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에서 리드미와 담담당당을 보았습니다.

한 달여 만에 낚시터를 찾았습니다.

돌풍과 호우 주의보가 예고된 터라 멀리는 가덜 몬하고 도심 근교 관리낚시터엘 갔습니다.
다들 호우 주의보에 몸들 사렸는지 500여 평이 넘는 낚시터에 오전 내내 홀로 앉았습니다.
따가운 햇살 대신 가랑비 시원하고 바람도 인적도 없는 호젓함!
무릉이 예이련가 싶었습니다.

근데 웬걸요.
무릉이 따로 없을 그 호젓한 풍경에 취해 예닐곱 마리 정도 낚았을 즈음에 그만 낚도의 무아지경을 깨는 잡념에 치이며 헛웃음이 나고 말았습니다.
낚시대는 묵직한데 어째 용틀임이 느껴지질 않는 겁니다.
낚시대를 잡은 팔을 높이 들어 수면 위로 고기를 띄워보니 시커머죽죽한 등빛에 한 자 세 치는 되어보임직한 빨갱이(낚시계에선 한 자 이쪽 저쪽 크기의 어린 잉어를 ‘발갱이’라 하는데 농 삼아 ‘빨갱이’라고도 합니다. 족히 두세 자 정도는 되어야 ‘잉어’라 불러줍니다)가 지느러미를 내리 깔고 다소곳이 끌려오는 겁니다.
헛웃음이 난 건 그 늠을 보면서 생긴 것도 그렇고 불현듯 돰돰돵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잡념을 떨치고 쉬러 갔던 낚시터에서 생각만 해도 참 피곤한 스딸의 돰돵을 떠올릴 줄이야 이게 멉니까.
병도 큰 병입니다.

원래 물고기란 늠들이 낚시바늘에 걸리면 ‘바늘털이’란 걸 합니다.
바늘털이란 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죠.
낚시꾼들은 그 몸부림을 앙탈로 여기고 그 앙탈이 심할수록 ‘손맛이 좋다’라고 표현하는데 물고기의 떡대가 클수록 이 손맛은 극대화되고 몸맛으로 전이 되기까지 합니다.

제가 돰돵을 떠올린 물고기 정도의 크기면 사실 몸맛까지 느껴볼 정도의 크기입니다만 몸맛, 손맛은 커녕 니맛 내맛도 없는 겁니다.
끌려 오는 빨갱이를 가만 보니까 힘 좋게 생긴 덩치나 체색과는 달리 주둥이가 너덜너덜한 게 이건 머 산전수전 다 겪은 몰골입니다.
그 몰골과 눈빛을 보고 나서야 왜 그리 힘알대기없이 끌려나왔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빨갱이의 눈빛은 ‘니 죶대로 해라, 어차피 풀어줄 거 아이가’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요즘 낚시계에선 ‘catch & release'가 대세입니다.
낚시가 먹거리를 위한 사냥의 수단이 아니라 웰빙 오락의 일환으로 행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낚시터에서 고기를 잡아 망태기에 담아가는 사람은 원시인 취급을 받거나 때거리가 부족한 싼티맨, 또는 몸보신에 환장한 병자 취급받습니다.
그러다보니 관리낚시터도 ‘손맛터’라고 하여 잡이 목적이 아닌 순수 손맛용 낚시터로 운영하는 게 낚시터업계의 일반적 추세입니다.

원래 물고기는 아주 경계심 많고 재바른 생물인데 낚시터에서 길들여진 물고기는 어항 속 금붕어와 비슷한 행동 양태를 보입니다.
금붕어들이 사람 쳐다보고 몰려드는 건 아시죠.
관리낚시터 손맛터 물고기들이 그렇습니다.
원래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자연지의 물고기는 작은 인기척에도 근처에 얼씬도 않을 정도로 예민하지만 손맛터 물고기들은 인기척이 들리면 낚시꾼 자리 근처로 어슬렁거리며 몰려들어 수면위로 낚시꾼을 쳐다보면서 주뎅이를 벙싯거리기도 합니다.
양어장에서 사료 먹고 크면서 이미 사람 손에 길들여져 있기도 합니다만 낚시터에 팔려와서도 낚시꾼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과 낚시꾼 발 아래 떡고물이 많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알게 된 탓이죠.
그리고 몇 차례 낚시 바늘에 꿰여 물속과 물 밖을 왕래하다보면 학습효과에 의해 물고기가 능구렁이가 되는 겁니다.
바늘에 걸린 순간, ‘에레이 또 속았네. 바깥 세상 구경 함 하고 오는 거지 머. 힘 써봤자 기운 떨어진다. 다녀오께 친구들아’라는 표정으로 앙탈도 없이 느물느물 끌려나오는 물고기를 보노라면 손맛을 잔뜩 기대했던 낚시꾼으로선 여간 김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잡은 빨갱이처럼 주둥이가 너덜너덜 열 너댓 번은 바깥 세상 경험을 지닌 듯한 물고기 정도 되면 능글맞고 거만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딱 쳐다보니 생김도 글코 능글맞고 느물거리는 폼새가 돰돵하고 어째 그리 똑 같아 뵈는지 한순간 헛웃음이 났던 겝니다.

물고기도 낚았을 때 앙탈부리는 정도와 주뎅이 상태를 보면 초짠지 베테랑인지 알듯 경방 사기꾼들도 건드리고 낚아보면 그 앙탈부리는 정도와 주뎅이질의 상태에 따라 아마인지 프로인지 얼추 구분이 갑니다.
리쥐미나 멕팔이, 크래머가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의 경험들이 부족한 아마츄어라면 돰돵과 빚을링크는 프로입니다.

논증이나 처신에서 모순이 발각되었을 때 리쥐미나 멕팔이, 크래머에게선 우왕좌왕하는 순진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건 그들이 아직은 아마츄어란 얘기고 개전의 정이 일말이라도 남아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돰돵이나 빚을링크 류에게선 그런 순진함이란 모기 오줌 만큼도 보덜 못했습니다.
추정되고 확인된 그들의 이력들이 말해주듯 물 밖 세상에서 어지간히 굴러먹은 베테랑들이란 거죠.
이미 그들은 낚시꾼 정도를 겁내는 물고기들은 아닙니다.

특히 돰돵, 이 친구는 다음 아고라에서 만큼은 민족의 태양은 못되더라도 민족의 형광등급으로 우대받는 인물 아닙니까. 물론 일천 둉신들에 의해서지만.
개혁과 진보를 말하는 이곳에서 민족의 형광등급 정도 되려면 사실 바깥 세상에서도 공인받은 명함 하나 정도는 있어야 정상이거든요. 은둔자가 아니라면.
은둔자가 저리 씨부리고 있을 리도 만무하겠지만 말입니다.
저 정도 열혈 반이명박 애국자시라면 못 되도 개혁과 진보를 표방한 사회 단체 등에서 깃발잡이 정도의 명함 하나 정도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기대가 아닐까요.

근데 님아들은 범국가적 위기를 포효하며 십만 양병설을 주장하는, 아고라가 배출한 불세출의 애국자 돰돵이가 십진의 세계에서 멀 한다는 얘길 들었던 적 있었던가요.
십진 세계에서의 명함이나 행적이 없다는 건 바깥세상에선 빌붙어 먹을 데 하나 없는 신뢰 꽝의 인간이란 얘기입니다.
넷 세상은 저 자들에겐 자신의 패배한 인생을 위로받을 수 있는 대딸방과 다름 없습니다.

결론은 주뎅이로만 애국하고 개혁하고 진보하는 인간들이란 얘기죠.
손모가지 삐어가며 주뎅이 부르터가며 그 인간들 대딸 쳐주시는 게 유일한 하루 낙인 일천 둉신 님아들, 그러고 사시면 살림살이가 나아지십니까.
이명박 정부가 조기 퇴진이라도 한답디까.
저런 인간들을 무씬 슨상님, 형광등님이라 따르시는 여러분들도 주뎅이 애국질이란 점에선 도진개진입니다.

세상살이가 참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순하고 참 단순한 것 같으면서 복잡하죠.
아골란들에게 제가 터득한 세상이치 중 두 가지만 일러드리면요.

첫째,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세상을 기준으로 자신을 보라는 것과

둘째, 내 주머니 헐렁하면 노무현 김대중도 타도의 대상이고 내 주머니 빵빵하면 전두환 노태우도 성군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우짜든동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은 절반 정도로만 줄이시고 그 남는 시간에 내 주머니 채울 방법을 연구하거나 능력을 계발하세요.
필요하면 학원 가서 자격증이라도 따시든가 박대성 얘기처럼 외국어라도 한 자 공부하시든가.
주머니가 짤랑짤랑해지면 아름다운 금수강산까지는 아니어도 이민가고 싶다라는 생각은 사그라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해도 해도 잘 안 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렇더라도 마지막까지 남탓은 하지 마세요.
남탓은 죽음에 이르는 참으로 몹쓸 병입니다.
아무것도 하지도 않고 세상 원망만 하는 놈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놈들은 이명박 정부 탓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낚시꾼들에게조차 환대받지 못하는 발갱이(빨갱이?)로 살아 가실래요?
주머니가 좀 허전해도 인간으로 살아 가실래요?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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