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께 드립니다.


아침에 기분 참 엿 같은 뉴스 하나 접한다. 그간 설로만 떠돌던 제3신당에 대한 추측과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의 이 기분은 학시리 엿 같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1120203000069619&linkid=20&newssetid=455&from=rank

법륜, 그의 제3신당과 연관된 암행이 인명진 목사의 입을 통해 증언되었다. 법륜은 그간 제3신당과 자신의 연관성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줄곧 부인해 왔었다.

인명진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법륜은 그간 그가 쌓아온 NGO지도자로서의, 또는 덕망 있는 승려로서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굉장히’ 정략적인 면모를 노출했다. 그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 내 보기엔 아주 큰 해가 될 것 같다.

그가 정치와 권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 본인으로서야 한사코 ‘중이 웬 정치와 권력에 관심을 갖겠냐’며 손사래를 쳐왔지만 이미 제3신당 창당설의 주연급 배우로서 정치와 권력에 깊이 관여코자 했던 걸로 밝혀지는 지금 그 어떤 궤변도 구차한 변명이 될 듯하다.

그래서 스님께 못된 작심하고 쓴소리 좀 드리고자 합니다.

스님께서 해는 저물어 가니 맘이 급하셨나 봅니다. 어떤 고승이 “스님, 해 떨어지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는 제자의 물음에 “이 늠아, 집에 가야지!”라고 답했다는데 법륜 스님의 맘속에 있는 집이 설마 청와대는 아녔겠지요.

스님께선 이번에 제3신당설의 중심에 섰던 정치적 행보만 제외하고 보면 세상의 소외된 구석을 밝히는 일에 수행과 실천의 근본을 두었던 참된 승려, 대한민국 최고의 NGO지도자라 칭해도 좋을 만큼 모범적인 삶을 살아오셨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표 나지 않게 내심 스님의 열정과 의지를 존경해마지 않았습니다.

허나, 최근 스님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실망이 몹시도 큽니다. 물론 각 개인별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 판단에 따라 스님에 대한 호불호를 달리 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난 스님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만큼은 불호의 입장에 서게 됩니다. 이유는 저의 지난 몇 편의 글에서 직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동쪽 대문이 열렸다고 서쪽 대문을 떼다가 동쪽 대문으로 달면 서쪽 대문이 열리고 맙니다. 그렇다고 북쪽 대문을 떼어다가 서쪽 대문을 막음 하겠습니까. 북쪽 대문이 비면 다시 남쪽 대문을 떼어다 붙이시렵니까. 목사도, 승려도, 농부까지 모두가 청와대만 바라보면 소는, 소는 누가 키우시려구요?

스님, 누가 무슨 일을 하든 저 마다의 달란트가 있습니다. 세상일에 중요하고 안 중요한 일의 가름이 있을까요. 대중의 시각이라면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권력과 돈을 추구하는 일을 세상일의 으뜸으로 내세우겠지만 수행하는 스님의 시각으로 보면 스님께서 해오신 NGO의 활동이 권력을 추구하는 제3신당 창당보다 덜 중요한 일로 평가되지는 않았을 겝니다. 스님께서 그간 해 오신 일의 성과를 답답하게 느껴지셨던 건 아니겠지요? 지난해던가 반도의 북녘에서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들을 살리고자 답답한 맘으로 행하셨던 한 달여 가까운 단식의 아픈 경험으로부터 ‘세상만사는 정치권력으로 통하노니 정치권력을 획득할 일이다’는 혜안(?)을 얻으셨던 건 아니겠지요?

얼마 전 즉문즉설을 행하시다가 여자는 훌륭한 인물을 낳는 어머니가 되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이 매우 크고 가치가 있다고 하신 말씀이 그러고 보니 스님 자신을 향한 계몽이셨군요. 제3신당 창당이야말로 훌륭한 대통령을 잉태하고 분만하는 대통령 어머니의 고행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인명진 목사는 스님의 제3신당 동참 요구에 대해 ‘목사가 정당을 하면 나라가 끝장날 것 같아 거절했다’고 하네요. 이게 ‘생각 있는’ 보통 사람들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어느 미친 ‘빤쓰 목사’가 기독교당을 창당한다고 했을 때 세간으로부터 ‘미친 먹사’란 욕바가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때도 단 1g의 관심의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세상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선무당의 눈에도 그 일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습니다. 이젠 제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스님께서 ‘미친 중’이라는 세간의 욕바가지를 뒤집어쓰신대도 그 뉘라서 나서서 입이라도 뻥끗하며 막음 하겠습니까. 아니 내가 먼저 나서서 스님에게 욕바가지를 뒤집어씌우고 있는 중인 걸요.

아래는 저 위 링크 기사에 달린 관심도 높은 댓글들로 보통 사람들의 아우성들입니다. 과연 이런 아우성들이 보통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한나라당 알바들의 악의적인 작업성 멘트에 지나지 않을까요?

“개목사 땡중들이 너무 나대는군..”
“정치에 땡중.목사넘들이 설쳐되니 나라의 앞날이 암울 하기만하다!”
“결국은 종교지도자인 법륜스님이 권력의 세계로 누시깔을 들리는군요. 나무간세음보살”
“안철수씨 점점 싫어지네요”
“안철수...제발 가면 좀 벗으세요..이젠 역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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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안철수까지 좆나게 욕을 얻어 쳐먹고 있습니다(젊은이들과 소통이 원활하시니 이 정도 육두언문쯤이야 익숙하시겠죠). 엄청난 분노의 폭발입니다. 예상치 못하셨다면 혜안이 부족하신 탓입니다. 수행이 더 필요한 거죠. 스님께서 왜 이런 캐쌍욕 들을 일을 자초하시는지 아무래도 목사가 승려보다 세상일은 더 잘 헤아리나 봅니다. 인명진 목사가 스님 뜻에 반대하신 걸 보면...

분노가 폭발하는 댓글들 사이로 아래와 같은 안타까운 문구 하나가 왜소하게 자리하고 있더군요.

“hwang5244@Y 님 법륜스님의 정토회 홈피를 가 보고 그런소리 하세요.”

스님을 보호하려는 정토회원 분들의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스님에게 모진 소리 하나 올리면, 스님께서 최근 벌이신 ‘어설픈’ 정치 행보 탓에 북한 어린이들, 아프리카 어린이들 목숨이 숱하게 날아갈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 법륜스님과 정토회, JTS, 평화재단 등은 이제 더이상 NGO가 아닌 대단히 GO를 추구하는 단체로 ‘낙인’이 찍혔을 테니 십시일반이 오시일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음입니다. NGO란 정치적 이념과 성향을 넘어서 존재할 때 그 활동의 효율성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것을 NGO의 프로활동가이신 스님께서 모르셨다면 것도 문제입니다.

세상의 어린 생명들을 지키시고자 차디찬 삭풍과 맞서며 든든한 북쪽대문의 역할을 하셨던 스님께서 동쪽 대문이 뚫렸다고 북쪽 대문을 비우시고 동쪽 대문이 되시고자 했던 이유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인가요? 아쉽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이미 행하셨으니 세간의 온갖 비판과 비난과 캐쌍욕도 감수하십시오. ‘변명하는 법륜’은 상상하기가 싫어집니다. ‘우리가 제3신당신당신당거린 탓에 민주당이나 통합신당을 추구하는 세력들이 정신을 차리고 그나마 이전투구를 벌이지 않으면서 통합야당을 꾸리는 일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지 않느냐’고 변명하진 마십시오. 대단히 위선적인 발언일 수 있습니다. ‘떠든 만큼 이익이다’고도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자기합리화일 뿐입니다. 안철수가 스님께서 원하시던 대답을 내놓았대도 스님께서 제3신당을 포기하고 ‘간 만큼의 이익’을 논하실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정토회 홈피를 둘러보고 욕하라는 어느 정토행자님의 소박한 탄원이 더욱 안타깝게 와 닿습니다. 사고친 애비의 과실을 자식새끼들이 수습하는 것 같아 참 씁쓸합니다. 참새가 대붕의 맘을 알 리 없고 정토회원 홈피에 오르는 글을 전부로 아는 정토회원 일반이 스님을 비롯한 정토회 상층의 정치적 야심과 행보를 어찌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스님 스스로도 자신의 속셈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 보이는데 말입니다. 정치든 종교든 상층을 우직하게 따르는 무리들의 순심은 언제나 지고지순한 법입니다. 어떤 연유로도 스님과 같은 덕망 높으신 분이 그들에게 상처를 주셔선 안 될 일이죠.

제겐 아픈 기억으로 남아 언제나 기억 속에 맴도는 말씀 하나 드리겠습니다. ‘한 건 했다고 안 한 건 안했다고 하십시오.’ 하층부의 순심을 거슬리기 싫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차마 하실 수 없어 스님의 지난 몇 달간의 암행이 계속 폭로되고 있는 이 마당에 구차하게 변명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인명진 목사의 말이 거짓이라면 그을 호되게 나무라시든지, 사실이라면 스님의 정치적 행보를 끝까지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호언하시든지, 참회를 하시든지 적어도 ‘한 건 했다 하고 안 한 건 안 했다’고 해야지 한 걸 안 했다고 변명하거나 대중을 속이려 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치꾼이 아닌 스님이기에 그렇습니다.

목사나 승려라는 직업이 제 역할을 잘할 경우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성스런(?) 직업임엔 틀림없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킬 때의 일이고 경계를 넘어 자신의 영역을 벗어났을 땐 그 모든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한 순간 대중들로부터 먹사나 땡중 소릴 들을 수도 있단 걸 명심하십시오. 먹사나 땡중이 강간을 한들 매국을 한들 권력놀음을 한들 자신이 한 행위에 책임만 지면 되는 겁니다.

목사나 승려가 정치하지 말란 법은 분명 없습니다. 정치, 하고 싶으면 하십시오. 단, 내세우는 대의명분이 기성정치판과 차별되는 투명하고 신선한 정치이시니 투명하고 신선하게 하십시오. 비밀스레 암행하지 말고 하층 정토회원들과도 정치적 행보를 공유하고 정책도 공유하고 비전도 까놓고 공유하십시오. 그런 다음 온 국민에게도 자신들의 색깔이 도대체 뭔지 기성세력들과 뭐가 다른지 어떤 정치인들을 염두에 두고 제3신당을 구축하려고 하는지 툭 까놓고 투명하게 하십시오. 조직의 근간이 되는 사람들조차 알지 못하는 비밀스런 상층중심의 행보야말로 그토록 스님께서 비난해 마지않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란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불행한 건, 법륜스님과 빤쓰목사가 대중들의 눈엔 어느새 동격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위 링크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 더 소개드리면서 글 맺습니다.

“신당을 만들던지 그거야 알아서 할일이지만 꽁수는 부리지 말기를... 언행일치라고... 한말에 대해서 책임지고.. 나중에 딴 얘기 하지 말고...”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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