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 노래를 찾는 따뜻한 사람들


지난 1주일 연예가의 핫이슈였던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마지막 가는 길에 160분 특집 편성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열 일 제치고 볼 열성은 없었기에 본방을 놓쳤다. 그래도 첫 장을 봤으니 끝장도 보리라는 맘으로 또 쿡TV 다시보기를 뒤졌다.

괜찮았다. 볼만했다. ‘노래는 따뜻한 것’이라는 정엽의 말은 지난 일주일 동안 나가수 사태가 일으킨 굉음에 대한 정리였다. 노래를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교감할만한 깔끔한 정리였다. 3월27일 무대에서 과연 노래는 따뜻했다.

‘진작 좀 그러지’라는 아쉬움은 나가수에 관심을 가졌던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맘일 거다. 시차로 보면 나가수에 대한 비판이 일기 전의 방송분이니 시청자들의 비판 후 때늦은 자각이 아니라 3회 방송 이후 나가수 스스로 정돈하고 있었던 셈이다. 나가수 특집 방송은 떠나는 사람들의 최후변론과도 같았다. 적어도 그들 스스로 잘못했음을 이미 알고 그 잘못을 메우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는 진심만은 통했다.

20년차 베테랑 가수의 마이크를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떠는 모습에서 그가 느꼈을 중압감이 충분히 헤아려지고 나가수에서의 꼴등과 재도전을 통해 인생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자신의 고백처럼 그는 대중들 앞에 다시 태어난 모습을 보였다. 내가 왜?라는 건방은 사라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겸손을 보면서 대중들은 그에게 보냈던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다시 그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노래는 따뜻한 거니까.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10327021600883b8&linkid=4&newssetid=1352

김영희 PD가 노래를 알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연예가에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TV에서 노래가 사라진 지 꽤 오래인 듯싶다. 어느 순간 노래가 사라진 자리에는 성형과 춤이 들어섰다. 더 이상 노래는 따뜻하지 않았고 말초적이었다. 노래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보다는 꿀벅지와 식스팩으로 눈을 자극한다. 이제 막 원초적 본능의 싹을 틔우는 청소년들만 자지러지고 열광했다. 노래를 통해 삶을 음유하던 청중은 사라지고 더불어 삶을 노래하는 가수들도 사라졌다. ‘진실된 음악인들이 조명 받을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윤도현의 말은 그런 세태를 반영하는 탄식처럼 들렸다.

김영희 PD가 나가수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기획 의도를 나가수에 참여한 가수들의 입을 통해 엿보게 된다.

박정현 : 우리가 어떻게 음악을 하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
백지영 : 오직 노래 그 자체에 집중케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김건모 : 인생에서 새로운 발을 내딛는 출발점에 ‘똑바로’ 설 수 있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김범수 : 서바이벌이라는 구도보다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아 달라.

김범수의 말은 시청자들에 대한 당부가 아니라 참여가수들 스스로가 진즉에 자각했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정엽의 아름다운 퇴장도 한 번의 실수를 통한 자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 아픈 만큼 성숙해진 모습은 어쨌든 보기에 좋았다.

'잘하는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거, 그런 것들이 경쟁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소라의 멘트야말로 참노래를 찾는 사람들인 나가수 제작진과 가수들, 그리고 나가수에 괸심을 보였던 많은 대중들 모두의 염원을 잘 갈무리해낸 한 마디였고 나가수의 존재의 이유처럼 들렸다. 무슨 일이든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최선을 다한 후에 혼과 진이 다 빠진 사람들은 아름답다 못해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나가수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열창 끝에 기진맥진해하던 그들 모두는 아름다운 가수들이었다. 참으로 간만에 제대로 노래하는 가수들을 보았다. 나는 가수다라는 호언이 결코 부끄럽지 않을.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10330113259952n2&linkid=4&newssetid=1352
(2011.03.30 추가)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10331114756203e7&linkid=63&newssetid=487&from=rank
(2011.03.31 추가)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10328205600956b8&linkid=4&newssetid=1352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했을 경우 변명없는 깔끔한 사과는 그 진의를 의심받지 않게 한다. 이번 일은 비단 나가수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원칙과 유연성의 경계에서 흔들거리는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김건모의 표현처럼 '똑바로' 설 수 있는 큰 계기와 교훈이 되었지 싶다. 시청자들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그 열정들에 큰 박수를 보내며 부디 잘 수습해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당신들에게 매를 든 사람들 역시 따뜻한 노래를 찾는 따뜻한 사람들이기에.


===東山高臥===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