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입이 아니라 귀다



길 가다 쌈 구경 하다보면 가끔 이런 광경을 목도할 때가 있다.
덩치도 작고 바싹 말라 정말이지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약골이
맞은 데 맞고 또 맞으면서도 조뎅이만 살아 깐죽대다가 상대방을 분기탱천시켜
서너 대 맞고 끝날 쌈판에 오뉴월 뒷산 개타작 하듯 얻어맞는 꼬락서니 말이다.

어제 그제, 선거 후 분위기도 살필 겸
평소 들를 일 없던 진보신당 홈피에 눈 박고 짬짬이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흡사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신당의 당원인 듯한 몇몇 사람들의 소갈머리 부족한 대응을 보면서
매를 버는 재주로만 선거하면 장차 대통령도 배출해낼 동네지 싶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대항의 변이 차고 넘치더라도
이럴 땐 조뎅이 닫고 패는 대로 좀 맞아주는 게 사즉생의 길이겠건만
어딜 가나 곧 죽어도 깐죽대는 위인들은 있는 모양이다.
덩어리 작은 것도 서러운데 왜 패냐고 내가 뭔 잘못이냐고 조뎅이 깐죽거려봤자
지금은 회초리로 맞을 거 몽둥이로 맞을 상황이다.

작금의 분위기가 맞는 쪽 보다는 때리는 쪽의 심정이 더 억울할 수도 있단 걸
이해치 못한다면 진보신당은 결코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
머리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면 가슴으로라도 수긍해보려 노력하라.
심상정의 눈물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부터 흘러내린 눈물임을 알지 못한다면
단언컨대 진보신당의 미래는 암울하다.
아이일로 속상한 마누라가 화풀이 삼아 내뱉는 짜증조차
너른 가슴으로 받아 내지 못하고 맞싸다구로 대응할래?

진보 해 먹기가 그래서 힘들잖우.
히말라야 고봉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남극의 빙하만큼이나 차가운 이성,
태평양보다도 넓은 가슴을 사람들이 기대하잖우?
그건 그런 기대를 하는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고
진보 스스로가 지금껏 그렇게 떠들어왔기 때문이란 것도 알잖우.
더구나 그곳 분들은 진보 중의 참진보를 자처하며
나 같은 사이비 진보들과는 달리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부심들을 지니고 있거늘.

그래서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드리는 말씀인데요.

진보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억울한 가슴 달랠 길 없어 패악질이나 해댈 뿐인
우리네 같은 무지렁이 민초들과 꼭 그리 맞짱을 까셔야겠어요?
진보라면서요, 그것도 진보 중의 진보, 참진보라면서요?
민초들이 억울한 맘 달랠 길 없어 화풀이라도 할 곳 찾아 몰려들어 욕질 좀 한다고
멍석 하나 깔아줄 아량도 없이 맞짱욕을 까대시면 우숩잖아요.

신당 분들이 욕쌈질로 민초들을 이길 수 있을 꺼 같으세요?
어리석은 민초들을 계몽과 각성의 대상으로만 여기시는
천하에 잘나디 잘난 신당님들께서 맞짱욕을 까시면 그 체통이 서시겠어요?

정체성들 좋아하시니 이번 기회에 정강정책 말고도
높은 도덕성과 이성, 관대한 아량과 풍모를 지닌 참진보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민초들의 가슴에 확고히 심어주세요.
코딱지만한 진보신당 게시판이 앞으로 또 언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볼 수 있겠어요?
위기는 곧 기회라고도 하잖아요.

떼거리로 몰려와서 분풀이 깽판이나 치고 돌아서는
민초들의 손에 차라리 떡이라도 하나씩 들려 주시면
돌아서는 발걸음에 미안함도 사뿐히 서려 있지 않겠어요?

'어디서 표 구걸질이냐'고 거렁뱅이 취급하시며 그토록 야멸치게 내치시다니
진보신당은 결단코 유권자들에게 표를 구걸하지 않고 고매하게 선거를 치르시나 보죠.
고작 3.3%를 얻고도 그토록 당당하신 게 그런 연유였쎴쌔예?

신당님들의 눈에는 신당 게시판에 몰려와서 분을 터놓는 사람들이 모두
표나 구걸하고 다니는 앵벌이들로 유빠거나 노빠, 민주당 빠돌이들로만 보이세요?
아님 남의 영업점에 와서 무전취식하며 깽판이나 치는 양아치들로 보이세요?
그 분들은요, 신당님들이 그토록 지성으로 위한다는 피지배 계층이고,
그대들이 이 땅의 주인이라고 치켜세우는 민중이고,
정권의 몹쓸 학대로부터 마음을 다친 무지렁이 민초들일 뿐이거든요.

게시판을 훝다 보면 간혹 열린 가슴으로 객을 대하는 쥔장들도 뵈기는 합디다만
대개는 열정만 넘쳤지 노숙하지도 못하고 어린 티와 아마추어 티를 팍팍 내며
매를 버는 대응들이 주류를 이루더군요.

아쉽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선거판에서의 처신만큼이나 당원들이나 당수의 수습 능력 또한
진보정당으로선 함량 미달인 듯해서요.
(*노회찬의 변: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
linkid=4&articleid=2010060412075436314&newssetid=1352
)
진보신당 당원님들, 그리고 노회찬 당수님, 가르치려 들지 마시고 먼저 배우세요.
게시판에서 어느 분인가 이런 말을 써놓았더군요.

“진보신당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입이 아니라 두 개의 귀여야 한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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