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의 삽질 - 대한민국 여성계를 통타하다


아래지방 쪽 사람들 중 특히 경상도 사람들의 정서와 어투는 위 지방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직설적이다. 위지방과 아래지방에서 두루 살아본 개인적 경험으로 보면 그런 비교가 마냥 부당해 보이진 않는다.(아래의 의견들은 순전히 주관적 견해이니 오해는 마시길^^)
경상도식 어투는 단어의 액센트나 문장의 인토네이션에서 앞 음절 앞 어구에 힘이 실리는 구조다. 말의 맥락도 대체로 두괄식 화법이 많고 세세한 보조 설명보다는 단언적 주장이 훨씬 강조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경상도식 어투는 전반적으로 강하고 무뚝뚝해 보인다. 운 좋게 정곡을 찌를 땐 촌철살인 쾌도난마의 기세처럼 호방하고 시원하게 보이지만 엇나가면 설화를 만들기에 딱 좋을 어투다.
아는?   (아이는 어딨는지 뭘 하는지 아이의 근황을 물어보는 말이다)
밥 도!   (밥상 차려 달라는 말이다)
고마 자자!   (이제 그만 자자라는 말이다)
그리고 부부 간의 성전(?) 후엔,
욕봤데이!   (이 때의 욕이란 말은 치욕이란 뜻이 아니고 ‘애썼다’라는 뜻이다)
경상도 남편이 귀가 후에 나누는 부부간의 대화를 풍자한 개그다. 많이 과장됐어도 무뚝뚝한 경상도식 어투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 저만큼은 아녀도 경상도에선 비근할 정도의 무뚝뚝함을 보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다. 경상도 사람들을 평가할 때 ‘화끈하다’라는 긍정의 평가 이면에는 ‘거칠다’라는 부정의 평가도 곁달렸을지도 모르겠다.
이중삼중의 복선으로 치장하지 않고 의사나 감정 전달이 단순명쾌한 그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박하고 거친 경상도식 어투는 진지한 자리에서의 소통 어투로는 별로 권장할만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경상도식 어투에 개인의 급한 천성까지 더해지노라면 이건 뭐 대화가 아니고 격투의 면모가 된다. 세상은 때론 두서가 잘린 주장보다는 납득 가능한 부연설명을, 직설적 표현 대신 완곡한 표현을 선호할 때도 많다. 그렇기에 때와 장소에 따라 경상도식 어투는 먹히기도 하고 씹히기도 한다.

                           
불안 불안하더라니 경상도 싸나휘 황상민이 기어이 또 설화를 일으켰다. 언제 봐도 입이 방정맞고 성격이 급한 친구다. 그가 한 방송에서 행한 뜬금없는 주장 탓에 대한민국 ‘여성’들이 뿔났다.


‘여성’(女性)이란 말의 사전적 풀이는,
‘성(性)의 측면에서 여자를 이르는 말. 특히, 성년(成年)이 된 여자를 이른다.’ 고 되어 있고(사용례 - 여성 고객, 여성 근로자, 여성 잡지)
다시, ‘성년(成年)’이란 말의 사전적 풀이는,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나이. 만 20세 이상이다.’라고 되어 있다.(유의어 : 성인, 어른)
그렇게 볼 때 ‘여성’이란 통상적으로, ‘만20세 이상의 여자’를 지칭하는 말로 보면 된다.
이런 통상적 해석을 배제하고 황상민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결혼하고 애를 낳고 키우면서 여성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그만의 특화된 주장을 논거로 새나라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를 일러 ‘생식기만 여성이지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한 건 (없다).’라며 모욕(?)했다. 박근혜로선 뭐 충분히 모욕감을 느낄만도 하겠다.
그의 삼단 논법이 이렇다.
여성이란 애를 낳고 길러본 여자를 말한다.
박근혜는 애를 낳고 길러보지 않았다.
고로 박근혜는 여성이 아니므로 여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
지적수준이 편협한 건지 경상도 스타일이 문제인 건지 참으로 해괴한 주장임엔 분명하다. 기사에서 지적하듯 ‘미혼 여성을 여성의 범주에서 배제하는 성차별적 발언’을 넘어 ‘결혼은 했으나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불임 여성들에게도 치욕적인 발언‘이란 점에서 대한민국 여성들의 심기가 몹시도 불편해졌다.
그의 여성성에 대한 해석의 기준은 사전적 해석처럼 ‘성(性)이나 성년’이 아닌 ‘역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여성을 정의하는 데서 그가 차용한 이 역할론이란 게 얼마나 전근대적 사고방식인지는 본인만 모르는 듯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설화의 불씨가 될 게 빤한 말을 저리도 태연하게 목청 높여 주장했으니 씹혀도 싸다.
출산과 육아를 여성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단언하는 그의 인식은 현대사회에서 변화된 여성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몰이해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는 여성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커녕 충분조건도 아닌 필요조건 정도로 여겨진 지 오래다. 애를 낳고 길러봐야 여성이라 주장하는 건 종족 번식에 눈먼 가부장적 남성의 이기적 희망사항일 뿐이다.
현대사회는 ‘애를 낳고 길러봐야 진정한 여성’이라는 남성 중심의 이기적 선언이 아니라 ‘내 아이를 낳아주세요’라고 청유하는 남성들에게만 여성들은 그 필요조건을 비로소 허용해줄 만큼 여성의 권익이 진보된 사회다. 씨받이를 통해서라도 내 종족을 번성시키고야 말겠다는 남성들의 분별없는 야욕이 실현되던 케케묵은 세상은 아니라는 거다.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대등해지면서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여성, 애 기르는 남성, 동성 간의 결혼, 입양 가정의 구성 등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인식만으로 쉽게 재단할 수 없는 현상들이 현대문화에서 더 이상 낯설거나 고립된 영역이 아니란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황상민의 여성 역할론에 대한 강론은 마치 이가 득실득실한 상투를 튼 산골할배가 로데오 거리에서 공자왈 맹자왈을 뇌까리는 듯 신기하다 못해 기이해 보일 정도다.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그의 기준에 대항하여 여성들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남성이란 군대를 제대하고 결혼해서 한 가정의 경제를 완전하게 책임지는 남자’라고 주장하면 그는 어떻게 대응할까? 열공 하느라 군대는 제대로 다녀왔는지 모르겠다만.
어디 갱상도 싸나휘 아니랄까봐 밑도 끝도 없이 내지른 한 방에 벌집 쑤셔놓은 듯 대한민국 여성계가 한동안 들끓게도 생겼다. 그라고 보니 황상민 이 친구는 여성들이 저보다 잘난 꼴은 도저히 못 봐주겠는가 보네. 얼마 전엔 김연아를 건드려서는 설화를 빚더니 이번엔 타깃이 근혜언냔 겨? 상민아, 말 하는 뽄새가 우째 그리 내 어릴 적 기억 속 울아부지랑 똑같노?^^
“여자가 마이 배아서 머하노. 시집이나 잘 가서 아(아이)나 잘 노믄 되지.”
상민아, 니 덕에 돌아가신 후 간만에 토종 갱상도 싸나휘 울아부지를 떠올려 볼 수 있었쓰리 억수로 고맙데이~. 그리고 까이꺼 나도 같은 갱상도 싸나휜데 니 더러 상민아!라고 불러도 개안을끼다. 우리가 어데 남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