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의 나치 복장에 대한 생각......진중권과 김형석의 논쟁을 보면서





지난 6월25일, 26일 양일간 임재범은 ‘다시 깨어난 거인’이란 이름의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거기서 임재범은 공연 중간에 나치 군복을 입고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나가수에서 얻은 명성만큼이나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곧바로 대중들의 말밥에 오르내린다. 이번에는 나치 복장이 문제였다.

나치 복장에 대한 논란이 일자 그와 소속사는 "‘나치는 죽었다’는 의미의 퍼포먼스였다. 짜여진 기획대로 진행된 것은 아니고 임재범이 즉흥적으로 펼친 것"이라며 "록의 정신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표현했다"고 오해의 확산 방지를 거듭 부탁했다고 한다.

오해 살만한 일을 저지른 후에 이미 누릴 건 다 누리고선 오해를 말아달라니 그런 부탁은 뻔뻔하다. 오해 살만한 일을 했으면 오해건 육해건 자신이 저지른 만큼, 누린 만큼, 감당하는 게 공정치 않을까. 의심과 오해를 살만한 언행을 보였던 타블로가 문제일까, 의심하고 오해한 사람들이 문제일까? 나치 복장을 멋들어지게 입고 강렬한 퍼모먼스를 벌이면서 한껏 카리스마를 뽐낸 임재범이 문제일까, 나치 복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진중권과 네티즌들이 문제일까?

나치 복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그를 변호하는 사람들은 의심과 오해가 공연의 전 과정을 보지 않은 무지에서 기인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니 공연을 보지 않은 자는 평하지도 말란다. 나치 복장을 벗어던지며 ‘하일, 프리덤(Freedom)!'이라 외친 임재범의 반전 모드에 모두들 뿅 갔던 모양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암표까지 극성을 부렸다던 그 공연장을 찾을 정성의 소유자들이라면 퍼포먼스로 임재범이 고추를 깠더라도 그건 헌법으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이고, 바지의 억압과 굴레로부터 꼬추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롹의 정신이며, 나만 가수인 한국 최고의 가수가 뿜어내는 예술혼이라 옹호해줄 열혈팬들일 거라 생각하는 것도 오해일까?

옹호에도 자유가 있듯 비판에도 자유도 있다. 대체로 비판과 비난은 팬들의 몫이 아니라 안티팬들이나 팬들과는 객관적 거리를 둔 사람들의 몫이다. 내가 좋아하니 비판을 말아주세요라든지 공연을 보지 않았으면 비판을 말아주세요라는 소리는 개소리다. 조두순이나 유영철이 저지른 말종 짓을 현장에서 목도치 않았으면 그들을 비난하지 말라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비싼 돈 내고 뿅 간 기분을 놓고 싶지 않아서 옹호하는 건 좋은데 김형석처럼 "미감의 수준을 운운하기 전에 가서 공연보시고 릴렉스 하시길"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건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진중권의 삭막함과 조롱조의 표정이나 어투는 나도 싫어한다. 낄 때나 안 낄 때나 대한민국 온갖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그의 오지랖 넓은 간섭이 거북할 때도 많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는 유명세를 타는 인물이니 글타 치고 내 블로그 글 또한 소리 없이 오지랖 넓기로는 도진개진이고 내 어투 역시 삭막하고 조롱조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나만큼은 그를 나무랄 자격없음이다. 사상이나 철학, 정치적 이념과 노선, 정당이나 사회단체, 종교나 사람 관계 등에서 아무런 종속이 없는 자유로운 자들의 눈엔 니 편 내 편이 없으니 고까우면 모든 게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다. 진보신당 소속이라 하나 그 안에서도 이미 톡톡 까대기로 소문난 진중권이고 보면 그가 씹지 못할 일은 없다. 그의 세상일에 대한 까대기가 불편할지언정 말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더욱이 그는 문화평론을 주된 일로 하는 자유인이잖는가.

그런 진중권이 그랬다. "임재범은 문제가 될 걸 알고 윤리적 논란을 피해갈 명분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며 "'노 히틀러'를 외치고 히틀러를 풍자하려고 했다고. 그건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미학적 비평의 대상. 그냥 몰취향이라고 하면 된다"라고 꼬집었다.

내 눈엔 제대로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길길이 날뛰고 있다만 진중권이 윤리적 측면까지 싸잡아 비판하지 않고 미학적 비평의 대상으로만 국한시킨 것은 그나마 많이 양보한 거다. 사실 임재범의 나치 군복 퍼포먼스를 보면서 비판을 가하는 주류들의 논리는 진중권이 양보를 해준 윤리적 측면에 그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뭐 어차피 이거나 그거나 같은 소리겠지만 주 관점과 보조 관점의 차이 정도는 있을 것이다.

‘나치 군복을 동원한 것은 후진 미학적 컨셉이고 표현이다’ 라는 것과 ‘나치가 어떤 존재인데 그것을 상징적 표현으로 사용하느냐’ 주장의 차이인 것이다. 미학적 표현 방식으로 나치를 동원하는 건 후졌다는 게 진중권의 주된 관점이고 아무리 반전의 퍼포먼스라 하더라도 윤리적으로 어떻게 나치를 동원하냐는 게 비판적 대중들의 주된 관점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김형석이 진중권과 논쟁을 지속하려거든 상대방의 주장이 어떤 관점인지를 제대로 깨닫고 논쟁할 필요가 있겠다. 진중권은 후진 미학적 표현 양식을 논하고 있는데 김형석이처럼 공연을 직접 보라는 둥 륄렉스하라는 둥의 동문서답이면 진중권한테 모욕받기 십상이다.

김형석의 훈수에도 불구하고, 진중권의 지적에는 임재범이 뜨끔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치 복장과 자유를 대비시키고자 했으면 첨부터 나치 복장을 무시하는 의미로 너덜너덜하게 입거나 코믹하게 입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퍼포먼스가 의심받진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근데 임재범은 나치복장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반전 퍼포먼스의 내용과는 별개로 임재범이 나치 복장을 자신의 카리스마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코자 하는 의도를 지녔던 건 아닌지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건 마치 조폭을 영화 주인공으로 설정한 감독이 시사회에서 조폭의 반사회성을 경계하고자 영화를 기획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영화 속 조폭 역할의 주인공은 한없이 멋지게 그려놓고선... 어린 청소년들은 영화를 보고 조폭의 반사회성을 깨닫기보다는 조폭을 선망의 대상으로 경외하듯 생각이 부족한 대중들은 임재범의 나치 복장 퍼포먼스에서 자유와 생명의 소중함을 곱씹기보다는 카리스마 넘치는 임재범의 '멋진(?)' 모습에만 열광하고 마는 것이다.

임재범의 진의와는 달리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나치 군복 퍼포먼스는 ‘미학적 몰취향’이란 어려운 말 쓸 것도 없이 ‘겉멋과 꼼수’로 보인다. 롹과 자유란 미명 아래 겉멋으로 대중들을 보다 손쉽게 자극하고 포섭해보려는 꼼수를 부린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오해였으면 좋겠다. 한때나마 임재범의 노래에 심금을 담그기도 하면서 그를 참 좋은 가수로 기억하기에 그렇다. 넘치는 건 모자란 것과 같다고들 한다. 자유와 해방을 갈구하는 롹커의 정신도 좋고 다시 깨어난 거인으로 우뚝 서고 싶은 심정도 알겠는데 인류가 그토록 혐오하는 시대 상징을 예술이란 이름으로 재탕 삼탕 우려먹는 건 외려 선구적이거나 진취적이어야 할 롹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상충한다. 쓴 약이 몸에 좋은 법이다. 진중권의 쓴 소리는 그런 ‘미학적 몰취향’에 대한 지적이다. 한두 번으로 끝낼 공연이 아니라면 담 번에는 보다 사려 깊은 퍼포먼스로 대중들과 교감해보라는 자극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속을 제대로 채우지 않은 겉은 사람들을 늘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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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63&articleid=2011070316395499808&newssetid=33(2011..7.04 링크 추가)
마지 못해서가 아니고 진지한 자기성찰 후에 내린 결정이었기를...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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