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슈퍼

작성자:햇볕
작성일:미상



근무하는 학교 후문 쪽에 조그마한 지하 구멍가게가 있습니다. 이름은 햇볕슈퍼입니다. 이름만 햇볕슈퍼지 햇볕이라곤 지면에 닿은 창틀에서 새들어오는 정보지 반 장 크기의 햇살이 전부입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빵들은 곰팡이가 풀풀 날 정도로 유통기간이 지나있고 알루미늄 음료수 캔들은 입댈 부분에 녹이 슬어있습니다. 담배만 사러 오는 이 슈퍼에 세 번째 날인가 용기를 내어 가게이름에 관해 묻기로 합니다.

-이름이 예쁘네요, 가게…….

주인은 그냥 웃기만 합니다.

-빨리 돈 버셔서 진짜 햇볕 잘 드는 곳으로 이사 가셔야겠어요.

그는 디스 한 갑을 건네며 계속 웃기만 합니다. 저는 ‘해가 따로 없구나. 밝게 웃는 그가 바로 해로구나’ 생각합니다.


담배은박지 끈을 당기며 밖으로 올라오는데,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오, 찬란도 하여라. 대한민국 4월, 세 2시의 진정한 햇살! 아, 신이 있다면 부디 저 슈퍼, 이름값하게 하옵소서!


밀가루반죽에다 팥덩이와 햇볕 몇 조각을 집어넣던 모퉁이 붕어빵아줌마가 천원어치 빵이 익을 때까지 들려줍니다. 햇볕이는 교통사고로 죽은 그의 외동아들이며 작년엔 자궁암을 앓던 걔 엄마마저 세상을 떠났노라고……. 구워지는 붕어빵의 꼬리가 유난히 길어 보입니다. 지금도 목구멍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written by '햇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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