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플레이는 주입식교육의 문제인가

작성자:루울
작성일:2009.09.20 00:27



흔히들 벼엉신들을 가리켜 주입식 교육의 문제..ㅉㅉ 라고들 한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투입시간 대비 산출 효율성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으로 주입식 교육의 많은 장점에 대해서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나는 학교 다닐때에 주입식 교육이 내 스타일에 잘 맞다고 느꼈다. 지극히 당연한 걸 설명하는데 곁가지 시시콜콜한것들을 다 따지고 이 친구 얘기 저 친구 얘기 다 들어가면서 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짜증이 났다. 딱 한가지 확실한 원리를 선생님이 정확하게 설명 해주면, 기본 원리를 이해한 뒤 외울건 외우고 모르는건 물어보고 패스. 이게 좋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내용은 그런 방식으로 획득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게 사고를 정지시킨다던가 바보로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그런 방식 이상의 뭔가가 필요할 만큼 대단한 깊이가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내가 주입식 교육의 수혜자라고 느낀다. 안녕 메리 안녕 탐부터 시작해서 튀김온도는 몇도가 좋으냐까지 오만 가지 잡다한 지식을 나는 주입 받았다. 나는 그렇게 마구잽이로 대가리에 넣어놓은 지식들이 적정한 타임에 맞춰 입에서 흘러나오는 걸 보고 아 이런 방법도 꽤 쓸모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며 그것을 가끔 꺼내어 활용할 수 있는 퀴즈 맞추기를 좋아한다. 그런식으로 대가리에 쌓아놓은걸 심심할 때 마다반추해 보며 얄팍한 경험들과 비교해서 휴지통에 버릴 때도 있고, 수정할 때도 있고, 뭐 그렇다. (주입식 교육은 교수 방법상으로는 일명 강의식 교수법을 말하는 것 같음)

내가 생각하는 주입식 교육의 장점

1.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고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은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다수의 학습자들이 단시간에 평균이상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우리나라에서 강의식 교수법이 줄곧 애용되는것은 열악한 교육상황과 부모의 큰 기대(교육열)이 한 몫하고 있는 것 같다.

2. 대부분의 기초 지식들은 반복 강조와 지시적 전달방식만으로 충분히 습득 가능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각 과목과 단원의 성격에 따라 적합한 교수법이 있는 것이지 무조건 토론 교육이 주입식 보다 우월하다고 할수는 없다.

3. 주입식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교육 방식의 대안이 토론식 교육 어쩌고 하지만, 일정수준의 기초지식들이 곳간에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 그걸 바탕으로 논리를 펴거나 논박할 여지도 있다. 빈 깡통들끼리 모여서 얘기 나눠봤자 토론다운 토론이 될리 만무하며 극도의 저효율을 보여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생각을 비판하고 나의 논리로 상대방의 논리를 반박 수용하는 과정에서 깨우침을 얻기 위해서는 상호 모두 최소한의 지적수준과 논리력을 가져야 하며, 이 기본소양을 갖추는데 주입식 교육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개념조차 소화 못한 자들이 자신의 교육적 실패 상황을 정당화 하는 방책으로써 '주입식 교육 비판' 이 왜곡된 측면도 있다고 봄.

4. 다만, 창조성 .. 그런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백지상태에서 절대로 창조적인 것들이 나올 수 없다는것 만은 확실하다. 대가리에 잡다한 지식들이 가득 차면 정리하고픈 욕구와 응용 하고싶은 호기심도 생긴다. 그런 것들을 스스로 정리해 보거나 책을 읽으며 탐구하면 된다. 주입식 교육 세대인 나는 내가 창조력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으;외로 꽤 창조적이라는 말도 들어봤다. 나의 창조력은 내가 암기하거나 걍 머리에 집어넣은 것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5. 학교에서 잡다한걸 가리키는것도 문제라고 하는데, 나 역시 학교 다닐 때에는 '왜 요딴 쓸데없는걸 배우냐 선진국에서는 안 배운다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엄청 많았다. 하지만 쓸데없는거라고 생각한 것들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신 능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면 나는 학교다닐 때 연필로 연습장에 뭘 쓰면서 계산하는게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덧셈 뺄셈이나 배우면 되지 뭐하러 쓸데없이 수학을 배우는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수학을 배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콩나물 계산하라는게 아니라 뇌 근육에 논리력을 심어주라는 거였다. 요걸 외우든 어쨌든 수학정석을 찢어먹든 간에 열심히 공부해서 소화를 시킨 사람은 앞 뒤 안맞게 말하는 인간의 위선을 조목 조목 비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논리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최소한의 개념 조차 소화 못하는 사람들이 토론식 수업을 통해서 뭔가 생산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데 대해서 회의적이다.

6. 그리고 그 당시에 주입식 교육을 훌륭하게 소화한 다수의 아줌마 아저씨들은 지금 나름대로 제 역할 하면서 기술 발달을 훌륭하게 이룩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지 큰 문제를 나는 찾지 못하겠다. 테레비 반도체 등등 별 무리없이 잘만든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주입식 교육이 전형적인 몰개성형 표준인간을 만들어 버려서 선진국에 비해 '더' 창조적이고 '더' 휼륭한 생각을 고안하는걸걸 방해하는 요인은 되겠지만, 이런 교육 방식이 적극적 '바보생산'의 원인은 아니라는 거다. +를 못해서 아쉽다는거지 - 를 적극적으로 양산하는 원인은 절대 아닌 듯..

내 생각에 아골라의 바보 유형으로 제시되는 인간들의 원인은 단지 주입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조차도 소화를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스타일의 교육이든 그걸 잘 소화해 내고 그 교육 과정이 추구하는 최소한의 교육목표를 마스터한 사람은 절대로 벼엉신짓을 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딱 '국민표준'이 되는거지.

일례로,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예를 들면 역 참 대우 p이면q이다 같은 것들.. 그런것들만 제대로 배우고 머리속에 박아도 배교주나 담당패밀리의 개소리에 속는 벼엉신이 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음을 알고, 그것을 비판하거나 가려듣는 능력은 꼭 토론식 수업이나 사람들이 좋아서 환장하는 핀란드식 선진교육이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p이면 q이다 q이면 r이다 p이면 r이다. 요런거..

아무튼 벼엉신이 양산되는 원인은 교육방식이 후진적이어서라기보다는 그 교육 자체를 소화할 능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아무리 우리나라 교육이 핀란드 뺨치게 바뀌더라도 일정수의 사람은 결국에는 벼엉신 짓을 할것이다.

어쩌면 이 사람들은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장 큰 수혜자들이다. 무슨 벼엉신 짓을 하든 주위 사람들이 '너 대가리탓이야~' 라고 말하기 보다는 니가 이렇게 된것은 '주입식 교육탓이야 ~' 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람들은 자기 반성과 탐구를 게을리하며 시스템 탓으로 돌리며 계속 그렇게 산다. 내 관점이 상당히 편협하다는걸 나도 알고,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것은 분명하지만,, 시스템이 바뀌더라도 항상 일정 부류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변치 않는다. 암만 생각해봐도..


written by '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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