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이야기2....요건 엇다 쓰는 물건인고? - 만력기(클램프, 뒷걸게)



요건 엇다 쓰는 물건인고? 금세 천둥번개라도 쏟아낼 듯 적기를 멸하는 대공포라도 되는 양 고놈 참 위용 한번 대단허다.










앞선 글 낚시이야기1에서 제보다 젯밥이요, 내실을 키우기보다 겉치레에 치중하는 취미생활의 일단을 엿보았다. 위 사진 속 물건은 여느 뉘들처럼 세상을 주유하며 그렇게 수집한 장비들 중 하나다. 낚시대가 칼이라면 낚시대 받침대와 더불어 칼집의 역할을 하는 낚시도구다. 만력기라고도 하고 클램프라고도 한다. 일본에서 먼저 개발되고 사용되어 일식 용어로는 만력기인데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과정에서 클램프라는 별칭이 붙여졌다고 한다. 물건을 끼워 고정하는 도구인 바이스와 동일한 뜻을 지닌 용어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굳이 우리말로 재작명한다면 ‘뒷걸게’ 또는 ‘뒷걸이’라고 부르고 싶은 물건이다. 기존의 ‘뒷꽂이’라는 낚시 도구가 있긴 하지만 형태와 쓰임새가 약간은 다르기에 그것과는 구별하고 싶은 것이다.

뒤꽂이와 사용례













낚시하는 장비의 가짓수가 생각보다 꽤 많다. 작은 소품까지 나열하면 아마 족히 사오십 가지 이상은 될 것인데 그 중에서 특별한 애착을 지닌 물건이 바로 글 상단 사진들 속 대포를 닮은 뒷걸게다. 소재는 천년주목으로 일영공방 作인데 운명처럼 한 눈에 뿅 가서 만난 후로 각별히 애정을 쏟는 물건인 만치 녀석과의 사연도 나름 깊다. 그 사연이란 게 이렇다.

원품 제작자에겐 죄송한 말이겠으나 한 눈에 뿅간 첫마음과는 달리 낚시터에서 사용 중에는 늘 2% 정도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걸 어쩌지는 못했다. 아쉬운 2%를 메우려 몇 군데 손을 댔다. 상단 포신부의 복부가 불룩하여 경사각이 제대로 나지 않는 결함을 수정하고자 복부를 깎고 칠을 새로 올렸으며, 필요 이상으로 긴 경사조절 나사의 길이는 줄였다. 하지만 자연목의 생김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작된 V대 만큼은 손댈 수가 없었다. V대란 낚시대를 올려 놓는 부위인데 V대가 앞으로 쏠려 있어 경사가 큰 곳에서 낚시를 할 경우 낚시대가 앞으로 미끄러지는 불편함이 있었다.


상단 경사조절나사를 자르고 복부를 재조각한 사진(우)













낚시를 할 때면 매번 그 아쉬움이 상기되곤 했었다.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더욱 애정이 깊어진 세상에 하나뿐인 동반자인데 볼 때마다 어쩌지도 못하는 아쉬움이 저주가 되었음일까? 하늘에 통했음일까?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쓸고 닦고 광을 내며 낚시 후 장비 손질에 한창이었다. 늘상 하던 일이건만 아뿔싸, 뒷걸게 손질 중에 뒷걸게가 그만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찰나간에 파편이 튀는 걸 보았다. 으아아악 시발, 럴수 럴수 이럴 수, 오 마이 가또똣!!! 내 손목이 부러지는 아픔으로 혼비백산하여 살펴보니 V대가 똑 부러진 거다. 그거이 부위 중 제일 약한 고리건만 하필이면 그리로 내동댕이쳐질 건 뭐람. 우이 싯퐁 니뮈퐁 퐁퐁, 나 들면 죽어야 돼, 벌써르 손아귀가 풀리면 우짜라고, 담배 끊은 게 언제적인데, 세월아 세월아 내 인생 돌리도! 크흐흐, 작은 낚시 도구 하나 부러진 일로 인생마저 허무해진다ㅎ~. 부랴부랴 AS라도 보낼까 싶어 공방으로 전화하니 공방은 휴지기란다. 아오 시발, 엿 때따, 죠 때따, 궁시렁 궁시렁....^^

미운 늠 짚인형으로 꼬아다가 대바늘로 꼭꼭 찔러 고통을 전달하는 텔레파시가 있다더니 그러기에 사람이나 물건이나 너무 미워하면 안 되는 거다. 제 몸을 부러뜨려서라도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으려는 헌신이 너무도 애잔하지 않는가. 울집 강쥐 자두와 앵두가 쥔 맘을 얻으려 온갖 떨어대는 아양도 그 같은 이치라면 우앙 슬픈 일이다. 오바스럽게 잠시 옆길로 새서 한 마디, 세상 사람들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일랑 너무 아프게들 마러라. 사랑을 얻으려고, 사랑을 지키려고 죽도록 애쓰는 그 맘과 맘이 짠하고도 짠하지 않누.^^

허나, 누가 사람(사랑?)을 간사하다(아름답다?) 했는가. 애잔함도 잠깐이고 똑같은 놈을 복제라도 하고픈 절박한 심정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래, 이건 수년간의 묵은 체증을 해결하라는 계시인 거시여. 위기가 곧 기회라더니 사고는 우연찮게도(?) 늘 불만이던 1%를 메우는 수정 작업을 강권하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부러진 부위를 깎고 갈고 형태를 맞추어 재접착하면서 자연미와 희소가치는 절감되었으나 기능적 효율성은 늘 원하던 대로 곧추 잡았다. 잃은 만큼 얻은 거다. 추후 낚시부터는 낚시대가 쉬 미끄러지는 불편함이 없으니 새신부를 향한 새신랑의 눈길이 이와 같을까. 뒷걸게를 볼 때마다 생명 없는 물건에도 원망이 꽂히면 반응한다는 샤먼적 상상이 한동안은 떠나지 않을 성싶다.ㅎ~


V대 수정 전후...V대가 한결 오뚝해졌다












아래는 뒷걸게와 언제나 동반하는 동무들이다.
낚시대, 타마우끼(뜰채걸이), 계수기....


요렇게 사연 많은 녀석의 쓰임새는


바로 이렇게 낚시대 뒤를 올려주고 잡아주는 일


옆에 나란히 선 동무는 엇다 쓰는 물건일까?


이렇게 낚시대로 물고기를 걸었을 때


뜰채로 퍼올린 물고기와 함께 걸쳐서
물고기 입에 걸린 바늘을 제거할 때 편리한 도구
수입어로는 '타마우끼', 번역어로는 '뜰채걸이대'


사진 우측 끝 하얗고 네모난 작은 놈은?



아하, 계수기. 많이도 잡았네. 45마리!^^
언젠가 다른 글에서 스스로 자작(慈作)임을 참칭하였으나
계수기까지 동원한 고기 욕심이라니 등급에 강등이 잇을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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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인의 경지와 등급

1.조졸(釣卒)
행동,태도 모두 치졸함을 벗어나지 못한 초보의 단계. 낚시대를 든 것 만으로 태공인체 하다가 고기가 잡히지 않는 날은 술에 취해 고성방가 하는 것으로 화풀이를 한다.

2.조사(釣肆)
조사(釣士) 아닌 방자할 사(肆)자가 붙는 단계. 대어를 한 두 번 올린 경험만으로 낚시에 대해 모르는게 없는 듯 기고만장해 있다. 허풍이 세어지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쯤 일껄?

3.조마(釣麻)
홍역을 앓듯 밤이나 낮이나 찌가 눈 앞에 어른거리고 주말에 낚시를 못하면 한 주 내내 끙끙 앓는다. 아내의 바가지도 불사/친구,친지의 결혼식 불사/결근도 불사, 오직 낚시터로!

4.조상(釣孀)
과부상(孀). 드디어 아내는 주말과부=필수,주중과부=선택이 된다. 직장생활이 제대로 될리 만무, 집에 쌀이 있는지,자식이 대학에 붙었는지,아내가 이혼소송을 했는지 어쨌는지….

5.조포(釣怖)
공포를 느끼고 절제를 시작한다. 낚시가 인생을 망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낚시대를 접어둔다. 아내와 자식들은 돌아온 아빠를 기쁨 반,우려 반으로 반긴다.

6.조차(釣且)
인생을 망칠 지 모른다는 공포로 멀리했던 낚시대를 다시 찾는 단계. 행동이나 태도가 한결 성숙해져 낚시대는 세월을 낚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세월을 낚기에는 아직 역부족.....

7.조궁(釣窮)
다할 궁(窮). 낚시를 통해서 도를 닦을 수 있는 수준의 단계. 낚시를 통해 삶의 진리를 하나 둘 깨닫기 시작한다. 초보 낚시꾼의 때를 완전히 벗어 버리는 것도 이때.

8.남작(藍作)
인생을 담고 세월을 품는 넉넉한 바구니가 가슴에 있다. 펼쳐진 자연 앞에 한 없는 겸허함을 느낀다. 술을 즐기되 결코 취하지 않으며 사람과 쉽게 친하되 경망해지지 않는다.

9.자작(慈作)
마음에 자비의 싹이 튼다. 거짓없는 자연과 한 몸이 된다. 잡은 고기를 방생하면서 자기 자신까지 방생할 수 있다. 욕심이 사라지고 인생의 희로애락이 낚시대를 타고 전해온다.

10.백작(百作)
마음 안에 백 사람의 어른을 만든다. 아직도 참으로 배울 것이 많으니,인생의 지헤를 하나 하나 깨우치는 기쁨에 세월의 흐름을 알지 못한다. 자연도 세월도 한 몸이 된다.

11.후작(厚作)
마음 안에 두터운 믿음을 만드는 단계. 낚시의 도(道)의 깊이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지만 결코 지혜를 가벼이 드러내지 않으며, 몸가짐 하나에도 연륜과 무게가 엿보인다.

12.공작(空作)
모든 것을 다 비우는 무아의 지경. 이쯤 되면 이미 입신의 경지에 거의 도달한 상태. 지나온 낚시 인생을 무심한 미소로 돌아 보며 신선이 되는 때를 기다린다.

13.조선(釣仙)
수많은 낚시의 희로애락을 겪은 후에 드디어 입신의 경지에 이르니,이는 도인이나 신선이 됨을 뜻한다. 낚시대를 드리우면 어느 곳이나 무릉도원이요,낚시대를 걷으면 어느 곳이나 삶의 안식처가 된다.

14. 조성(釣聖)
낚시와 자연이 엮어내는 기본원리는 터득하고,그 순결함에 즐거워 한다. 간혹 낚시를 할 경우에는 양팔 길이의 대나무에 두꺼운 무명줄을 감아 마당 수채구멍 근처에서 파낸 몇마리 지렁이를 들고 집앞의 개울로 즐거이 나간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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