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장자연 사건...갖다 바치는 봉헌의 문화



1.봉헌 [奉獻, offerings]

가톨릭 교회에서 신자들이 미사·성사 집행·전례, 또는 심신 행위와 관련하여 자발적으로 바치는 예물이다. 봉헌의 근본적인 목적은 하느님에 대한 흠숭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봉헌을 통해 하느님의 최상의 주권을 인정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은혜를 구하며,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또한 죄에 대한 속죄의 행위로서 하느님께 어떤 예물을 봉헌한다. 봉헌의 2차적인 목적은 예식을 유지하고 그 예식에 위임된 직무자들의 생활을 위한 것이다. 처음에 봉헌물은 자발적으로 바치는 것이었으나, 점차 신자들의 신앙심이 감소하면서 봉헌물이 줄어들어 이미 5세기에 와서는 의무적인 경향을 보였다.
-출처/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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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로 나뉜다. 힘은 때론 상대적이고 때론 절대적이다. 고양이는 쥐 앞에선 절대적 힘을 행사하지만 사나운 개 앞에선 자신이야말로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될 뿐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나 봉헌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봉헌은 자발적 봉헌과 강제적(의무적 봉헌)으로 나뉜다. 서울 시장 재직 당시 이명박 장로가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천명한 건 자발적 봉헌의 의지였지만 장자연양의 소속 기획사가 ‘31인의 악마’에게 장자연양을 봉헌하듯 갖다 바친 것은 어떤 성격의 것일까?

봉인되다시피 했던 장자연양의 사건이 다시 뜨겁다. 갖다 바친 자들은 단죄되었으나 봉헌을 요구한 31인의 악마들은 ‘무혐의’로 지금껏 건재하다. 며칠 전 뉴스에서 죽은 자연양이 남겼다는 편지들이 세상에 재개봉되었을 때 놀라서 다들 밥숟갈을 눈으로 디밀었겠다. 아니다. 그런 뉴스가 보도되리란 걸 이미 알고 있을 만한 힘 있는 자들인 만치 눈깔 하나 깜빡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밤의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천하에 힘 있는 나으리들 아니신가, 뜨아.

위 네이버 백과사전의 설명을 아래와 같이 바꿔 보았다.

2.봉헌 [奉獻, offerings]

한국 사회에서 힘 없는 자들이 사업이나 인사, 또는 여타의 이권과 편의를 목적으로 힘 있는 자들에게 자발적으로 바치는 예물이다. 봉헌의 근본적인 목적은 힘 있는 자들에 대한 흠숭이다. 그러므로 힘 없는 자들은 봉헌을 통해 힘 있는 자들의 최상의 힘을 인정하고, 힘 있는 자들로부터 은혜를 구하며,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또한 청탁에 대한 속죄의 행위로서 힘 있는 자들께 어떤 예물을 봉헌한다. 봉헌의 2차적인 목적은 힘의 질서를 유지하고 그 질서에 위치된 권력자들의 신선놀음을 위한 것이다. 처음에 봉헌물은 자발적으로 바치는 것이었으나, 점차 힘 없는 자들의 경계심이 증대하면서 봉헌물이 줄어들어 근래에 와서는 반강제적인 경향을 보였다.
-출처/동산고와 백과사전

‘봉헌’에 대한 네이버 백과사전의 설명을 풍자하면서 못내 씁쓸하다. 재작년 자연양이 죽음으로써 세태를 고발했을 당시에도 우리는 이미 일의 결말을 예측했었고 그 예측대로 유야무야 봉합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언급되는 31인 악마의 명단에는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밤의 대통령이 끼어 있었기에 그랬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그 어떤 비리와 부정에도 건재하듯 대한민국 사회에는 그런 밤통령들이 많고 자연양 사건에 연루된 모일간지 사주 또한 그런 그들 중의 1인이다. (재개봉된 편지의 글들이 사실이라면) 자연 양은 편지에서도 그를 악마들 중의 짱급으로 언급했다. 대기업 임원이니, 방송국 PD니, 연예기획사 대표니 하는 나부랭이들은 운 좋게도 짱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소리가 있지만 이들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면죄부를 득템하는 행운을 누렸다.

노무현 정부 치하에서라면 모를까 장담컨대, 이명박 정부는 절대 '31인의 악마'를 못 잡는다. 그들 중의 ‘악마의 짱’뿐만 아니라 나머지 악마들조차 단 1명도 건드리진 못할 거다. 이 사건의 성격이 그렇다. 편지에 언급된 그 누구라도 단죄될 경우 나머지 모두도 단죄되어야만 한다. 밤통령을 쳐낼 용기가 없으니 피라미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사법부의 권위는 땅바닥이다. 많은 결함을 지닌(때론 그들과 야합하는) 정부가 ‘감히’ 밤의 대통령을 쳐낸다는 건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쥐 앞에선 절대적 힘을 지니고 거들먹거리는 고양이도 개 앞에선 쥐 꼴이다. 이명박 정부의 온갖 비리를 폭로하고 초토화시킬만한 만한 절대적 힘을 지닌 밤통령이 개라면 이명박 정부는 개 앞에서 기죽은 고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자 시절 밤통령을 ‘알현’하고 머리를 조아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이명박 장로가 서울시나 대한민국을 하나님이 아니라 밤통령에게 봉헌한다고 하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다. 자연 양이 죽어서 하나님께 고발을 해도 하나님도 어쩌지 못하는 밤통령을 뉘라서 ‘감히’ 단죄하겠는가. 내 볼 땐 죽은 노통 말고는 밤통령을 단죄할 수 있는 대통령을 앞으로라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이런 비관적인 결말을 예측하는 게 죽은 자연 양에겐 참으로 미안하다. 대한민국엔 밤통령들이 한둘이 아니다.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진 기득권 집단들 간의 합종연횡의 힘은 참으로 공고하고 작금의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이다. 서로의 흠을 약점으로 잡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생공멸의 연대감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명줄을 끊기란 혁명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다. 인터넷 여론의 불길이랬자 또 다른 흥밋거리가 하나 터지면 곧장 사그라들고 마는 즉흥적인 것이라 자연 양의 그 억울함과 원통함을 근원적으로 풀 길 없음에 내 가슴 또한 먹먹하고 답답하다.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선인이 없다. 갖다 바쳐야 사는 봉헌의 세상, 어둠의 자식들이여! 이명박 장로여,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면 하나님이 과연 이 어둠을 걷어줄 능력과 권세와 정의를 보여줄 거란 믿음은 있는가? 장자연 양 사건을 그대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기준으로 정의롭게 해결치 못한다면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악마인 것을.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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