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길


2. 진보정당의 길 - 양당 구도인가 3당 구도인가

한국적 정치 지형에서 ‘수권이 가능한’ 정당 간의 구도로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어떤 것일까? 써클 수준의 군소 잡당은 논외로 할 때 이러한 논의는 대략 아래와 같이 두 가지 큰 축에서 양당 구도인가 3당 구도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1. 한나라당(보수)+민주당(자유+보수)+진보정당(진보대연합-리버럴 진보) 2. 한나라당(보수)+민주당(자유+리버럴 진보)

나는 앞글 1편에서 진보신당은 깃발을 내리고 사회주의자의 길 대신 진보적 자유주의자의 길을 걸을 것을 권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사용된 ‘진보’는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곳비를 제거한 보다 완화된 진보를 의미하고 그렇게 보면 진보와 자유는 상극이 아닌 통합 가능한 공생의 개념이 된다. 그렇게 통합된 개념이 곧 ‘리버럴 진보’(자유주의적 진보)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유형의 정치인을 굳이 들자면 이정희, 강기갑,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유시민, 송영길 등 현재의 민주당이나 민노당 안팎에 포진한 일군의 개혁 진보적 성향의 정치인들이다. 민노당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는 분분할 수 있겠지만 민노당은 진보신당처럼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계급정당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진보적 성향의 대중정당이라는 나름의 평가에 기초했다.

어쨌거나, 상기의 분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보’의 개념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극좌’를 배제한 이해가 요구되듯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을 필두로 하는 ‘보수’의 개념에서도 ‘수구꼴통의 이미지를 지닌 극우’를 배제한 이해가 요구된다. 한나라당이라고 완전 수구꼴통 정당인 것만도 아니고 그들 역시 나라의 장래를 고민하며 각종 선거에서 과반의 유권자를 대변하는 대중정당임을 인정해야 한다. 정책과 노선이 다를 뿐 적대적 타도의 대상은 아니란 뜻이다.

이러한 이해의 기초 위에서 각론해 보면,

1번의 분류가 바로 심상정이 제기한 진보대연합이 포진된 정당 간 구도다. 제3당으로서의 진보대연합의 집권 전략은 양당 구도를 깨고 30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영국식 노동당을 그 모델로 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민노당의 초기 출범 목표도 그랬다. 민노당이 여전히 그런 목표를 지니고 있는지는 자세히 알 순 없으나 당내 분파들의 다양한 노선의 차이 속에 용해되어 있을 것이라 본다. 심상정이 제안한 진보대연합은 진보신당, 민노, 국참, 창조, 민주당 내 일부 리버럴 진보 세력까지 아우르는 보다 큰 틀에서의 진보 개혁 세력들 간의 결합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논의는 폭넓은 민주개혁세력, 진보정치세력, 그리고 시민사회 세력의 범주까지를 융합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낡은 리더십에 맞서는 진보진영의 폭넓은 결집이 되어야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기 때문에, 민주당 내의 일탈을 통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은 약해졌지만, 그것을 배제한 과거의 협소한 진보대연합이 아니라, 가치와 비젼에 기반한 연합이 필요하다."

(인용출처:6월8일자 프레시안과의 인터뷰 내용중에서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608150731§ion=01)

심상정의 진보대연합 제안에는 두 가지의 걸림이 있다. 그 첫 번째 걸림이란 진보대연합의 과정에서 진보의 순혈성을 유달리 강조하는 진보신당류의 경직된 좌파 그룹들을 과연 포괄해 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고 두 번째 걸림은 한국적 정치 지형에서 진보대연합이 민주당과의 경쟁구도에서 영국의 노동당처럼 제1야당을 넘어 수권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점이다. 이는 섣불리 언급할 수 없는 부분이겠으나 한국의 좌파나 진보정당사를 볼 때 첫 번째 걸림도 그렇고 분단 상황과 고질적인 지역주의 정치문화, 국민들의 일천한 민주주의의 경험 등을 통해 볼 때 두 번 째 걸림 역시 결코 극복이 쉬운 걸림은 아니지 싶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 제2번의 분류다. 이것은 과거 민노당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현재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인 주대환이 제안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창조한국당의 과제와 전략'이란 최근 글에서 미국식 양당 구도로 가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간략히 요약하면, 진보 대통합(진보 야당)의 약진-->민주당(자유 보수 야당) 해체-->미국식 민주당(자유와 노동이 결합된 정책 정당)으로의 발전-->보수와 리버럴 진보간의 양당 구도가 그것이다.

"결국 우리는 최종 목표는 오바마의 등장과 그가 추진하는 진보적인 정책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민주당과 같은 대안정당, 정책정당, 전국정당, 대중정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영국의 자유당(현재는 자유민주당으로 바뀌었습니다)과 노동당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영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노동 +자유’당으로서 민주당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름은 같은 민주당이지만 한국 민주당, 일본 민주당, 미국 민주당이 그 실제 모습에서는 천양지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민주당의 정체성을 영국식으로 말하면 ‘자유 +보수“당입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 특히 그 안방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는 더욱 보수적인 색깔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군소 4야당 + 알파, ‘진보대통합’으로 탄생하는 신당은 두 자리 숫자의 국민 지지, 특히 20, 3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대안야당은 민주당을 서서히 폭파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 ‘폭파’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지만 장기적인 경쟁을 통해서 서서히 일어나게 될 것이며, 민주당은 커다란 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먼저 선진적인 정당 문화에서 그러할 것이고, 국민의 생활 현실에 밀착한 정책에서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민주당을 구성하고 있는 오랜 ‘자유 +보수’연합은 그 압력을 받아 해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용출처:창조한국당의 과제와 전략 -
http://blog.daum.net/dlwhdghk2131/13274082)

기본적으로 나의 입장은 주대환에 가까우나 민주당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차별성을 두고 싶다. 주대환이 제시한 로드맵에서처럼 '진보대통합 야당'의 성장에 따른 민주당의 자동 폭파가 자연발생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성장을 거친 진보대통합 진보야당이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이룬 뒤에 리버럴 진보세력이 '주도적으로'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여 민주당을 온전히 접수함으로써 한국의 정당 구도를 보수정당 대 리버럴 진보정당 간의 양당 구도로 완성시키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현재 민주당의 성격은 주대환이나 진보 세력이 통상적으로 규정하듯 한나라당과 큰 차별성 없는 리버럴 보수들의 온상인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 속에는 안희정이나 이광재 같은 일단의 리버럴 진보 성향의 그룹이 이미 성장하고 있고 자유+보수적 성격에서 서서히 자유+리버럴 진보의 초기적 결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들과 별도로 탄생하는 진보대통합 세력은 이번 지자체 선거와 마찬가지로 사안에 따라 민주당과 정책 연대를 통해 민주당내 리버럴 진보 세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강화시켜 주는 것과 동시에 이들이 자유보수화 되는 걸 경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로드맵에도 역시 두 가지의 걸림이 있다. 첫째의 걸림은 민주당내 고질화된 지역주의 정서다. 노무현을 위시한 열린우리당 세력들도 결국 넘어서지 못했던 민주당 개혁의 최대의 적이라 하겠다. 누군가는(민주당내 노무현 탄핵을 주도하던 김경재란 늠?) 낑겨들 곳을 찾지 못하자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평민당이란 이름까지 부활시켜 지역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추태를 부리는 걸 보면 지역주의 정서가 저리도 질긴 건가 싶기도 하다. 허나 이 문제는 점차 극복되어 갈 거라 본다. 오랜 기간 지역주의 정서에 기대어 수혜를 입었던 민주당내 기존 보수 세력들의 자연 수명이 다해가는데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도 드러났다시피 전국민적 정서도 지역주의를 넘어 진화하고 있다.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기에 이것은 큰 걸림이라 볼 순 없다.

두 번째 걸림이라 함은 진보대통합 세력이 국민적 지지를 통해 제3당으로 확고히 성장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다. 아집과 욕심! 떡 본 김에 굿 하려는 욕심 같은 것이다. 어라, 이거 잘 하면 되겠는데 하는 욕심으로 민주당을 배제한 채 영국의 노동당처럼 제1야당을 넘어 단독으로 수권 정당이 되고 말리라는 아집! 87년 대선 때 김대중의 평민당과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간의 아집과 욕심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번 6.2지자체 선거에서 진보신당이 드러낸 아집과 욕심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을 잘 되새기면서 다분히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정치판에선 결코 그저 주어지는 떡고물이란 없다. 주대환의 상상처럼 민주당이 자연도태될 일은 결코 없을 것이고 심상정이 구상하듯 영국 노동당식의 단독 플레이로 진보대연합이 수권 정당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은 지난 6.2지자체 선거에서 진보신당 노회찬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가능성만큼이나 요원해 보인다. 지나치게 비관적인가?

손때 덕지덕지 묻은 보고 또 보는 옛 필름이지만 아무쪼록 진보신당 발 진보대연합 논의가 진보진영의 전체 화두로 자리하고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맘이다. 며칠 간 아무도 봐주지 않는 산골 오두막에 제사상 차려 놓고서 감 놔라 배 놔라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며 놀고 있다는 느낌이다. 홧김에 들렀던 신당 게시판에서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면서도 질리지 않고 떠들어대는 어제의 용사들을 보면서 한편에서는 그 빛바랜 열정들이 부럽기도 했다, 훗. 건강들 하시람. 더불어 함께 건강하고 오래 오래 잘 묵고 잘 살자고 하는 일들 아닌감. 아무리 꼭지가 돌고 뚜껑이 열리더라도 식도는 애무해감서 쌈질하셤. 회찬 형, 상정 언니, 진보신당 당원들 모두 잘 해 낼 거라 믿오. 멀리 바닷가 동산고와에 누워 횽아, 언냐들의 건투를 기대하빈ㄴ다...



===東山高臥===

진보신당은 깃발을 내릴 때가 되었다


6.2지자체 선거가 막을 내린 지금에도 선거 유세장 못잖은 열기가 넘쳐나는 곳이 있다. 외부의 비난과 더불어 내부 분란으로 존망의 귀로에 선 진보신당이 그곳이다. 6.2지자체 선거에서 반MB 범야 연대를 거부하고 외골수 독자 노선을 고집함으로써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빌미를 제공한 신당의 행보는 분명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반MB 범야권 후보 유시민을 지지하며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직에서 사퇴했던 심상정이 엊그제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당의 진로와 관련하여 ‘진보대연합’을 제기하였다. 대중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명멸을 거듭했던 한국의 진보정당사를 돌아보면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해묵은 주제이건만 민노당으로부터 분화하여 창당 2년을 맞은 진보신당 역시 이 해묵은 의제를 피해가지 못하고 당내 노선투쟁이 한창이다. 심상정의 독단적인 경기도지사 후보직 사퇴에 대한 징계 문제와 결부되어 그녀가 제기한 진보대연합을 둘러싼 신당 내부 논쟁은 그 결과에 따라 신당의 존망이 결정될 전망이다.


1. 실험은 충분했다. 진보신당은 깃발을 내려라


진보대연합은 진보신당의 노선과 정책이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적 위기감에서 진보 신당의 한계를 타개하는 대안으로 제기되었으나 신당의 주류는 당이 처한 위기의 원인을 당 내부가 아닌 외부 탓으로 규정하며 진보대연합 주장에 대한 반발로서 당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당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진보대연합은 우경화이자 신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백기투항이며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출세주의자의 잔꾀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보대연합이 단순히 진보적인 세력들 간의 합종연횡을 전제한 소규모 정계 개편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정체성’의 문제라는 신당 주류의 인식은 옳다. 하여, 진보대연합은 신당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그들의 강도 높은 비판은 대중들로부터의 괴리라는 당의 현상적 위기감과 더불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내면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그들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다. 선명성을 표방하며 민노당으로부터 탈당한 지가 엊그제적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정체성을 강조하는 이 ‘너무도 당연한 반발’은 작금의 진보신당이 처한 순환 모순의 매개로 작용한다. 진보에 대한 순혈주의적 차별화와 경직된 원칙의 강조는 대중들로부터의 괴리라는 필연적 결과를 야기하고 이에 대한 반발로서 대중노선의 모색은 정체성의 문제로 재 노정되고 그 반발로서 정체성 강화는 또 다시 대중과 괴리되게 한다. 정체성과 대중성의 순환모순, 이것이 곧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이고 모든 진보논쟁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이 해묵은 논쟁은 진보정당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야기될 것이다.


이에 나는 감히 진보신당을 향하여 “실험은 충분했다. 진보신당의 깃발을 내리라”고 권하고 싶다.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에 채워놓은 곳비를 풀라는 거다. 꿈과 이상을 놓으라는 게 아니고 꿈과 이상에 현실성을 부여하라는 소리다. 사회주의의 실험은 끝났고 평가는 부정적이다. 사회주의의 실현을 전제한 진보신당의 깃발을 이제 그만 내리자는 거다. 유럽식 사민주의와 복지국가의 실현이 꿈과 이상이라면 그것은 혁명적 좌파가 아닌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에 의해서도 단계적으로 실현 가능한 지향점이다.


심상정이 제안한 진보대연합에서 진보의 범주는 신당의 주류가 우려하듯 진보신당이 내건 진보와는 차별화되는 보다 포괄적 범주의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진보의 가치란 절대적이지 않고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르게 통용되는 상대적 가치다. 그러기에 절대 가치로서의 유일 진보나 참진보란 형용은 모순이며 ‘유일’과 ‘참’을 자처하는 건 오만이다.


사람은 누구나 기준에 따라 보수와 진보의 양면성을 동시에 갖는 존재다. 진보나 보수의 상대성을 설명할 때 흔히들 사용하는, ‘내 왼쪽의 오른쪽인 나는 상대적으로 보수이지만 동시에 내 오른쪽의 왼쪽인 나는 상대적으로 진보다‘는 궤변(?)에 대해 포용력 있는 이해를 가질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참진보나 유일 진보라는 언어적 가치에 매몰되는 오류를 범하게 되진 않을 것이다. 북한에선 자유주의자가 혁명적 진보일 수 있고 공산주의자는 부패한 보수 세력으로 낙인 될 수 있는 것처럼. 다만, 가치의 문제가 아닌 정책과 노선의 문제라면 앞서도 말했듯 이미 실험은 끝났고 평가는 부정적인 사회주의자로서의 길은 현 세기에선 결코 현실적 대안일 수 없노라고 충고하겠고 실현 가능한 꿈과 이상을 지닌 개혁적(진보적) 자유주의자의 길을 권하고 싶다. 노동자가 반드시 사회주의자여야 하는가.


진보를 상대적 가치 체계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사회주의자만이 진보인 것도 아니고 자유주의자라고 모두가 보수인 것도 아니다. 진보를 정의할 때 이 정도의 유연성만 갖춘다면 심상정이 제기한 진보 대연합을 용인 못할 바 없고 그것이 정체성을 상실한 배반이거나 변절이 되는 건 더욱 아니다. 내 눈에 심상정의 선택은 굳어 있는 정체성에 다만 온기를 더했을 뿐이다. 진보신당의 6.2지자체 선거에서 보여준 전략 전술적 실패는 바로 진보에 대한 이해의 경직성에 기인했던 필연적 결과라고 봐야할 것이다.


진보는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을 송두리째 없앨 수 없다면 실현 가능한 독소 조항부터 폐기토록 하는 것도 진보의 한 내용이다. 그 부족함을 개량이라 비난하고 부정하기 보다는 더 큰 진보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진보의 실천쯤으로 긍정하자. 진보는 부단히 변화하고 성장하는 역동적인 가치여야 한다. 한 폭의 정물화처럼 액자 속에 갇혀 꿈속에서나 만나는 ‘정형화되고 절대화된 가치’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오늘 이 글의 주제와 지극히 잘 부합하기에 신당 자게에서 본 글 한 편 링크로서 소개한다.


(http://www.newjinbo.org/xe/?mid=bd_jinbo_freeboard&page=3&document_srl=717294)



===東山高臥===

고립무원, 자중지란, 진퇴양난, 자가당착에 빠진 진보신당


진보신당의 후보들, 수고하셨습니다

진중권 http://www.newjinbo.org/xe/706422
2010.06.07 14:30:37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뭐요?"
"단일화 압박이 있는데."
"완주하셔야지요."
"일고의 여지도 없이 바로 대답하시네요."
"우리가 당을 왜 만들었습니까?"

장외 토론이 있던 날, 노회찬 후보와 나눴던 대화입니다. 지금 이런 분위기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고, 흔들리지 말고 우리 힘으로 돌파해 내야 합니다. 한나라당 세상 살아봤습니다. 이어 10년 동안 민주당 세상 살아봤습니다. 그러다가 한나라당 세상이 다시 오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포기하면 이 어처구니 없는 악순환은 영원히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저는 내 자식이 한나라당 세상에서 사는 것을 보고 싶지 않고, 민주당 세상에서 사는 것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을 만들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선거 치러냈습니다. 전국에서 수고하신 우리 후보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많은 도움 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이하 생략-링크 참조).............................................
.....................................................

//////////////////////////////////////////////////////////////////////////////

눈 밖에 난 늠은 뭘 해도 눈엣가시라더니 요즘의 내 눈에는 진중권이 그렇다.
네이버 검색 나이로 56년생과 63년생, 진중권이가 자기보단 큰 형님뻘은 될 법한
노회찬과 당원들을 대하는 꼴을 보라.
저 글을 보면서 대뜸 든 생각이, ‘허허참, 싸가지하고는!’ 였다.

진보신당의 기치가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더니 그 중 하나는 제대로 지켜지는구나 싶다.
대의 명분이 뚜렸했음에도 ‘연대’를 내팽개치고 진영의 ‘평화’를 파괴하더니
결과적으로 4대강 삽질을 끊어내지 못하고 ‘생태’도 교란하였더라.
치명적 오판으로 졸지에 신당에서 내건 4대 기치들 중 3대 기치를 몽땅 말아먹고
마지막 남은 ‘평등’의 기치라도 높이 받들 요량이었을까
전장에 나섰던 자당의 동량들을 싸잡아 ‘님’ 빠진 ‘후보들’이라 칭하며 업수이보니
마치 안방 마님이 뒷마당 마당쇠를 부르는가 싶더라.
호칭에서부터 관계 평등 지향의 그런 지픈 뜻이 있었으면 차라리 '동무들'이라 하잖고서.
내가 가진 어휘 문화 기준으로 보면 '동무님들' 보다는 '동무들'이 자연스럽고
'후보들'보다는 '후보님들'이라 칭하는 게 한결 자연스러운데
니들은 대단히 진보적이라서 그게 그런 게 아닌가벼. 별꼴이야 쯩말!

수령님께서 당원들의 노고를 가벼이 치하 하시난 듯한 시건방에 쩐다 쩔어.
진보신당이 그간 신당의 대간 뒷전에 상왕을 모셔둔 걸 미처 몰랐네.
아니지, 아무리 상왕이라도 저런 식으로는 못하지.

저건 말이다. 내 보기엔 무협지에나 나오는 마교 교주가 휘하의 당주에게 훈령을 내리거나
폭력조직의 보스가 행동대장을 부리는 모습이 아닌가.

그래, 일당의 대표가 그것도 진보신당의 대표라는 자가
‘일고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내뱉는 일개 당원의 퉁박 앞에 주눅든 모습으로
더 이상의 좌고우면할 겨를도 없이 기어이 민심을 외면하고 똥고집을 부렸던 거란 말이지.

노회찬씨, 당신 그간 저럭하고 살았수?
지금 저 시츄에이션이 당원에게 의견을 묻는 거시여?
아님 상왕이 내리는 하명을 받잡는 거시여?
민노당을 박차고 유일 진보의 야심만만한 뜻을 품고 창당했던 진보신당이
기껏 진중권의 사당화된 듯한 꼬락서니로 자족해왔던 게야?
저 대화록이 사실이라면 노회찬은 진보신당 대표 자리 때려 치앗삐라 고마.

저런 꼴로 살아온 노회찬이나,
자신의 싸가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도 창피한 줄도 모르고
저 따위 병맛 글을 당게에 버젓이 게시하고 우쭐대는 깝권이나
그 아래 댓글에서 진황제라도 납신 양 환호하며 쉴드나 쳐대는 찐빠들이나
이건 머 황구라 받들던 썩뿌의 정신나간 노빠들과는 오십보고
미련 담탱이 떠받들던 아고라의 호구둉신들과는 백보자나.
에뤠이~ 뽕, 뽕, 뽕, 뽕, 니이뮈 뽕이다!

자 보자, 지금 진보신당의 상황이 을매나 욱끼고 절박한 시츄에이션인지 함 보자고.

이기적 당심으로 민의를 저버린 탓에 민심이 이반하였으니 고립무원이고,
뜨거운 감자 심상정의 징계를 두고 당내 의견이 적대적의 기세로 분분하니 자중지란이요,
당심은 앞을 보라 하나 민심은 뒤를 보라 하니 진퇴양난이라 하겠고,
선거 전과 선거 후의 당의 입장 표명이 일관성이 없고 모순되니 자가당착에 빠졌다.
이렇듯 진보신당이 처한 작금의 시츄에이션에 부합하는 딱 좋은 말이 하나 있지.
총체적 난국!!

근데 깝권이가 이런 분위기를 예상치 못했던 것도 아니란다.
어제 행해진 방송 대담에선 이런 선거 결과를 전혀 예측치도 못했담서?

민주당 후보의 자질과 선거 판세를 들며 차라리 진보신당이 완주를 고집하는 게
여러 가지로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는 선거 후 발뺌과는 달리
선거 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수도권 3역 중 1역을
진보신당 몫으로 요구하였으나 무산된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완주를 고집하게 되었다는 평가들은 무엇인가.
대의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른 뻘짓임이 명백함에도
한 후보의 자질 부족과 민주당의 불성실한 단일화 협상 자세를 들며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태도는 결코 진보를 기치로 내건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

선거 전후 진보신당의 철딱서니 없는 처신에 화가 나고
전혀, 아주, 절대로, 결코, 진보 같잖아 뵈는 졸렬한 언변들이 같잖다.
니들 정말 진보정당이 맞긴 한 거니?
니들 혹시 지금 우물가에서 딱지치기놀이 하는 거임? 이런 우라질, 썅!!!



===東山高臥===

기가 찬다. 이런 자들이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니!



<심상정은 떠나라, 이제 그만 떠나라>란 나의 지난 글에서 노회찬이 심상정과 달리 선거 완주를 고집했던 이유에 대해서 '추측성의 의심'을 드러냈었다.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그 속내에 대해 공식적으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단지 추측만 해볼 뿐이었다.

나는 그 글에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서 행한 지난 4일 인터뷰에서 노회찬이, "단일화 문제만은 아니고 한 후보가 서울에서 민주당 구청장 후보들이 얻은 표만 얻었더라도 이겼다고 본다"며 외려 야권 단일 후보의 자질 부족과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탓하는 궁색한 항변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노회찬의 입으로 직접 언급한 것을 보진 못했지만, 그가 선거 전 여론 조사를 맹신함으로써 선거 완주를 고집했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정말 그는 그 자신의 말처럼, ‘품질 좋은 조선일보의 30년 애독자’라서 조선일보의 여론 조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었을까. 어차피 여당에 질 거 빤한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선명성이나 각인시켜보자 뭐 그런 판단으로 완주를 고집했다면, 행여 그렇다면, 그의 항변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치졸한 발뺌이거나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정세와 민심의 추이에 대한 분석이 업인 정치판과 하등 상관도 없이 살아가는 나 같은 장삼이사도 여론 조사의 맹점과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조성되는 선거판의 북풍이 역풍으로 작용할 조짐이 어느 때보다 높음을 직감하고 노회찬의 완주 고집을 못내 아쉬워했건만 진보신당의 당수라는 자가 그 정도의 좁은 시야로 서울시장을 넘봤으니 가랑이 찢어질 수밖에.”

라는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오늘에야 비로소 내가 가졌던 그 궁금증이 확연히 풀린다. 역시 노회찬과 진보신당의 상층부는 선거 판세 분석에서 치명적인 오판을 하고 있었음을 진중권의 입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이건 진중권의 말마따나 진보신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예외일 수 없고 기층민심만 선거승리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던 셈이다.

진중권은 오늘(방송: FM 98.1(07:00~09:00)) 진행된 CBS <이종훈의 뉴스쇼>에서 시사평론가 이종훈과의 방송 대담에서 선거 전 상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다.

......................................................

◇ 이종훈> 그러면 서울시에서는 그게(후보단일화) 안됐다고 보시는 겁니까?

◆ 진중권> 그렇죠. 어떤 조건들이 맞지 않았던 것이죠. 그리고 노회찬 후보는 제가 아니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야당에게 일단 가망이 없어보였거든요. 또 TV토론 보지 않았습니까? 한명숙 후보가 지지자들까지도 회의에 쌓이게 만든 상황이었고요, 그런 상황이라면 진보정당이라도 유의미한 득표를 하는 게 그나마 정치적 대의에 부합한다고 그렇게 본 거겠죠.

◇ 이종훈> 하지만 선거 결과는 좀 다르게 나와서요. 원래 생각했던 거 하고?

◆ 진중권> 그렇죠. 그것은 결과론이죠.

◇ 이종훈>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단일화 이후에 시너지 효과, 이런 것도 계산을 못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런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진중권> 아니죠, 그 때는 단일화하든 안 하든 간에 될 수 있는 가망성이 없다고들 본 겁니다. 만약에 그게 될 수 있다면 그쪽에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왔겠죠.

.............................................................................
*기사참조: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33&articleid=2010060709373247070&newssetid=16
..................................................................................

누가 아니랄까봐 과연 조뎅이 지상론자들다운 발상과 심보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담을 보며 지난 며칠 동안 썼던 내 글들에서 언급된 나의 직관에 유치한 자부심마저 들 지경이다. 그래봤자 많은 국민들이 상식으로 공유하는 수준의 직관이었구만 일헌 덴장!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하면 떠오르는 대중적 이미지는 좋게 표현하면 ‘달변가’고 나쁘게 표현하면 ‘주뎅이질’이다. 각종 시사토론에서 보여준 이들의 화끈매끈한 주뎅이질은 때론 대중들의 억눌린 속을 터뜨려주는 뚜러뻥 역할로서 그 공적을 매도할 생각은 없다. 함에도 이들의 주뎅이질에선 왠지 모를 거북살스런 느낌이 있었던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게다. ‘주뎅이로 흥한 자 주뎅이로 망할 것’ 같은 그런 불안감 같은 거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척 보면 딱 하고 와 닿는 신뢰를 보내기가 힘든 사람들이다. 제 아무리 달변이고 해박한 지식과 출중한 논쟁의 기술을 지녔대도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달하지 못하면 논쟁에선 이길지언정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순 없다. 이렇게 말하면 정녕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잖은가. 노무현! 나는 노무현이 공개 토론에서 ‘으쓱대거나 까부는’ 걸 보지 못했다. 노무현이 저 셋과 다른 결정적 차이다.(도토리 키재기지만 셋 중에 그나마 유시민은 절망적이진 않아 보인다.)

진중권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행보에 대해 불만 있는 사람들은 대표선수 라인업을 구성해서 도전하란다. 논리 대 논리로 함 붙잔다. 주뎅이질로는 남의 집 안방에 똥을 싸놓고도 큰소리칠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렇지, 그래야 진중권답다. 그런 호승심으로 지금껏 커왔는데 그 호승심을 버리면 진중권이 아니지.

노회찬이 선거 이틀 뒤 한명숙 후보의 자질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근데 오늘 진중권의 입을 통해 선거 직전 한 후보에 대한 진보신당내의 평가를 공식적으로 접하고 보니 ‘천하의 잡늠’들이란 생각마저 든다. 옳거니, 주뎅이질하는 능력으로 국민의 대표를 뽑을 거라면 진중권이가 대통령깜이네. 유시민은 국무총리 하고 노회찬이 서울시장 하면 베리 굿 '라인업'이네. 그러고 보니 진보신당 당원들도 제법 한 주뎅이질 해대니 모두 국회의원깜들이로구나, 에혀 에혀, 아서라 말어라 이 사람들아!

노회찬과 진중권 그리고 진보신당 당원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새겨들어야 할 천심을 하나 알려주마. 이번 6.2지자체 선거에서 민심은 ‘주뎅이질 잘하는 만담꾼이 아니라 어머니처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서울시장’이 탄생하길 기대했다는 거다. 머리는 빌릴 수 있지만 가슴은 빌릴 수 없다. 이건 대한민국이 선거제를 채택하는 민주 공화국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민심임을 명심하라. 그게 바로 천심이다.


===東山高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