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의 광팬들에게서 스톡홀름 증후군과 인지부조화를 떠올리다



우리말 속담 중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말이 있다. ‘치면 되친다.’는 뜻일 게다. 뉴턴이 밝힌 물체의 운동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인간들의 사회관계 속에서도 투영된 속담으로 보면 되겠다. 물체의 운동 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매우 복잡하고 가변적인 인간의 정신 작용이나 사회적 관계를 설명하는 주된 원리로 사용할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적용은 가능하지 싶다.

실제,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는 인간의 제반 영역 모든 일상에 녹아있다. 단적인 예로, 법리의 영역인 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있으면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의 가해 작용의 정도에 따라 피해자가 대응하는 반작용의 정도를 사회적 합의로 규율화한 것이 곧 ‘법’이다. 인간들 간의 작용과 반작용의 행위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도 공공연히 일어나는 일상다반사다. 분명한 건, 법테두리 안에서건 밖에서건 우리가 누군가를 가해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이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처럼 그 가해(작용)의 강도가 강할수록 처벌(반작용)의 강도도 강하다는 건 세상사 이치로 여겨진다.

근데, 우주의 끝만큼이나 알 수 없는 게 사람 맘이라던가. 인간들 간에 벌어지는 세상만사 중에는 물리학의 운동 법칙을 차용하는 것만으로는 단박에 이해하기 힘든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그런 일들 중 하나로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 - 리마증후군)이란 게 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란 인질들이 경찰이나 사회보다는 그들을 잡고 있는 인질범들의 편을 드는 기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스톡홀름 은행 강도 사건에 비유해서 생겨난 심리학 용어다.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매우 위중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난관에 봉착했을 때 그 위기적 상황에 적응하려는 자기방어본능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인질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한 연구는 매우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스톡홀름 증후군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치면서 순차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제1단계 : 인질들은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인질범이 자신의 생명을 앗아가지 않는 상황만 유지해준다면 그것을 고맙게 여기고 인질범에게 온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제2단계 : 인질들은 ‘자신들의 생명까지 담보로 하며 위험한 구출작전을 감행하는 경찰들'에게 외려 반감을 갖게 된다.

제3단계 : 인질범은 자신에게 호의를 보여주는 인질들에게 긍정적인 유대감을 느낀다. 결국 인질범과 인질범들은 외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부터 공포와 두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는 ‘동료’ 내지 ‘우리’라는 운명공동체적 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순간 동조, 동화되는 스톡홀름 현상, 참으로 아이러니한 인간사가 아닐 수 없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와 유사한 심리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과거에 어떤 일로 아주 혹독한 상황에 처했었다. 그 상황에서 남들보다 유독 악랄하게 날 핍박했던 어떤 자와 결별하는 순간에 그와 눈물어린 감정을 공유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넘어서는 희한한 연대감을 형성했던 묘한 순간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한순간에 이르러 일체감 또는 연대감을 형성하게 되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들은 결코 이성적이지 않고 보다 감성적이거나 맹목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사이비 종교의 예를 보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다미선교회의 이장림, 영생교의 조희성, 기독교복음선교회의 JMS(정명석), 등은 한 때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비 교주들이다. 이들이 연루된 범죄 사건에서 가장 극심한 피해자는 돈 바치고 몸 바치고 목숨까지 바쳤던 그들의 신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들의 교주가 법의 심판대에 섰을 때 가장 극렬하게 구명운동을 펼친 사람들은 바로 그들 신도들이었다. 스톡홀름 현상과 평면적으로 대비하기에는 또 다른 현상이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를 옹호하는 큰 틀에선 유사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기꾼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사기꾼을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 옹호하는 이 같은 일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러니다.

이처럼 가해자에게 동정을 느끼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시적으로 교통함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할 수 없는 스톡홀름 증후군과 유사한 결과를 보이는 심리현상으로 인지부조화가 있다. 차이라면 스톡홀름 증후군이 대상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거라면 인지부조화 현상은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아닌 행위 주체만의 일방적인 의식의 흐름이란 점이다.

인지부조화란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태도가 실제 행동과 일치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람이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자신의 행위를 수정하기보다는 그런 행위를 초래한 자신의 신념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집안이나 학력, 외모 등 어느 구석 나무랄 데 없이 고운 처자가 눈에 콩깍지가 씌웠는지 씅질 더럽고 못생긴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신혼의 단꿈을 깨기도 전에, 신랑의 형편없는 본성은 드러나기 시작했고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 모두 탐탁지 않게 여기며 한목소리로 여인의 선택을 나무란다. 여자는 주변의 질책에 직면해서 자신의 행위(결혼)를 되돌리기보다는 그 행위를 자신의 선택(신념)과 일치시키기 위한 합리화를 시도한다. 어느덧 그 여인은 신랑의 ‘매질’은 ‘남성다운’ 매력으로 신랑의 ‘술주정’은 ‘낭만적인’ 매력으로 합리화하며 자신의 행위와 신념을 일치시킨다. 인지부조화에 따른 자기합리화인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된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의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타까(타블로를 까는 사람)’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일군의 무리들이 있다. ‘타빠(타블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다. 한 점 의심의 여지도 없는 온정적 시각으로 타블로와 그의 가족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타까들을 개티즌 내지는 악플러들이라 증오하고 적대감을 드러내는 타블로의 광팬들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타블로와 그 가족들의 모든 것이 거짓부렁에 기초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물심양면 비용을 지불해가며 타블로라는 상품을 가장 애용해왔던 그들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성급한 판단일진 모르겠으나 설령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이들은 스톡홀름 증후군과 인지부조화 늪에서 허우적거릴 것만 같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또는 장기적으로) 동조하고 동화함으로서...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전혀 작동되지 않는 인지부조화의 늪.

이미 개티즌, 악플러들이라 매도된 타까들 못지않게 극성인 그들에게 바라기는, 알량한 쫀심 하나 지키고자 밤마다 매질하는 술주정뱅이 못난이 신랑과 결혼한 자신의 잘못된 선택과 신념을 애써 합리화하면서 남몰래 가슴을 쥐어뜯는 가련한 여인은 되지는 말라는 거다. 아직도 진행 중인 아고라의 미네르바 진위논란에서 거짓을 일삼으며 교조놀음 중인 일부 거짓 선동가들을 따르는 무리들의 어리석음도 꼭 그와 같다. 인질범을 사랑해봤자 자칫 경찰한테 총 맞는 신세가 될 뿐이고, 법정에 선 사이비교주 구명운동해봣자 영치금만 추가로 뜯길 뿐이며, 알량한 쫀심 지키려다 술주정뱅이 신랑한테 평생 줘터지고 귓전에는 등신 소리만 남을 뿐이다.

그냥 뉴턴의 운동법칙대로 살면 약간은 삭막해 보여도 손해날 일은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되로 받고 말로 갚진 않더라도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면야 심하다고 나무랄 사람 아무도 없다. 참 좋은 나라, 명랑사회 건설을 위해서라도 타블로든 데이브든 그 누구든 거짓말로 흥한 자 흥한 만큼 망하게 하는 본보기를 세우는 일은 아무리 몰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오지랖은 펼칠수록 더욱 빛나는 용포 자락으로 자리매김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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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으로 흥한 자의 '거짓의 기술'
http://www.bobaedream.co.kr/board/bulletin/view.php?code=freeb&No=441583&rtn=%2Fboard%2Fbulletin%2Flist.php%3Fcode%3Dfreeb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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