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길



2. 진보정당의 길 - 양당 구도인가 3당 구도인가


한국적 정치 지형에서 ‘수권이 가능한’ 정당 간의 구도로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어떤 것일까? 써클 수준의 군소 잡당은 논외로 할 때 이러한 논의는 대략 아래와 같이 두 가지 큰 축에서 양당 구도인가 3당 구도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1. 한나라당(보수)+민주당(자유+보수)+진보정당(진보대연합-리버럴 진보)
2. 한나라당(보수)+민주당(자유+리버럴 진보)

나는 앞글 1편에서 진보신당은 깃발을 내리고 사회주의자의 길 대신 진보적 자유주의자의 길을 걸을 것을 권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사용된 ‘진보’는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곳비를 제거한 보다 완화된 진보를 의미하고 그렇게 보면 진보와 자유는 상극이 아닌 통합 가능한 공생의 개념이 된다. 그렇게 통합된 개념이 곧 ‘리버럴 진보’(자유주의적 진보)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유형의 정치인을 굳이 들자면 이정희, 강기갑,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유시민, 송영길 등 현재의 민주당이나 민노당 안팎에 포진한 일군의 개혁 진보적 성향의 정치인들이다. 민노당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는 분분할 수 있겠지만 민노당은 진보신당처럼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계급정당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진보적 성향의 대중정당이라는 나름의 평가에 기초했다.

어쨌거나, 상기의 분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보’의 개념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극좌’를 배제한 이해가 요구되듯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을 필두로 하는 ‘보수’의 개념에서도 ‘수구꼴통의 이미지를 지닌 극우’를 배제한 이해가 요구된다. 한나라당이라고 완전 수구꼴통 정당인 것만도 아니고 그들 역시 나라의 장래를 고민하며 각종 선거에서 과반의 유권자를 대변하는 대중정당임을 인정해야 한다. 정책과 노선이 다를 뿐 적대적 타도의 대상은 아니란 뜻이다.

이러한 이해의 기초 위에서 각론해 보면,

1번의 분류가 바로 심상정이 제기한 진보대연합이 포진된 정당 간 구도다. 제3당으로서의 진보대연합의 집권 전략은 양당 구도를 깨고 30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영국식 노동당을 그 모델로 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민노당의 초기 출범 목표도 그랬다. 민노당이 여전히 그런 목표를 지니고 있는지는 자세히 알 순 없으나 당내 분파들의 다양한 노선의 차이 속에 용해되어 있을 것이라 본다. 심상정이 제안한 진보대연합은 진보신당, 민노, 국참, 창조, 민주당 내 일부 리버럴 진보 세력까지 아우르는 보다 큰 틀에서의 진보 개혁 세력들 간의 결합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논의는 폭넓은 민주개혁세력, 진보정치세력, 그리고 시민사회 세력의 범주까지를 융합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낡은 리더십에 맞서는 진보진영의 폭넓은 결집이 되어야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기 때문에, 민주당 내의 일탈을 통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은 약해졌지만, 그것을 배제한 과거의 협소한 진보대연합이 아니라, 가치와 비젼에 기반한 연합이 필요하다."

(인용출처:6월8일자 프레시안과의 인터뷰 내용중에서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608150731§ion=01)

심상정의 진보대연합 제안에는 두 가지의 걸림이 있다. 그 첫 번째 걸림이란 진보대연합의 과정에서 진보의 순혈성을 유달리 강조하는 진보신당류의 경직된 좌파 그룹들을 과연 포괄해 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고 두 번째 걸림은 한국적 정치 지형에서 진보대연합이 민주당과의 경쟁구도에서 영국의 노동당처럼 제1야당을 넘어 수권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점이다. 이는 섣불리 언급할 수 없는 부분이겠으나 한국의 좌파나 진보정당사를 볼 때 첫 번째 걸림도 그렇고 분단 상황과 고질적인 지역주의 정치문화, 국민들의 일천한 민주주의의 경험 등을 통해 볼 때 두 번 째 걸림 역시 결코 극복이 쉬운 걸림은 아니지 싶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 제2번의 분류다. 이것은 과거 민노당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현재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인 주대환이 제안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창조한국당의 과제와 전략'이란 최근 글에서 미국식 양당 구도로 가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간략히 요약하면, 진보 대통합(진보 야당)의 약진-->민주당(자유 보수 야당) 해체-->미국식 민주당(자유와 노동이 결합된 정책 정당)으로의 발전-->보수와 리버럴 진보간의 양당 구도가 그것이다.

"결국 우리는 최종 목표는 오바마의 등장과 그가 추진하는 진보적인 정책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민주당과 같은 대안정당, 정책정당, 전국정당, 대중정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영국의 자유당(현재는 자유민주당으로 바뀌었습니다)과 노동당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영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노동 +자유’당으로서 민주당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름은 같은 민주당이지만 한국 민주당, 일본 민주당, 미국 민주당이 그 실제 모습에서는 천양지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민주당의 정체성을 영국식으로 말하면 ‘자유 +보수“당입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 특히 그 안방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는 더욱 보수적인 색깔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군소 4야당 + 알파, ‘진보대통합’으로 탄생하는 신당은 두 자리 숫자의 국민 지지, 특히 20, 3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대안야당은 민주당을 서서히 폭파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 ‘폭파’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지만 장기적인 경쟁을 통해서 서서히 일어나게 될 것이며, 민주당은 커다란 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먼저 선진적인 정당 문화에서 그러할 것이고, 국민의 생활 현실에 밀착한 정책에서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민주당을 구성하고 있는 오랜 ‘자유 +보수’연합은 그 압력을 받아 해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용출처:창조한국당의 과제와 전략 - http://blog.daum.net/dlwhdghk2131/13274082)

기본적으로 나의 입장은 주대환에 가까우나 민주당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차별성을 두고 싶다. 주대환이 제시한 로드맵에서처럼 '진보대통합 야당'의 성장에 따른 민주당의 자동 폭파가 자연발생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성장을 거친 진보대통합 진보야당이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이룬 뒤에 리버럴 진보세력이 '주도적으로'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여 민주당을 온전히 접수함으로써 한국의 정당 구도를 보수정당 대 리버럴 진보정당 간의 양당 구도로 완성시키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현재 민주당의 성격은 주대환이나 진보 세력이 통상적으로 규정하듯 한나라당과 큰 차별성 없는 리버럴 보수들의 온상인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 속에는 안희정이나 이광재 같은 일단의 리버럴 진보 성향의 그룹이 이미 성장하고 있고 자유+보수적 성격에서 서서히 자유+리버럴 진보의 초기적 결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들과 별도로 탄생하는 진보대통합 세력은 이번 지자체 선거와 마찬가지로 사안에 따라 민주당과 정책 연대를 통해 민주당내 리버럴 진보 세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강화시켜 주는 것과 동시에 이들이 자유보수화 되는 걸 경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로드맵에도 역시 두 가지의 걸림이 있다. 첫째의 걸림은 민주당내 고질화된 지역주의 정서다. 노무현을 위시한 열린우리당 세력들도 결국 넘어서지 못했던 민주당 개혁의 최대의 적이라 하겠다. 누군가는(민주당내 노무현 탄핵을 주도하던 김경재란 늠?) 낑겨들 곳을 찾지 못하자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평민당이란 이름까지 부활시켜 지역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추태를 부리는 걸 보면 지역주의 정서가 저리도 질긴 건가 싶기도 하다. 허나 이 문제는 점차 극복되어 갈 거라 본다. 오랜 기간 지역주의 정서에 기대어 수혜를 입었던 민주당내 기존 보수 세력들의 자연 수명이 다해가는데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도 드러났다시피 전국민적 정서도 지역주의를 넘어 진화하고 있다.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기에 이것은 큰 걸림이라 볼 순 없다.

두 번째 걸림이라 함은 진보대통합 세력이 국민적 지지를 통해 제3당으로 확고히 성장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다. 아집과 욕심! 떡 본 김에 굿 하려는 욕심 같은 것이다. 어라, 이거 잘 하면 되겠는데 하는 욕심으로 민주당을 배제한 채 영국의 노동당처럼 제1야당을 넘어 단독으로 수권 정당이 되고 말리라는 아집! 87년 대선 때 김대중의 평민당과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간의 아집과 욕심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번 6.2지자체 선거에서 진보신당이 드러낸 아집과 욕심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을 잘 되새기면서 다분히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정치판에선 결코 그저 주어지는 떡고물이란 없다. 주대환의 상상처럼 민주당이 자연도태될 일은 결코 없을 것이고 심상정이 구상하듯 영국 노동당식의 단독 플레이로 진보대연합이 수권 정당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은 지난 6.2지자체 선거에서 진보신당 노회찬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가능성만큼이나 요원해 보인다. 지나치게 비관적인가?

손때 덕지덕지 묻은 보고 또 보는 옛 필름이지만 아무쪼록 진보신당 발 진보대연합 논의가 진보진영의 전체 화두로 자리하고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맘이다. 며칠 간 아무도 봐주지 않는 산골 오두막에 제사상 차려 놓고서 감 놔라 배 놔라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며 놀고 있다는 느낌이다. 홧김에 들렀던 신당 게시판에서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면서도 질리지 않고 떠들어대는 어제의 용사들을 보면서 한편에서는 그 빛바랜 열정들이 부럽기도 했다, 훗. 건강들 하시람. 더불어 함께 건강하고 오래 오래 잘 묵고 잘 살자고 하는 일들 아닌감. 아무리 꼭지가 돌고 뚜껑이 열리더라도 식도는 애무해감서 쌈질하셤. 회찬 형, 상정 언니, 진보신당 당원들 모두 잘 해 낼 거라 믿오. 멀리 바닷가 동산고와에 누워 횽아, 언냐들의 건투를 기대하빈ㄴ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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