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예단컨대, 이번 선거 어렵게 됐다

‘원순씨’가 이래저래 욕본다. 짧은 기간 동안 가히 난도질이라 할 만큼 학력, 병력, 가족력 등 온갖 이력들이 대중들 앞에 낱낱이 까발겨지는 ‘원순씨’를 보자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어쩌랴, 남을 밀어내며 나섰으니 스스로 감당해야할 몫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정치판에 출사표를 던진 신인들에겐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큰 프리미엄일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면 검증이란 냉혹한 절차를 거치기 전의 한시적인 프리미엄일 뿐이다. 검증의 절차를 무사통과 했을 경우엔 기성 정치인들에게 식상해 있는 대중들의 지지를 보다 손쉽게 확보하며 탄탄대로를 걸을 수도 있겠으나 그게 어디 녹록한 일이던가.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기성 정치인들의 강력한 견제와 어지간해선 잘 속지 않을 만큼 영악해진 대중들이 부라리는 매의 눈을 제대로 무사통과한 정치 신인을 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원천적으로 맑고 투명한 삶의 이력을 지니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오염된 연못 속에서 비늘에 때 끼지 않고 홀로 반짝반짝 우아하고 고상한 자태를 지닌 붕어가 있긴 한 걸까?


'원순씨'측에선 상대후보에 비해 들이대는 검증의 잣대가 가혹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불평할 일이 아니라 감내해야 할 일이다. ‘원순씨’는 오랜 시민운동 경력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로부터 지지선언을 받기 전까지는 사전 지지율 조사에서 후보군들 중 가장 말단에 속하는 그야말로 정치신인 중의 신인이었다.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시민운동가로서의 깨끗한 이미지로 야권통합후보의 자리를 꿰찬 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사뭇 컸다. 50%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던 안철수가 5%도 안 되는 지지율의 ‘원순씨’에게 흔쾌히 자리를 양보했을 때 그의 이름 석 자조차 몰랐던 대중들은 당연히 뭔가 대단한 게 있나 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 집중적인 검증을 거치면서 그 ‘대단한 뭔가’에 대한 기대는 거듭된 실망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그 대단함이란 게 일정 부분 허세와 과장으로 포장된 것임을 확인하는 순간 대중들의 눈은 갈 곳을 잃었다. 흔들리는 중도의 표심들이 돌연 투표소를 외면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11018030219721h2&linkid=20&newssetid=455&from=rank


선거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저조할 때는 여권에 유리하고, 여론조사 결과가 박빙일 때는 야권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해왔다. 이번 선거에서만은 야권은 전자의 경우든 후자의 경우든 결코 유리할 게 없어 보인다. 야권 정당 후보가 아닌 야권통합후보로 추대된 무소속 후보이기에 전통적 야권 표심의 결속력이 약한데다 선거 초반 야권에 호의적이었던 중도층의 표심이 확연하게 흔들리는 모양새이기에 그렇다.


야권 표심의 결속력이 약하다는 건 박빙의 여론조사결과에서 드러나지 않는 숨은 표심이 야권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하던 전통적 분석이 빗나갈 수도 있는 상황임을 시사한다. 게다가 선거초반에 비해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흔들리는 중도층을 중심으로 투표 무관심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투표율도 저조할 가능성이 꽤 높다.


이명박과 오세훈의 실정에 대한 민심의 이반과 안철수의 등장은 서울시장을 따 논 당상으로 여길 만큼 야권통합후보에겐 호재였으나 ‘원순씨’의 투명하지 못한 삶의 이력이 혹독한 검증대 위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초반 우위를 다 까먹고 말았다.


역대 최악의 저질 네거티브 선거라고 투덜대며 흥분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타블로를 따라 배우지 말랬건만 제기되는 의혹들을 해명하는 일에 엉거주춤, 어영부영, 두리뭉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지금껏 그랬다.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는 않고 깨끗한 선거 문화를 위해 대응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하면 그대로 믿어줄 사람 몇이나 될까. 부부라도 말하지 않으면 서로의 속을 쉬 헤아릴 수 없는데 해명치도 않고 그 ‘고상한’ 속내를 대중들이 알아주길 기대했을까. 꿈도 야무졌다. 대중들을 과대평가했거나 자신을 과대평가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게다.


조심스럽게 예단컨대, 이번 선거 '굉장히' 어렵게 됐다. 판이 클수록 정치신인을 후보로 내세우는 일이란 모험에 가까운 일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구관이 명관이란 소리가 아니고 출사표를 던지는 자는 대중 앞에 나서기 전 수신 제가와 자기검증을 온전히 한 연후에 출사표를 던지라는 주문이다. 나랏일이란 게 가슴 뜨겁다고 무작정 나설 일은 아닌 듯하다. 안철수에게도 드리는 말씀이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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