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인자의 천형

작성자:루울
작성일:2010.01.03



권씨는 2만장의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글쓰기를 중단하는 것은 뽕쟁이가 뽕을 끊는 것과 다름 없으며, 당장의 암울한 현실을 날것으로 감내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의 기록벽을 보면 눈치챌 수 있겠지만, 진실을 구석에 처박고 자신까지 속여왔던 권씨는 내면의 균열과 정신적인 불안을 강박적인 글쓰기로 틀어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틀어막아도 비집고 나오는 불안과 초조함은 관찰자의 눈을 속이지 못한다.


나를 포함한 몇 사람들은 추리를 하며 실수를 했음을 인정했다. 그들과 광신도들이 보여 준 행각은 현상이나 사건이라기보다는 '증상'에 가까웠다는 것을 뒤늦게야 파악했기 때문이다. '증상'을 사건으로 간주하고 분석했으니 의문점이 풀릴 리가 없었다.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진실앞에 고개 숙이는 자들이었다면. 증상을 가진 자들이 아니라 사건을 다루고자 했던 사람들이었다면, 그들은 논박을 원천 차단한 채 강박적으로 글을 쓰며 자신을 낭떠러지까지 몰고 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미 수차례 살펴본 바와 같이, 권씨가 살아온 발자취는 그가 죽을 때까지 글쓰기를 멈출 수 없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의 기록들은 수많은 변명들의 포트폴리오였으니까. 나는 그가 앞으로도 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고, 그것을 변명하며 자신이 만든 수많은 가상의 괴물과 적들의 시달림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예언한다.


이진법의 변명이 십진법의 그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을거라는 건 그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그가 한 자 한 자 비장하게 눌러쓰는 격문이 권씨 자신의 목을 졸라 죽게 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것도. 그런 면에서 글쓰기야말로 그에게 주어진 확실한 벌이다. 하면 할수록 자신의 목을 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것. 그게 진실을 똥자루에 처박아버리고 자신도 속인 자의 천형이다.


written by '루울'
(이 글의 저작권은 '루울'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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