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FTA 추가 협상과 연평도는 카드 돌려막기?


엊그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미 간 FTA추가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늘은 이와 별도로, 우리 군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잠시 연기했던 동, 서, 남해상의 해상사격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장관까지 새로 들이더니 며칠 사이 청와대와 군의 행보가 거침없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20&articleid=2010120803000084110&newssetid=1

정치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결코 떼놓을 수 없는 상관 작용을 한다. 막힌 곳이 뚫리니 매사가 일사천리다. 제 배에 칼질이라도 해서 상대의 기세를 누그러뜨려볼 셈인가. 기세인지 허세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벌이는 이 정부의 정치, 경제적 행보에 걱정이 앞선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틈타서 대미 간 경제 협상에서 자해를 한 것은 아닐까.

흔히들 세계 각국 간의 무한경쟁의 장인 경제 전쟁을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도 표현한다. 그렇게 볼 때 대한민국은 지금 미국과는 경제 전쟁을 북한과는 정치 전쟁이라는 양면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의 상황만을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서대문에서 코피 나고 종로에서 지갑 털린 꼴이다.

한미 간 FTA추가협상의 결과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우리 정부의 평가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물은 아닌 듯하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articleid=2010120619485353123&newssetid=1331

"우리는 실리적 관점에서 볼 때 얻은 게 크고 미국은 정치적 명분을 얻었다."

청와대는 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추가협상 결과와 관련해 이같이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타결에 대해 “한·미 양국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과”라며 환영했다.

겉으로 드러난 양국 정부의 평가만을 놓고 보면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듯이 뵈지만 그 이면을 보면 지갑을 턴 쪽은 미국이고 털린 쪽은 한국이라는 건 틀림없어 뵌다. '우리는 실리적 관점에서 볼 때 얻은 게 크고 미국은 정치적 명분을 얻었다.'라는 우리 정부의 평가는 정반대로 ‘미국이 실리적 관점에서 볼 때 얻은 게 크고 한국은 정치적 명분(이익?)을 얻었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옳지 싶다.

오바마는 '이번 합의는 미국 내에서 최소한 7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시켜 줄 것이며, 향후 5년 내 수출 2배 증가라는 목표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 ‘미국 근로자·농민·낙농업자 등을 위한 승리’라고 평가하며 아주 흡족해 했다. 나아가 오바마는 “강력한 한·미 간 동맹의 승리이기도 하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한반도 긴장이 증가하는 시기에, 우리는 오늘 한·미 양국의 방어동맹과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궁색해질 한국 정부의 입장을 두둔해주는 승자의 아량까지 베풀고 있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37&articleid=2010120603265011619&newssetid=455

한미 간 FTA추가협상을 바라보는 세간의 미심쩍은 눈초리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홍 수석은 특히 연평도 사건 때문에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상당부분 양보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연평도와 FTA는 전혀 관계없다"며 "늦어도 11월 말 협상을 시작해 조속히 마무리 짓는다는 게 정부의 협상 스케줄이었고,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평도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철저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협상이 진행됐다"며 "처음부터 한미동맹 강화를 목표로 협상을 체결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33&articleid=20101206071927300h1&newssetid=455

이건? 때린 놈이 때렸다는데 맞은 늠은 맞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도 실컷 얻어터져 놓고는 우리의 대응 타격에도 문제 없었노라고 큰 소리 치더니 이 정부가 오천만 국민들을 당달봉사 취급하는 건 하늘이 두 쪽 나도 바뀌지 않을 모양이다. 하긴 그렇게 두꺼워야 정치질을 해먹지.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의 전체 대미 수출액은 312억4천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7억3천400만 달러보다 21.4% 증가했고, 전체 수입액은 258억6천400만 달러로 작년 8월까지의 176억6천200만 달러보다 46.4% 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올해 8월까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53억8천만 달러 흑자로, 작년 같은 기간의 흑자 80억7천300만 달러보다 3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ubSectionId=1010020000&newsId=20101016000051

한미 간 FTA를 통해서 이익을 볼 집단과 손실을 입게 될 집단은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들의 한미 간 FTA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한미 FTA를 통해서 추후 대미 무역 수지의 흑자폭이 줄게 된다면 그건 국익 차원에서 패배한 협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점차 축소되어 가는 대미 흑자는 언제든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혹자들의 주장처럼 자동차만을 놓고서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을 들어 미국 측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각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단편적 시각이다. 세계 각국 간의 경제전쟁에서 대한민국이 부자나라 부자국민의 여유를 부리기엔 우리에겐 여전히 취약한 구석이 많다.

그 취약한 구석들 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의 긴장이고 국민들의 대미 의존적 의식이다. 정치와 경제가 별개이지 않기에 한쪽이 취약하면 다른 한쪽도 연동되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나 이번 FTA추가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는 제 배에 칼 그어 놓고서 허세를 부리는 모양에 다름 아니다. 미국에 경제적 실리를 주고 정치적 이익을 반대급부로 얻어서 까부는 북한을 제압해보려는 얄팍한 심산이 엿보인다. FTA추가협상 타결이 선언되자 일시 중지했던 해상사격훈련을 개시한다는 모양새가 그렇다는 말이다. 이 정부 들어서 대미 외교가 늘 그랬다. 한 두 번도 아니고 까마귀 날 때마다 배 떨어진다면 까마귀를 향한 눈초리가 사나울 수밖에 없다.

현재의 시국을 예견이라도 한 양 전시작통권 회수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한 연설 중의 한 대목이 새삼스럽게 와닿는다.

“실제로요, 남북 간에도 외교가 있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도 외교가 있는데 북한의 유사시라는 건 뭐 있을 수도 없지만 전쟁도 유사시도 있을 수도 없지만 그러나 전쟁과 유사시란 항상 우리는 전제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중국도 그렇게 준비하지 않겠습니까?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을 때 북한과 우리가 대화하는 관계, 중국과 우리가 대화할 때 외교상의 대화를 할 때 동북아시아의 안보 문제를 놓고 대화를 할 때 그래도 한국이 말빨이 좀 있지 않겠습니까? 작전통제권도 없는 사람이 민간시설에 폭격을 할 건지 안할 건지 그것도 마음대로 결정 못하고 어느 시설에 폭격할 건지 그것도 지맘대로 결정 못하는 나라가 그 판에 가 가지고 중국한테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북한한테 무슨 할 말이 있어요? 이것은 외교상의 실리에 매우 중요한 문제 아니겠습니까!......(중략)......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articleid=2010121002304090507&newssetid=1331

인계철선이라는 말 자체가 염치가 없잖습니까? 남의 나라 군대를 가지고 왜 우리 안보를 위해서 인계철선으로 써야 됩니까? 피를 흘려도 우리가 흘려야죠. 그런 각오로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무슨 경제적인 일이나 또 그 밖의 무슨 일이 있을 때 미국이 호주머니 손 넣고 ‘그러면 우리 군대 뺍니다.’ 이렇게 나올 때 이 나라의 대통령이 미국하고 당당하게 ‘그러지 마십시오.’라고 하든지 ‘예, 빼십시오.’라고 하든지 말이 될 거 아니겠습니까? ‘나 나가요’ 하면 다 까무러치는 판인데 대통령 혼자서 어떻게 미국하고 대등한 외교를 할 수 있겠습니까? 완전하게 대등한 외교는 할 수 없습니다......(중략)......그러나 최소한 자주국가 독립국가로서의 체면은 유지해야 될 거 아니겠습니까? 때때로 한 번씩 배짱이라도 내 볼 수 있어야 될 거 아닙니까! 근데 2사단 빠지면 다 죽게 생긴 나라에서 다 죽는다고 국민들이 와들와들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나라에서 무슨 대통령이 무슨 외교부 장관이 미국의 공무원들하고 만나서 대등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겠습니까? 심리적인 이 의존관계를 해소해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뺐습니다!

이 정부의 위정자들이 깊이 되새겨봄직한 자주국가로서의 대한민국 대통령다운 기개와 의지다. 카드돌려막기 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를 빼서 정치를 메우는 식의 얄팍한 잔꾀로 속이기엔 국민들의 눈이 옛날처럼 흐리멍텅하지 않음을 이 땅의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정치든 경제든 음모와 잔꾀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사회의 기강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국가, 자주국가, 독립국가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 나라에 아주 오래도록 해묵은 고질적 병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에 설설 기는 비열함이고, 다른 또 하나는 북한과의 체제 경쟁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키 위해 좌빨 타령이나 해대는 비열함이 그것이다. 비열한 자들에게서 드러나는 한결같은 행태가 남 탓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발전이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하등의 도움도 줄 수 없는 군상들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제 탓은 없고 오로지 남 탓을 하는 속물적 근성을 가진 엽전과 껍데기는 제발 가라!

부디, 이 정부가 FTA든 연평도든 매사에 잔꾀와 남 탓을 배제하고 자주국가 독립국가로서의 자부심을 한 시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해서인지 ‘그래서 뺐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그런 대통령이 몹시도 그리운 난세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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