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세상의 블로거들이 앉아서 천리 앞을 내다보는 천리안을 가진 것도 아니고, 아니 계신 곳이 없이 전지전능한 하늘님도 아니기에 세상만사 팩트에 근거해서 미주알고주알 뇌까릴 순 없는 일이다.

블로거들의 포스팅은 팩트에 근거한 공개용 기사나 학위를 위한 연구논문을 쓰는 게 아니기에 블로그에 쓰여지는 생각이나 주장은 자유분방하기 이를 데 없고 지나치게 주관적일 때도 많다. 깊은 산중의 암자처럼 찾는 이 하나 없이 고즈넉해도 그저 제 잘난 맛 하나로 거침없이 포스팅하는 그런 정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생한 원시성이야말로 무명블로그들의 글이 지닌 매력의 원천이다.

공인된 프로 글꾼들이나 유명블로거들과는 달리 무명블로거들에겐 자신의 글을 쓸 때 파급력까지 감안해야하는 사회적 책임감 따위의 압박이란 없다. 해서 세상눈을 의식하여 생각을 억제하거나 주장을 완곡하게 쏟아내지는 않는다. 블로그가 유명세를 떨칠수록 그만큼 포스팅의 자유는 제한되는 것이고 블로그 포스팅은 무명과 익명일 때 가장 자유롭다. 이런 특징은 때론 장점으로 때론 단점으로 작용키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자유분방하고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원시성이 그 장점이라면 책임감 없이 마구 휘갈기는 생각과 주장의 무책임성은 단점이랄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블로그질의 '무책임한' 단점보다는 '자유분방한' 장점을 개인블로그 포스팅의 강점으로 여기는 편이다.

토씨 하나에도 뭔가 있어 보이려는 강의실 박사님의 언변 같지 않고 퇴근길 술자리 동료의 막가는 주사 같은 그 어눌함이 좋고, 호텔 레스토랑의 자로 잰 듯한 반듯한 격식이 아니라 동네 어귀 순대국밥 집에서나 느낌직한 어수선함이 편타.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나랑 같은 수준의 사람들, 지가 잘나봐야 동네 아저씨이거나 동네 아줌마 삘의 사람들, 바로 그런 보통 사람들이 가식 없이 쏟아내는 일상의 이야기가 자유분방하게 넘실대는 곳, 그게 블로그다. 첨부터 그리 작정하고 개설해놓은 게 아니라면 블로그는 누군가를 ‘자빠뜨려야’ 하는 토론의 장이 아닌 개개인의 무한 상상과 주장이 자유롭고 재기발랄하게 펼쳐지는 일기장과도 같은 공간이다.

그럼에도 간혹, 블로그의 이런 사적 성격에 대한 해량 없이 블로그 글들에 분기탱천하여 죽자고 도발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난 개인적으로, 개인블로그 공간이 격렬한 토론의 장으로 변질되는 걸 바라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블로그 여행자들도 무명블로거들이 쏟아낸 저마다의 자유분방하고 발랄한 생각과 주장들에 대해 그렇게까지 열불 낼 필요는 없다. 메뉴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식당을 찾으면 될 일이다. 굳이 손님도 없는 조용한 식당까지 와서 억지로 쳐먹고 토설해봐야 얻을 건 없다. 앉을 자리 설 자리도 분간 못하는 진상이란 퉁박 말고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남의 집 대문간에다 한 무더기의 역겨운 토설을 퍼질러놓곤 흔적도 없이(멜주소라도 남기든지) 달아나버린 어느 풋내나는 반핑이의 뒷통수에 대고 푸념 한 번 까봤다. 핏!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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