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람 미니의 바람의 화원 여행기 - 3:돌문화공원편



작은 바람 미니의 외계인 아빠 흔적 찾기 셋째 날,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아침해가 환하게 밝아옵니다
이불 속에서 바라보는 아침해가 참 곱습니다



지난밤 꿈에 꼬북 닌자로부터
외계인 아빠의 출생에 관한 단서를 찾았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 단서는 테디 베어 박물관에서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별 초롱초롱한 우주의 저 편,
넋 나간 듯 후레쉬를 터뜨리는 아빠에게서 거뭇한 E.T의 형상을 봅니다
아빠의 정체가 점점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오늘은 1.25. 작은 바람 미니의 여행 마지막날입니다
그렇스비니다, 돌을 찾아야만 합니다
바람의 화원에서 가장 많은 돌들이 모인 곳으로 가야만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빵 먹고 죽 먹고 밥 먹고 과일까지 뱃속에 잔뜩 쓸어담고서
9:30경 숙소를 나와 1시간 남짓
바다가 보이는 노란 목장길을 굽이굽이 돌고 돌아 돌들을 찾아 갑니다

드뎌 도착했습니다 돌들의 나라!
돌들의 나라로 들어서는 첫 길은 돌벽으로 두른 곧은 길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막다른 길 같아서 되돌아 서질 않고
우직하게 끝까지 걸어온 이들에게만 살며시 또 다른 속길을 열어 주었던
나니아 연대기로 가는 비밀의 문과도 같은 길이었습니다

저 길 끝에서 무엇을 맞닥뜨릴지도 모른 채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놓는 들뜬 심정으로 무작정 걸었습니다





그 길이 끝날 즈음, 돌이 된 엄마와 아기를 보았습니다
돌 형상의 푯말 이름이 '모자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탁 트인 평원 저 멀리에 제단처럼 쌓아올린 돌더미들이 보입니다
에밀레종을 엎어 놓은 것 같습니다
흐미, 기 죽어
굽이굽이 돌고 도는 돌길이 열릴 때마다
나타나는 돌탱이들의 기세가 사뭇 위협적입니다





아니, 이게 멉니까
돌밭에 갑자기 바다가 열렸습니다
커다란 원형 쟁반 위로 물이 넘쳐 흐르는 비경이 펼쳐집니다
저건 아빠랑 낚시 가서 보았던 익숙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눈높이를 쟁반 수평에 맞추니 건너편의 나무들이
흡사 넓은 저수지에 수몰된 나무처럼 보입니다
저런 곳이 전형적인 배스 포인트입니다





실내 돌박물관의 입구,
불어대는 강풍에 '월류하는'(달로 흐르는) 물보라가 나름 보기 드문 장관입니다
외계인 아빠는 차디찬 강풍 속에서
무슨 전무후무한 순간포착 영상이라도 잡을 듯 연빵으로 셔터를 눌러댑니다

벌써 고향별의 향기라도 맡은 것일까요
흥분한 아빠에게서 간밤에 보았던 ET의 형상이 점점 뚜렷해져만 갑니다





실내 돌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아빠의 눈이 반짝 빛나는 걸 보았습니다
아빠가 지구별에 오게 된 전 과정이 돌 박물관 여기저기 암호처럼 널렸습니다
아빠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듯 암호를 해독하고 있습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아빠의 흔적을 현미경을 통해 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렇습니다
흡사 우주의 축소판과도 같은 미시의 세계, 볼수록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현미경 렌즈에 대고 초점을 잡으니
더욱 선명하게 미시의 세계에 숨겨진 별 하나를 봅니다
바로 저기가 아빠가 살던 곳이랍니다





저 별에서 아빠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왔습니다
아빠가 타고 왔다는 우주선입니다





아빠의 우주선이 떨어졌던 자리입니다
저 물웅덩이에서 갑자기 낚시를 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 밀려왔습니다





지구로 착륙하던 당시 아빠를 보호하던 캡슐입니다
외계인 아빠가 저 깨진 공룡알처럼 생긴 돌 캡슐 속에서 나왔다나요
믿어도 될까요?





아빠와 함께 지구별로 왔다는 에일리언들입니다








아빠가 처음 지구별에 떨어졌을 때
캡슐과의 충돌로 생긴 돌구멍을 통해 아빠가 내려온 하늘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당시 지구인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아빠를 경배하던 모습입니다





모두 경건한 맘으로 아빠를 지켜봅니다





지구인들은 급기야 제단을 쌓아 아빠를 숭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빠가 캡슐에서 처음 깨어 나왔을 때의 형상입니다





아빠는 그후 변태를 거듭하여 완전한 성인 에일리언의 형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캬아오~~~!





작은 바람 미니는
아빠가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지구별에 왔는지를 이제서야 다 알고
그간 외계인 아빠의 기이한(?) 행동들에 대해 궁금했던 속이 탁 트이는 듯합니다

작은 바람 미니는 이곳에서 외계인 아빠가 지구별에 온 태고적의 영상도 보았고





나무도





갈대도





어느 이름 모를 부부까지 한 마음으로





작은 바람 미니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저 돌하르방길을 따라 걸으면





1시간 30분 남짓의 기약 없던 길이 끝난다는 것을 알기에
작은 바람 미니는 기뻐 날뛰기 시작합니다

꼬불꼬불 이어진 돌길, '돌 문화 공원'의 길은 마치
까도 까도 또 까이는 양파 같은 길이었습니다
작은 바람 미니에게는 지루한 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론 곧장 뻗은 직선의 길을





때론 낮고 평탄한 곡선의 길을





때론 높고 굽이치는 언덕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숲에서, 초가로, 초가에서 돌무덤으로, 돌무덤에서 돌조각품들로,
돌조각품들은 다시 평원이 되고
구불구불 이어지던 끝없는 산길을 에돌며
작은 바람 미니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지는 아직은 모릅니다

큰 욕심은 없습니다
그저, 이 다음에 작은 바람 미니가 어른이 되어
제 새끼를 데리고 이 길을 다시 따라 걸을 때
외계인 아빠와 인디줌마 엄마를 아련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만만찮은 바람에 볼이 다 얼얼하고 종아리에선 공룡알이 뭉글거릴지라도
'바람의 화원' 여행에서 가장 뜻 깊은 시간들이었기에
작은 바람 미니는 돌 문화 공원을 귀띔해주신 휴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답니다

휴 아저씨,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1.25. 13:00경 마지막 코스는 밥이었습니다





쥔장에게 점심거리로 가장 좋을 메뉴 하나 추천해 달랬더니 이렇게 나왔습니다
순옥이네 명품 물회와 전복 뚝배기!





눈맛 만으로도 행복한 맛깔스런 먹거리들은 20여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렇게 처참한 폐허가 되었습니다, 끄어억~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저 곳 어딘가에 휴 아저씨가 앉았던 자리일까 싶어 한 컷을 담았습니다
이쪽 저쪽 몇 무리의 식객들이 다녀갔을 즈음 우리는 끝물로 들렀기에
이렇게 휑했습니다





해변도로와 맞닿은 공항 담장을 한 바퀴 에돌아 제주공항으로 갑니다
파도가 제법 성깔을 부립니다
까불지들 말어, 이래 비도 명색이 바다의 여장부 작은 바람 미니란 말야 쿠후~
이십 여분 후 제주 공항에 도착합니다





잔뜩 찌푸린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살갑게 이죽거립니다





탑승 직전 작은 바람 미니가
제주에서의 마지막 요깃거리로 던킨 도너츠를 뱃속에 갈무리합니다
걷는 것도 나는 것도 모두가 뱃심이거든요





14:40분경, 작은 바람이 하늘을 날아 그리고 1시간 남짓
우리는 그렇게 떠났던 그 자리에 다시 서면서
2박3일의 짧은 시간,
미자르가 되어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자두와의 긴 이별 여행'을 끝맺습니다
http://anemos0120.blogspot.com/2010/07/2.html
http://anemos0120.blogspot.com/2010/01/blog-post_15.html





===東山高臥===

작은 바람 미니의 바람의 화원 여행기 - 2:북극곰편




세상 곰 다 좋아라 하지만
작은 바람 미니가 특별히 좋아하는 건 북극곰입니다
지구의 기상 변화로 북극곰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건
참 슬픈 일입니다

작은 바람 미니는
테디베어 특별 전시관에서 북극곰을 만났습니다

작은 바람 미니가 들렀을 땐
남극의 펭귄들도 방문 중이었습니다

극과 극 간의 정과 의리로
위기에 처한 북극곰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바리바리 생선들을 싸짊어지고
20000km나 되는 먼 길을 달려온 것입니다





남극의 펭귄들은 아기 북극곰의 행동을 보고서 기가 막혔습니다.
물개는 북극곰의 생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먹잇감이구만 저렇게 정분을 나누다니요

그게 아니란 말야,
고 늠은 네 사랑이 아니고 잡아묵어야 하는 밥이란 말야

하기는 나보다 어린 게 세상물정 뭘 알겠습니까
글치만 아기들은 어른들과 달리
전쟁보단 평화를 좋아하나 봅니다





남극의 펭귄들은 북극곰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기야 북극곰의 등을 떼밀어 어딘가로 갑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요?





아 저거였군요
손에다 낚시대를 쥐어줍니다.
강태공이 쓰던 것인데 남극의 빙하속에 고이 보존되어 있던 것을
이번 나들이를 위해 야심차게 발굴해 왔다고 합니다

그랬습니다 남극의 펭귄들이 북극곰들에게 가르친 것은 낚시였습니다
금세, 잡아올린 물고기가 한 바구니 가득입니다
근데 이 므훗해야할 순간에 북극곰의 표정이 이내 우수에 잠겨듭니다





많은 먹이를 보는 순간,
결빙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못하고 먼저 간
가족과 친지 곰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 비키니를 입고 함께 놀던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겨울 호기롭게 눈썰매를 타며 잔뜩 멋 부리던
북극 최고의 미남 곰 곰식이도 떠올려 봅니다





지금 그들 모두는 이 곳에 고이 잠들어 있습니다





작은 바람 미니의 돌아서는 발길이 무겁습니다
하나뿐인 지구별에서 북극곰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염원하면서
작은 바람 미니는 내년에도 꼭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북극곰아 잘 있어, 안녕~~



===東山高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