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찬다. 이런 자들이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니!



<심상정은 떠나라, 이제 그만 떠나라>란 나의 지난 글에서 노회찬이 심상정과 달리 선거 완주를 고집했던 이유에 대해서 '추측성의 의심'을 드러냈었다.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그 속내에 대해 공식적으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단지 추측만 해볼 뿐이었다.

나는 그 글에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서 행한 지난 4일 인터뷰에서 노회찬이, "단일화 문제만은 아니고 한 후보가 서울에서 민주당 구청장 후보들이 얻은 표만 얻었더라도 이겼다고 본다"며 외려 야권 단일 후보의 자질 부족과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탓하는 궁색한 항변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노회찬의 입으로 직접 언급한 것을 보진 못했지만, 그가 선거 전 여론 조사를 맹신함으로써 선거 완주를 고집했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정말 그는 그 자신의 말처럼, ‘품질 좋은 조선일보의 30년 애독자’라서 조선일보의 여론 조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었을까. 어차피 여당에 질 거 빤한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선명성이나 각인시켜보자 뭐 그런 판단으로 완주를 고집했다면, 행여 그렇다면, 그의 항변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치졸한 발뺌이거나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정세와 민심의 추이에 대한 분석이 업인 정치판과 하등 상관도 없이 살아가는 나 같은 장삼이사도 여론 조사의 맹점과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조성되는 선거판의 북풍이 역풍으로 작용할 조짐이 어느 때보다 높음을 직감하고 노회찬의 완주 고집을 못내 아쉬워했건만 진보신당의 당수라는 자가 그 정도의 좁은 시야로 서울시장을 넘봤으니 가랑이 찢어질 수밖에.”

라는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오늘에야 비로소 내가 가졌던 그 궁금증이 확연히 풀린다. 역시 노회찬과 진보신당의 상층부는 선거 판세 분석에서 치명적인 오판을 하고 있었음을 진중권의 입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이건 진중권의 말마따나 진보신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예외일 수 없고 기층민심만 선거승리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던 셈이다.

진중권은 오늘(방송: FM 98.1(07:00~09:00)) 진행된 CBS <이종훈의 뉴스쇼>에서 시사평론가 이종훈과의 방송 대담에서 선거 전 상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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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훈> 그러면 서울시에서는 그게(후보단일화) 안됐다고 보시는 겁니까?

◆ 진중권> 그렇죠. 어떤 조건들이 맞지 않았던 것이죠. 그리고 노회찬 후보는 제가 아니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야당에게 일단 가망이 없어보였거든요. 또 TV토론 보지 않았습니까? 한명숙 후보가 지지자들까지도 회의에 쌓이게 만든 상황이었고요, 그런 상황이라면 진보정당이라도 유의미한 득표를 하는 게 그나마 정치적 대의에 부합한다고 그렇게 본 거겠죠.

◇ 이종훈> 하지만 선거 결과는 좀 다르게 나와서요. 원래 생각했던 거 하고?

◆ 진중권> 그렇죠. 그것은 결과론이죠.

◇ 이종훈>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단일화 이후에 시너지 효과, 이런 것도 계산을 못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런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진중권> 아니죠, 그 때는 단일화하든 안 하든 간에 될 수 있는 가망성이 없다고들 본 겁니다. 만약에 그게 될 수 있다면 그쪽에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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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참조: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33&articleid=2010060709373247070&newssetid=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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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니랄까봐 과연 조뎅이 지상론자들다운 발상과 심보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담을 보며 지난 며칠 동안 썼던 내 글들에서 언급된 나의 직관에 유치한 자부심마저 들 지경이다. 그래봤자 많은 국민들이 상식으로 공유하는 수준의 직관이었구만 일헌 덴장!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하면 떠오르는 대중적 이미지는 좋게 표현하면 ‘달변가’고 나쁘게 표현하면 ‘주뎅이질’이다. 각종 시사토론에서 보여준 이들의 화끈매끈한 주뎅이질은 때론 대중들의 억눌린 속을 터뜨려주는 뚜러뻥 역할로서 그 공적을 매도할 생각은 없다. 함에도 이들의 주뎅이질에선 왠지 모를 거북살스런 느낌이 있었던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게다. ‘주뎅이로 흥한 자 주뎅이로 망할 것’ 같은 그런 불안감 같은 거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척 보면 딱 하고 와 닿는 신뢰를 보내기가 힘든 사람들이다. 제 아무리 달변이고 해박한 지식과 출중한 논쟁의 기술을 지녔대도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달하지 못하면 논쟁에선 이길지언정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순 없다. 이렇게 말하면 정녕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잖은가. 노무현! 나는 노무현이 공개 토론에서 ‘으쓱대거나 까부는’ 걸 보지 못했다. 노무현이 저 셋과 다른 결정적 차이다.(도토리 키재기지만 셋 중에 그나마 유시민은 절망적이진 않아 보인다.)

진중권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행보에 대해 불만 있는 사람들은 대표선수 라인업을 구성해서 도전하란다. 논리 대 논리로 함 붙잔다. 주뎅이질로는 남의 집 안방에 똥을 싸놓고도 큰소리칠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렇지, 그래야 진중권답다. 그런 호승심으로 지금껏 커왔는데 그 호승심을 버리면 진중권이 아니지.

노회찬이 선거 이틀 뒤 한명숙 후보의 자질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근데 오늘 진중권의 입을 통해 선거 직전 한 후보에 대한 진보신당내의 평가를 공식적으로 접하고 보니 ‘천하의 잡늠’들이란 생각마저 든다. 옳거니, 주뎅이질하는 능력으로 국민의 대표를 뽑을 거라면 진중권이가 대통령깜이네. 유시민은 국무총리 하고 노회찬이 서울시장 하면 베리 굿 '라인업'이네. 그러고 보니 진보신당 당원들도 제법 한 주뎅이질 해대니 모두 국회의원깜들이로구나, 에혀 에혀, 아서라 말어라 이 사람들아!

노회찬과 진중권 그리고 진보신당 당원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새겨들어야 할 천심을 하나 알려주마. 이번 6.2지자체 선거에서 민심은 ‘주뎅이질 잘하는 만담꾼이 아니라 어머니처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서울시장’이 탄생하길 기대했다는 거다. 머리는 빌릴 수 있지만 가슴은 빌릴 수 없다. 이건 대한민국이 선거제를 채택하는 민주 공화국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민심임을 명심하라. 그게 바로 천심이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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