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은 개수작 말고 이석기를 도려내라


 
청문회다 촛불이다 몇 달째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혼란했어도 강 건너 불구경이듯 방관만 해오던 눈과 귀와 입을 열려니 민망킨 하다. 허나 요며칠 사이 벌어진 ‘내란음모’ 사건을 보면서는 세월을 거슬르는 데자뷰인 양 흥분되어 훈수를 참기가 힘들다. 늘 그렇듯 세련되지 못하고 거친 어휘들은 흥분된 맘탓으로 돌리면서 몇 안되는 독자들에겐 미리 양해를 구한다.
 

통합진보당은 개수작을 말아라
 
진보당 “녹취록의 일부 참가자 발언 날조 수준 왜곡”
 
진보당 당대변인의 오늘 공식논평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언뜻 떠오른 단어가 ‘개수작’이었다. 개수작 - 이치에 맞지 않는 엉뚱하고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국어사전)
 
지옥철 북새통 속에서도 쓰리꾼은 쓰리꾼을 알아보는 법이다. 과거 한때나마 꾼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오늘 진보당의 공식논평이 대국민 사기란 걸 단번에 알아차렸을 게다. 일찌감치 개수작을 부려본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진보당의 공식논평은 이석기가 그토록 사랑한다는 국민들을 볼모로 '눈 가리고 아웅' 해보겠다는 개수작일 뿐이다. 괭이수작인가.
 
문제가 된 5월 비밀회합이 ‘경기도당이 소집한 당원모임’이었고 세간에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서는 ‘일부 참가자 발언이 날조 수준으로 왜곡돼 있다’라는 주장이 바로 이치에 맞지 않는 엉뚱하고 쓸데없는 말, 즉 개수작이란 거다.
 
설령 국정원이 공개한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 NLL녹취록처럼 왜곡되거나 과장되었다손 쳐도 회합에서 나왔던 발언들의 내용이나 수위는 일개 대한민국 공당의 지역당원 모임 수준에서 거론될만한 성격의 말들은 결코 아니다. 혁명을 예비하는 지하 조직에서나 나올법한 언사들이란 게 분명해 보이는데도 진보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드는가. 진보당의 변명이 사실이면 그건 더욱 문제다. 저런 언사들이 진보당의 일개 도당 당원 모임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거라면 진보당은 스스로 북한의 혁명노선에 동조하는 종북당임을 만천하에 자인한 꼴이다. 겉으로는 대한민국의 공당임을 자임하면서 속으로는 일반 국민들의 정서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종북적 회합을 일상적인 당활동으로 수행해왔다면 국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왔다는 소리 아닌가. 사기행각이라는 비난이 거슬린다면 애초에 창당선언문에서 종북적 정체성을 밝히고 시작했어야 옳다. 북한의 대남도발시 북한의 전위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남한내 혁명정당이라고!

위기에 처한 인간의 잡아떼기는 자고로 필사적이기 마련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독립운동가든 혁명가든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사기꾼이든 살인자든. 인간이 자신의 어떤 행위로 인해 위기에 처했을 때는 문제가 된 자신의 행위를 거짓 포장하고 잡아떼는 건 자기보호 본능이다. 위기의 순간에서 예수의 제자 베드로도 잡아뗐었고 나역시 딱 잡아뗐었다. 자신과 가족과 온 세상을 속이면서... 위기에 처했을 때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취함에는 그 뉘라서 예외가 있겠는가. 부정과 부패로 혹은 다른 형사 사건으로 소환된 유명인들이나 무명인들이나 모두가 예외 없더라. 아, 기꺼이 십자가를 짊어맨 예수는 그러지 않았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안중근, 유관순도 그러지 않았고,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던 갈릴레오도 그러지 않았구나. 나는 세상을 변화시킨 그런 역사적 위인들처럼 비범하지는 못했다. 그들이 보여준 그런 절대적 신념과 목숨을 건 용기가 없었던 건 내겐 못내 회한이다. 그렇다, 자신의 행위가 신념에 따른 정의로운 행동이었음을, 하늘 우러러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음을 자부한다면 구차하게 변명할 이유도 거짓을 고할 이유도 없어야 한다. 대중들이 그 신념과 행동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선생질엔 책임도 두 배
 
이처럼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딱 잡아떼기'는 만인이 누리고 있는 천부의 권리이기에 이석기나 진보당이 그토록 ‘사랑하는 국민들’을 팔아서라도 개인이나 집단의 존폐가 걸린 위기 앞에서 거짓을 고하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위에 대해선 굳이 이해 못할 건 없다. 허나 사기행각에 다름 아닌 그 잡아떼기를 욕해줄 권리 또한 누구에게나 있다. 똑같은 행위라도 욕을 먹는 정도는 그 대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원래부터 내놓은 사기꾼이 사기를 행했을 때와 뭇사람들로부터 존경받던 선생이나 목사, 승려 또는 대통령이 사기를 행했을 때가 그렇고, 무명인이 사기를 행했을 때와 유명인이 사기를 행했을 때가 그렇다. 우스갯말로 ‘왜 나만 그래’라던 전두환의 읍소가 가소로운 건 누리기만 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그치의 반사회적 양식이 너무도 미숙해 보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존경을 받는 선생질을 하려면 그에 걸맞는 도덕성을 갖춰야 하고 자신의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사회적 존경에 공짜란 없다. 저자거리의 장삼이사들이야 하나의 잘못을 저지르면 하나만큼의 책임만 지고 말 일이지만 평소 사회적 존경을 받아온 선생이 하나의 잘못을 저질렀을 땐 둘, 또는 셋에 해당하는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선생질을 말아야 한다.  '왜 나만 그래'라는 식의 읍소는 세간을 향해 내뱉을 소리가 아니고 똥간에서 혼자 똥심쓸 때나 혼잣말로 씨부릴 일이다.
 
‘수구꼴통’들을 나무라며 정의와 진보를 설파하면서 어리석은 국민들의 선생이 되겠노라고 자처한 진보라면 ‘사랑하는 국민들’ 앞에서 어쭙잖은 사기행각은 말아야 하고 잘못을 저질렀을 땐 두 배 또는 세 배 네 배의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를 지녔어야 한다. ‘왜 나만 그래’라는 볼멘소리는 그대들이 그토록 사랑한다는 국민들이 듣기엔 몹시도 멋쩍고 전씨 하나로도 지겹다.
 

진보진영은 이석기를 도려내라
 
['내란 음모' 녹취록 입수] 위기감 느낀 좌파단체들, 하루만에 '투쟁 대책委'
 
어제, 진보당은 매우 신속하게 재야의 진보진영과 함께 ‘투쟁 대책위’를 꾸렸다. 진보당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찼던 모양이다. 백발의 백기완 선생이 회견장에서 사자후를 내지르는 모습에는 감회가 새롭더라. 때 아닌 이석기의 망동이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건지 남은 생기마저 소진시킬 건지는 모를 일이다만 이석기가 노인네들에게 정녕 못할 짓을 시키는 거다 싶다.
 
이정희 대표가 알면서도 내숭을 떠는 건지 언더의 일원이 아니어서 정말 모르는 건지 내 알 길 없지만 혹시라도 전자에 속한다면 영악한 거짓은 당장 관둬야 한다. 이제는 손주들 재롱이나 보면서 좀 쉬게 냅둬도 될 노인네들이 불쌍치도 않는가. 나로선 이분들에게 큰 빚이 있다. 사랑하는 국민들을 들먹이던 나의 거짓에 우리들의 거짓에 진정어린 믿음으로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다. 해묵은 공안사건이 터질 때면 어김없이 결집하는 이분들의 관심과 후원은 갇힌 자들에게 그야말로 생존의 에너지였다. 사고 치는 늠 따로 있고 수습하는 늠 따로 있는 듯하다. 
 
윤창중의 부인은 남편이 결백할 거라 믿고 싶을 게다. 사고 친 당사자 말고 실체적 진실에 근접할 방법은 없다. 사고친 늠이 평소 잡늠이라면야 진실은 쉽게 추론될 테지만 설마 목사가 거짓말 하랴는 호의적 믿음과 선입견이 작동하는 한 진실은 좀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때론 호의적 믿음이 실체적 진실을 호도한다. JMS의 신도들은 법정에서 검찰의 기소내용보다는 정명석의 거짓과 변명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그들 스스로 누구보다 큰 피해자였음에도 남들이야 뭐라건 말건 철썩같이 믿더라. 참으로 위험천만한 믿음이다. '너목들'에서 민준국을 믿었던 차변처럼 때론 선의의 믿음도 악용될 소지는 다분하다. 천의 얼굴을 지닌 인간이기에.
 
목사도 거짓말 하고 스님도 대통령도 거짓말 한다. 예쁜 여자 선생님도 똥을 누고 혁명가도 사기를 칠 수 있다. 진실에 근접하려면 빨갛든 파랗든 노랗든 색안경은 걷고 보는 게 좋다. 잘못 쓴 보약이 근종을 키워서 자궁을 들어내는 경우를 본 적 있다. 맹목적으로 보내는 신뢰가 몽상가들의 헛된 꿈을 키운다. 행여 그들의 자기보호를 위한 본능적 거짓(또는 전술적 거짓)에 현혹되어 인도적이고 호의적인 순수한 동조가 그들을 치유하는 보약이 아니라 종국에는 진보라는 자궁을 망치고 말 암덩이를 키우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자각했으면 싶다. 진보진영은 이석기와 진보당에게 보약을 제공할 게 아니라 매섭게 매를 들어야 할 때다. 알고도 보약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면...
 

한 건 했다 하고 안한 건 안했다고 하라
 
갇힌 자들에겐 안된 일이지만 저질렀으니 책임질 일이다. 나도 그리 못했으니 쉽게 던질 말은 아니다만 기왕에 저지르고 실패로 끝났으면 더 이상 자신과 가족과 국민들을 속이지 말고 향후 처신에서 당당해질 일이다. 나중에 세월 가고 생각 바뀌면 모든 게 회한으로 남는다. 지금이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국민들의 큰 꾸중 앞에서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믿어주는 사람들의 호의에 기대어 가까스로 버틸 지경이라도, ‘한 건 했다 하고 안 한 건 안 했다’고 하면 차라리 속은 시원해진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두 배 세 배 책임지는 겸허한 자세로 대중들로부터 쏟아지는 비수같은 비난들을 감내하면서 활동중엔 미처 점검해보지 못한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재점검해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자신의 삶에서 전화위복의 계기일 수도 있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게 낫다. 맞아도 맞아도 정신들지 않을 종북꼴통도 없진 않겠지만.
 
죽는 날까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만세를 외치겠다면야 그 또한 말릴 사람 없겠으나 '사랑하는 국민들'이란 수사만은 들먹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낯간지럽다. 대명천지에 헛된 망상으로 까불어 봣자 북한 권부의 놀이개 감일 뿐이고 남한 수꼴들의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망상이다, 망상이야! 모든 게 망상인 거다. 당신들이 그토록 사랑한다는 국민들은 정작 당신들을 사랑하기는 커녕 경멸할 뿐이고 당신들이 목숨 받쳐 충성을 맹세한 북한의 권부에겐 이미 당신들은 씹다버린 껌일 뿐이란 걸 깨달을 수 있다면 이번의 고난은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재차 삼차 강조컨대, 앞으로 지난하게 벌어질 법정투쟁(?)에서 제발 자신과 가족들과 국민들에 대한 사기 행각만은 없었으면 한다. 빤한 사기에 놀아날 국민도 많지 않거니와 꾼들의 사기를 옹호해줄 꾼들도 예전처럼 많지도 않다. 당신들이 다 말아먹어 버리면 남은 진보는 앞으로 뭘 먹고 살라고, 아니 그런가?
 
다시는 이런 류의 사건이 터져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듣거나 말거나 진보진영에 바라는 바는, 도마뱀이 꼬리 자르듯 하라는 게 아니고 암세포를 적출하듯 이석기와 망상가들을 도려내라. 그들은 진보의 탈을 쓴 북한 권부의 망석중이들일 뿐이며 그들의 머릿속엔 애초에 남북한의 인민들의 행복과 안위는 없었다. 수구꼴통을 걸러내는 건강한 보수와 맹목적종북을 걸러내는 건강한 진보는 대한민국을 굴려가는 두 수레바퀴여야 한다. 수레는 좌우 양 바퀴로 구르고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건 자명한 이치다.
 
건강치 못한 민주주의가 종북의 온상이 되어왔다는 박찬종 변호사의 말은 백번 옳다. 여기에 나의 말을 덧붙이면 온정적인 진영논리 역시 종북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차분하고도 냉철한 진보의 선긋기가 절실히 필요한 시국이다. 국정원에도 바라건대, 딱 있는 진실만큼만 파헤치되 건강한 진보 전부를 말살하려는 정략적 접근은 없었으면 한다. 왼편에 종기가 났다 하여 왼눈 왼귀 왼팔 왼다리를 모조리 잘라내려 든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함께 가는 대한민국, 남북 통일과 한반도 번영을 꿈꾸는 대한국민들에겐 늘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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