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흐르는 강물처럼 그들을 보냅니다


글쎄요, 난 그들이 다시 나선 것에 의아합니다.
그들과 난 옥탑방에서 만났습니다.
옥탑방에서 우린 생명을 건 동지가 되었습니다.

한탄강은 늘 그의 입에서 담배 연기처럼 흐릅니다.
누군가 흐르지 않으면 강이 아니라는데
난 흐르지 않는 강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들은 과거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듯 보였습니다.
우리가 꿈꿨던 해방은 적어도 그런 해방은 아녔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심한 백만 개의 눈초리보다
단 한 개 내 양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참된 해방일 순 없습니다.

내 발에는 여전히 족쇄가 칭칭 감아 돕니다.
열쇠가 손에 들렸어도 스스로는
족쇄를 풀어낼 의지도 열정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갑니다.
정도인 듯해서 그냥 그렇게 갑니다.
그냥 그렇게 가는 또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그냥 그렇게 갑니다.

차마, 그들처럼 거짓을 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알량할지언정 양심을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내 젊은 날의 열정을 공명심과 맞바꿀 순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솔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생명이나 평화가
알량한 구걸이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모른다고 거짓이 생명이 될 순 없습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거짓이 평화가 될 순 없습니다.

그들의 거짓이
내 젊은 날의 목숨 건 맹세를 고문합니다.
내 발에 걸린 족쇄를 더욱 야멸치게 조여들게 합니다.

그들의 거짓이 내게는 구속인 것처럼
나의 진실은 그들에겐 구속입니다.

우리가 함께 꿈꾸던 해방은 한여름 밤의 꿈이었습니다.
나의 평화는 흐르는 강물에 가고 없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나의 꿈은 흐르지 않는 강이 되는 것입니다.

그 꿈이 내 발에 족쇄를 채웁니다.
그들이 건넨 열쇠로 내 족쇄를 풀 맘은 없습니다.

이제 나는 그들을 부끄러워하며
마음 한 켠 쥐고 있던 일말의 미련도 없이 그들을 떠나보냅니다.
한탄강 흐르는 강물처럼.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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