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의 '폭탄주'와 안상수의 '보온병'





가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무지와 무례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초중등 정규과정 학력만 되어도 알 만한 상식과 분별력조차 갖추지 못한 그들의 저급함에 우리는 때론 놀람을 넘어 분노키도 한다.

거지가 워렌 버핏에게 주식을 가르치려 들고 유영철이 공자에게 예를 가르치려 든다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켜보는 이도 그 어이없음이 버거울 게다. 위정자들의 저급함을 바라보는 대한국민들의 가슴이 몹시도 버겁다.

이명박 정부 이래 국민들을 몹시도 불편케 했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마사지걸을 언급하면서 ‘못 생긴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는 천박한 농지거리로 음지 문화에 대한 나름의 축적된 식견(?)을 보여준 바 있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국회 대정부 질문 중에 일제의 세균전 부대인 ‘731부대’를 항일 독립군 부대라고 답했다가 서울대 총장 출신의 이력에 망신살이 뻗친 바 있다.

초중등 수준의 식견도 없는데다 분별력조차 없는 자들이 사회지도층 인사랍시고 군림하고 거들먹거리는 꼬락서니에 국민들의 한숨 소리가 그칠 날이 없다.

그런 분들께서 며칠 새 또 한 건 했던 모양이다.

연평도 포격 다음날인 11월24일, 현장을 둘러보던 송영길 인천시장이 피폭으로 폐허가 된 구멍가게에서 포화에 그을린 소주병을 하나 발견하고는 ‘소주가 그대로 남아있다. 완전 이거는 진짜 폭탄주네!’라고 했단다.

관내 수장이란 자가 생사길을 오가며 주민들이 당했을 고통을 교감하기는커녕 그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길래 그 와중에 폭탄주나 떠올리는 농지거리라니! 수행하던 참모들이나 취재하던 기자들의 박장대소를 기대하면서 자신의 센스 있는 유머 감각을 스스로 대견스러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베트남과 광주에서의 술판 전력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두만 생사가 걸렸던 전장의 한켠에서 폭탄주나 떠올리다니 아직도 취중이란 말인가.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송영길 인천시장이라는 작자가 어쩌고 저쩌고’ 했다더니 저 정도면 가히 ‘작자’란 소리가 딱이다 싶다. ‘작자’란 소릴 들어도 할 말도 없겠다.

근데 어이쿠나, 웬걸 그보다 한 술 더 떤 '작자'가 또 있더라.

역시 11월24일, 뒤질 새라 잰걸음으로 연평도로 달려간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가 송영길 홀로 욕먹으면 무료할까봐 기꺼이 쌍욕의 들러리가 되길 자처했단다. 그렇지, 비상시국에 여와 야가 따로 있나요, 욕을 먹어도 여와 야가 한 통속 듀엣으로 먹어야 준전시 국가적 위기에서 적전분열이 아닌 대동단결의 모범을 보이는 거지 후아후아~.

피폭 후 폐허가 된 민가를 둘러보던 안상수 대표가 잔해 속에서 쇠통 두 개를 발견하고는 취재진들에게 무슨 산삼이라도 발견한 심마니처럼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외쳤단다. 이에 질 새라 안상수 대표를 수행한 육군 중장 출신의 황진하 의원은 한 술 더 떠, 취재진에게 작은 쇠통은 76.1mm포, 큰 쇠통은 122mm 방사포탄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다운(?) 아주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고 한다. 근데 기자가 쇠통에서 상표를 발견하고는 자세히 살펴보니 어렵쇼 이건 '보온병'!

이거 이 대목에서 웃어야 되나요, 울어야 되나요?

약방의 감초도 모르던 늠이 도라지를 발견하고는 ‘심 봤다!’를 외쳤으니, 아휴 쪽 팔려, 쪽 팔려, 쪽 팔려. 담번엔 불에 그을린 참치캔을 지뢰라고 외칠 위인들 아니신가. 병역미필자 상수형, 제발 군대 좀 가자! 황의원님, 별 세 개는 고도리로 따신 똥광에 똥별이셨던가요?

이런 니미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나 광역시장이나 여당 대표나 육군 장성이나 어차피 이 늠이 저 늠, 그 늠이 이 늠, 저 늠이 그 늠, 한결같이 상식과 분별력은 애저녁에 안드로메다로 출장 보내신 분들이 통치하고 있으니 대가리 피도 안 마른 젊은이가 반도의 북쪽을 호령하면서 남녘땅에 포탄 몇 알 쑤셔 박는 호승심을 부리는 거야 무에 그리 심혈을 기울일 만한 대수도 아녔던 게지.

온 세상이 호구로 보는 이 땅의 위정자들이여 부디 바라기는, 워렌 버핏 같은 돈재주를 부리라고도 하지 않고 아인슈타인 같은 총기를 가지라고도 하지 않고 예수나 붓다 같은 인품을 가지라고도 하지 않을 테니 그저 앉을 자리 설 자리 정도는 분간하는 분별력과 아군과 적군 정도는 식별해내는 상식과 보온병에 서린 서민들의 애환을 교감하는 인정 정도는 보여주기를 헛된 바람인 줄 알면서 바라고 또 바라본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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