같이 기상) 흐으어…

왕자(뒷걸음질로 퇴장하며) 으…으아악! 조조…조… 좀비다!!

((아이유 - 잠자는 숲 속의 왕자)) (공주 및 1명 커튼 뒤에서 나와 ‘너랑 나’ 안무)



 


#7 라푼젤 ((소녀시대 - 팅커벨))


왕자(위를 쳐다보며) 라푼젤…! 라푼젤! 머리를 내려 준다면 친히 타고 올라가 주지!

라푼젤 알았어요- 살살 잡고 올라 와야 해요! 세게 당기면 확! (민망해서) 흐하핳… 잠시만ㅇ… (echo)



 


#8 룸펠슈틴츠헨 ((임형주 - Ave Maria (Classic ver.)))


왕비(어색하게) 아이는 안 된다…!

룸펠슈틴츠헨(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그 때 그런 약속을 한 건 너잖아. 크크크.

공주(왕비 뒤로 숨으며 작게) 엄마아… 저 난쟁이 뭔데... 큭(비웃음)

왕비(다급하게) 짚을 황금으로 바꾼 그 때 한 그 약속이…

룸펠슈틴츠헨(비꼬는 투로) 이제 와서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렸네?

왕비(땅을 치며) 내가 그때 왜 그랬… (혼잣말) 연기하려니까 힘드네.

룸펠슈틴츠헨(왕비에게 다가가며) 마지막 기회야-, 내 이름이, 뭐지?

왕비(살며시 비웃으며)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숨을 들이마시며) 룸펠슈틴츠ㅎ…



 


#9 곰 세 마리 ((하츠네 미쿠 - 도레미파론도 (inst)))


공주(주위를 둘러보며) 우와~ 다 세 개씩 있네? 컵도-, 그릇도-, 소파도… 궁에서는 못 ㅂ… (불길하게 문 열리는 소리)



 


#10 인어 공주 ((Acoustic Cafe - Last Carnival))


마녀 깔깔깔- (비꼬는 말투로) 예쁜 인어 아가씨가 무슨 일 일까?

인어 공주(여유롭게) 다리가 필요한데 약 있ㅈ…

마녀(말을 끊으며) 알겠어, 알겠어.

인어 공주 고마ㅇ…

마녀(말을 끊으며) 흐음, 어디 뒀더라… 찾았다! 좀 아플거야, 크큭…

인어 공주(마녀의 손에서 약을 억지로 빼앗으며) 이거?

마녀(약을 다시 낚아채고 불길하게 웃으며) 아직 안 돼! 대가를 줘야지?

인어 공주(당황하여 뒷걸음질 치며) 응… 응? (혼잣말) 무슨 약 하나 주는데 대가를 달라고 해. 쪼잔하게.

마녀(당황해서 인어 공주에게 다가가며) 아…아가씨의 그, 고운 목소ㄹ…



 


#11 백설 공주 ((MC 스나이퍼 - 마법의 성))


난쟁이들(활기차게) 우리 다녀 올 테니까, 문 꼭 닫아 놔! (퇴장)

백설 공주(짜증난 목소리로) 아, 왜 이렇게 안 와… 나 배고프다고… (노크)

백설 공주(활기찬 목소리로) 누구세요-?

마녀(우아한 목소리로) 아, 문 좀 열어 주실래요-?

백설 공주(다시 짜증난 목소리로) 누구신데요?

마녀(우아한 목소리로) 일단 좀 열어 보세요-

백설 공주(문을 벌컥 열며) 누구냐고!! 왜 말을 안 해서 직접 나오게 하는데!!

마녀(당황하며 찹쌀떡- 메밀묵-) 맛있는- 사과요- 한입만- 먹어봐-

백설 공주(얘 뭐지? 라는 느낌으로) 뭐야… 푸르딩딩한게… 혹시 독 넣었나?

마녀(생글생글 웃으며) 아… 아닌데…? (협박하는 투로) 먹. 어.

백설 공주(내키지 않는다는 듯) 그럼 하나만 줘봐. (아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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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엔딩 ((Coldplay - Viva la vida))


소녀(팟-하고 TV 꺼지는 소리) 오늘따라 채널들이 다 명작 극장이야. 그것도 좀 이상한 내용들.

소년 채널을 하도 많이 돌려서 대체 전체적인 내용이 감이 안 잡힌다.

소녀(어이없다는 듯) 몇 개는 지가 돌렸으면서.

소년(뜨끔하여) 그렇긴 하다만…

소녀 그냥 나가서 애들이랑 놀까?

소년 그러지 뭐. (둘 다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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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녀석이 2학기 중간고사는 뒷전이고 학예회 연극 대본 쓰느라 컴 모니터가 밤새 불을 뿜는다. 올 한해 내내 KOI다 뭐다 각종 컴퓨터 플밍 경시와 영어경시로 지쳤을 법도 하건만 아직도 잡아먹을 가을이 남았나보다. 가을 수학여행까지 마친 초등 졸업반 아이들에게 이 가을은 몹시도 아쉬우면서도 여전히 바쁜 가을이다. 중간고사와 학예회 그리고 기말고사를 끝내고서야 녀석의 초등 마지막 가을은 잠잠해지지 싶다.

워낙에 성취욕구와 권력의지(?)가 강한 녀석이라 아무도 나서지 않는 연극대본 writer 배정 때 쌍수를 들고 나섰던 모양이다. 배역과 감독 역까지 전권을 위임하겠노라는 선생님의 달콤한 유혹이 마녀의 사과처럼 오지게도 탐나 보였던갑다. 하긴 5학년 때 1박2일의 체험학습장에서의 반별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안무의 전권을 선생님에게 위임 받았던 또래에게 제 나름 몹시도 후달렸던 아픈 기억이 있었던 터다.^^

각오라도 한 듯 마침내 대권을 거머쥐고선 무씬느무 어마어마한 대업이라도 이루겠다는 건지 준비하는 모습이 ‘철수와 영희’만큼이나 야심차다. 보물이라도 꽁꽁 숨겨 논 듯 파일들의 미로를 헤쳐 불법(?)인 줄 알면서도 밤새 모니터를 뜨겁게 달군 대본작업파일을 들여다보았다. 하긴 머 꼭 불법적인 것만도 아니다. 저나 나나 서로의 폴더를 오가는 건 금기가 아녔고 적어도 아직은 모니터 앞에서만큼은 투명한 부녀간이다. 언젠가는 녀석의 폴더에 ‘Access denied’란 경고가 걸리긴 하겠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요즘 아이들에겐 옴니버스가 그리 낯설거나 고단수의 창작기예가 아닌 ‘아주 흔한 것쯤’인갑다. 나름 옴니버스의 형식을 채택하였으나 큰 흐름상의 대주제나 메시지 같은 건 없어 보인다(제깐엔 뭔가 있다고 할려나?^^). 나로선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큰 주제의 연결고리가 될 만한 복선 같은 건 뵈질 않는다. 비록 옴니버스라고 할 건덕지는 빈약해도 졸업반 학예회이니만치 반 학생 모두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의 요구를 할당된 짧은 연극시간 안에 소화해내기 위해 나름 고심한 결과물이었다.

그럼에도 ‘형식적’ 반전은 있었다. 무슨 교훈의 전달이나 감동적 내용 대신 기교상의 단순 재미를 위한 형식적 반전! 설령 그게 관객들에게 재미나 헛웃음은커녕 허탈감만 남길지라도, 어쩌면 그것이 녀석이 노린 마지막 한 수였기에 큰 주제 또는 소주제의 설정이나 에피소드 간의 복선이라는 장치에 구애받음 없이 옴니버스의 껍데기라도 빌게 된 주된 모티브였던 것 같다. 크크, 읽으면서 정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잡화의 평행 나열이란 생각뿐였는데 마지막 반전에서의 뒤통수 후리기는 나쁘진 않았다. 어디선가 차용한 모방이 아닌 창작이라면...

그래, 30여명의 반원 전체가 할당된 짧은 시간에 ‘한 마디 대사도 없이 지나가는 무리나 군중’이 아닌 적어도 대사 한 마디 정도는 주고받는 모두가 주인공인 그런 연극을 꾸미는 데에 그보다 더 좋은 발상이 어딨겠으랴. 내용보다 형식이 소중했기에 발상이 돋보였다. 더 큰 세상을 위해 6여년을 함께 벼려왔던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할 마지막 추억에서 모두가 주연인 연극이라면 됐다. 6여년이면 굼벵이가 매미로 거듭나고자 땅속에서 보내는 시간이라지. 매미가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인고하는 시간보다야 인생의 여름이란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를 일이다만 언젠가 인생의 여름이 왔을 때에도 매미들의 떼창처럼 친구들 모두 함께 인생의 여름을 한껏 구가하길 바라며 옮김의 변을 남긴다. 지적소유권을 침탈한 애비의 무단전재를 힐난치는 말그래이~~^^(괄호(( ))안의 음악은 녀석이 설정한 장면 배경 음악이고 나는 유튜브에서 펌질해온 동영상으로 대체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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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아뿔싸, 녀석은 공연 5일을 앞두고 장염으로 입원! 대권 욕심으로 전권을 장악하고 2인자(조감독?)를 키우지 않았던 탓에 반원들의 연극 연습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다. 병원에 누워 노트북으로 마무리 작업을 하며 임무를 수행코자 했으나 쌤은 급기야 연극을 포기, 프로그램을 변경하사 급조된 춤과 노래로 학예회를 메꾸시니 오호 애재라! 위 대본과 아래 내레이션은 상상속에서만 결국 제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많이도 아쉬워 한다. 애썼다. 비록 무대에 올리진 못했어도 함께 연극을 준비하고 연습하던 친구들의 가슴속에서나마 오래도록 공연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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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보내는 마지막 가을입니다. 이 마지막 가을은 무척이나 바빴던 것 같습니다. 수학여행이 끝나자마자 2학기 중간고사를 치렀고, 연이어 학예회까지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짬짬이 준비한 우리 6학년*반의 연극이 어떠셨나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무척 산만한 연극이었을 겁니다. 대본을 썼던 저로서는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만은 연극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건 바로 모두가 하나가 되는 6학년*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마음은 1년간 저희를 지도해주셨던 선생님의 마음이자 저희들 모두의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저희들에게 배정된 짧은 연극 시간 동안 우리 반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연극이 없을까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옴니버스의 형태로 연극을 구성한 것은 바로 그런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반 28명 학우 모두는 오늘 여러분들 앞에서 왕자도 되었다가 공주도 되었다가 마녀도 되었습니다. 단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든 장면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였습니다. 우리 반 모두에게 **에서의 마지막 가을 학예회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함께 했던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 6학년*반의 부족한 연극을 지켜봐주신 선생님들과 여러 친구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6학년*반 일동 차렷, 경례!(모두 인사하고 박수치면서 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