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방에 뛰어 든 사당패를 반기며

작성자:HUE
작성일:2009.12.29


경방은 궐자들의 골패 투전판이면서 백성의 푸념 해우소로 관아가 묵인하는 뒷골목이다.

뒷골목은 시대의 내외풍속을 보여준다. 후세 실록에 왕이 아닌 폭군으로 기록하겠다는 반정의 격문이 공공연히 나붙는 곳. 때는 맹박치세 3년이다.

경방은 투전판이 대세를 이루지만 나라 안의 파락호 왈짜들이 너나없이 기웃거려 온갖 소식들이 시궁창을 따라 흐른다. . 맹박 2년부터 불거 진 민애보 사건이 바깥세상에는 잊혀 졌으나 이곳에는 야사가 되어 개평처럼 돌고 돈다.


민애보 사건이란, 민애라는 익호를 쓰던 경방의 행자로서 투전 골패 쌍륙 등 노름판의 판세부터 자금줄이던 사대부의 뒷담화까지 줄줄 꿰며 궐자들의 소식통 구실을 하던 사내였다. 모든 화의 근원이 세치 혀에서 나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민애의 좔좔은 관아의 개입을 불러 치죄를 받았으나 경방의 허물을 단죄함은 부당하다는 약자보호법에 따라 치도곤으로 다스려졌다. 그 후 사내는 경방을 떠났다.

그렇게 떠난 민애는 허수아비이며 민애를 통해 소식을 전하는 의인은 따로 있으니 맹박치세를 뒤엎을 때를 기다리자는 격문이 지금까지 사발통문으로 날아 다닌다.

맹박 3년이 끝나도록 민애보 사건은 아궁이의 생솔가지마냥 매캐하게 경방을 떠돌며 자욱한 가운데 투전판에 벌어진 결자헷지의 시시비비는 구경꾼들마저 패가 갈리어 삿대질이 오가는 풍경으로 일상다반사다.

오지랖은 팔자라며 뒷골목을 떠돌던 궐녀 중에 한 명이 결자헷지는 결자해지가 맞다고 껴들어 투전판을 뒤집었다. 그때 동짓달 눈바람이 불었고 꾼들의 뇌리에 뻐꾸기가 울었다.

궐자들은 아낙이 낭패한 노름꾼이 팔아넘긴 여편네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네네어미 사당패가 경방을 찾아들었다. 투전판에서 결자헷지 분란을 생속으로 뒤집어 궐자들을 사당패 마당으로 유인하려는 작패였는지, 투전판 낌새도 모르고 끼어 든 쪽팔림을 감추려 사당패를 들였는지는 두고 볼 일. 뒷골목에 피어오르던 연기로 봉홧불 수작인지도 모를 일.

어쨌든 구경꺼리다. 사당패 면면을 보아하니 남사당과 여사당이 뒤섞였는데 이패 삼패 날라리가 아닌 일패이길 기대한다. 경방이야 무엇인 들 마다하랴. 투전판의 살벌함을 녹일 분가루에 형형색색의 쪼가리가 흩날리는 광경도 연말연시 세시 풍속으로 보면 그만인 걸. 껄껄 반길 일이다.

사당패가 경방의 궐자들을 위한 사위로 무르익길 바란다. 도래를 알리고 놀이마당을 채우는 거야 구라필방의 리노인이 나서서 붓질해주면 인산인해는 따 놓은 굿판. 붓값은 알아서 해어화고. 궐자들만 즐거운 놀이로 끝내지 말고 서생에서 사대부, 이무기인 양 하던 타짜들까지 불러내는 재주를 걸판지게 보여다오. 지금까지는 오픈 세레머니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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