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세상엔 아픔들이 참 많습니다.

붓다는 세상 아픔들을 가시우고자
왕좌를 마다하고 누더기를 걸친 채
보리수나무 아래 가부좌를 틀었고
예수는 가시관을 두르고 십자가를 메고서
골고다의 언덕을 걸었습니다.

붓다나 예수만큼은 아녀도
사람이란 무릇 세상의 아픔에 천착하면
도가 트나 봅니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아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내 앞가림이 바빠
주변의 아픔을 돌아보는 일에
많이도 무뎌졌습니다.

젊어 한 때는
세상의 아픔에 천착하여 답을 구하매
큰 것을 뒤집어 세상의 아픔을
한 방에 걷어 내리라는 만용도 부렸으나
그게 헛방임을 알았습니다.

아픔은
큰 거 한 방으로 뒤집는 것이 아니라
형제 간에 이웃 간에 토닥토닥 나누는
작은 情으로 쪼개는 것이라는
그 범상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꽤 먼 길을 공전했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아픔을 느끼며
남몰래 작은 희망을 갈무리합니다.

아픔을 쪼개는 작은 情으로만 화답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난' 다만
내 갈무리해둔 희망이
쑥쑥 잘 자라기만을 기도합니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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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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