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은 떠나라, 이제 그만 떠나라


선거 하루 전날인 그제, 반MB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단일화를 외면한 채 완주를 고집하는 노회찬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그의 장래에 대한 악담을 토했었다. 선거 하루 뒷날인 오늘, 아쉬움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지만 그 악담만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맘으로 그를 향해 다시 한 번 오지랖 넓은 새실 한 마디 더한다.


노회찬은 이 참에 관둬라. 정치놀이 관둬라. 이번 선거를 통해서 노회찬은 하수임이 명백히 증명되었다. 더 이상 죽은 자식 부랄 잡아봤자 저승사자 화만 돋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노회찬을 지지했던 40.1%의 지역구 표심은 오늘부로 죽은 자식일 뿐이다. 설령 40.1%의 표심이 싸그리 죽진 않았다 하더라도 최소한 절반은 죽었다. 살아남은 절반 20%의 표심에 쌈지표 3.3%를 덤으로 얹는대도 그 정도론 차기 총선에서의 당선은 아~나 깍꿍이다. 그게 6.2지자체 선거를 막 끝낸 작금의 민심이고 표심이다. 18대 총선에서야 비록 낙선했지만 사실 결정적 실수만 없다면 그 40.1%의 표심은 무럭무럭 자라날 새싹이었고 그 새싹은 잎이 되고 꽂이 되어 차기 선거에선 노회찬의 가슴에 꽃다발이 되어 안겼을지도 모른다. 근데 노회찬은 그 황무지에서 힘겹게 틔운 싹을 스스로 짓밟아 뭉개버리는 결정적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어쩌면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표심은 노회찬이란 작은 그릇에 다 담아내기엔 과분했었나 보다. 그 분에 넘치는 표심이 노회찬을 그토록 교만하고 고집불통으로 만드는 독이었던 걸 이제라도 깨달았으면 한다.


연예인은 출연해야 연예인이고 스포츠 선수는 출전해야 선수고 정치인은 똥뺏지라도 달아야 정치인인 거다. 똥뺏지도 하나 없이 그저 3.3% 골목대장 자격으로 조선일보 창간 기념식장에나 다님서 와인 잔을 치켜드는 겉멋이나 부리고 다닐 요량이라면 이런 글이 다 무슨 소용일까도 싶다. 꼴리는 대로 살다 가는 거지 머. 그럼 지지율 3.3%당의 가장으로서 뭘 어찌해야 할까? 선거는 줄금줄금 이어지는데 천 날 만 날 보리죽에 손가락만 빨아댈 순 없잖은가? 선례를 보면 그런 경우에 대개 가장들은 처자식일랑 내몰라라 팽개치고 얍삽하게 저 홀로 살 길 찾아 집을 나가더라. 멀게는 민중당의 이재오, 김문수가 그랬고 한때 개혁당의 유시민도 그랬다. 하녀 잡일 마다않은 뒷바라지로 고시 합격시켜 놓았더니 재벌가로 장가드는 잡늠들처럼 말이다. 행여 노회찬이 입신양명을 꿈꾸면서 정치를 계속 할 거면 남은 길은 오직 하나 재벌가로 장가드는 길 밖에 없어 뵌다. 한나라 입당! 김문수나 이재오처럼! 오호 애재라~! 입신양명을 꿈꾸지 않는다면 정치인이 아니고 집권을 꿈꾸지 않는다면 정당이라 할 수 없을진대 노회찬이 성스럽게도 오로지 대의와 민의만을 위해 멸사봉공하려고 제도권 정치판에 발을 디밀지는 않았을 터 시련의 계절에 그의 선택이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지난 글에서 나는 그가 김문수나 이재오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악담을 했다. 배수진을 치고서 6.2지자체 선거에 호기롭게 임하는 그에게서 장렬히 전사하는 용장의 모습보다는 적장 앞에 검과 투구를 내리고 무릎 꿇어 목숨을 구걸하는 패장의 모습이 연상된다고도 했고 나아가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김문수, 이재오와 함께 굳게 맞잡은 손을 유세장에서 흔들어대는 노회찬을 상상한다고도 했다. 이 모든 게 그저 악담으로 끝나길 바란다. 아무리 내성이 생겼다지만 제2의 이재오, 제3의 김문수를 반복해서 봐줄 만큼 나의 비위가 억세진 않기 때문이다. 어디 나만 그러랴. 약한 비위를 가진 과거의 동지들을 위해서 보시, 적선하는 셈 치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 판에서 이제 그만 떠나라. 노회찬의 역할은 딱 어제까지였다. 노회찬의 미래에 대한 나의 악담이 부디 현실이 되지 않고 ‘유쾌한 상상’만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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