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와 미네르박 이야기 3

3
최후


(전편에서 계속)

“촌장 후계자 선발 최고 구라 경연대회에서 영예의 최우수상을 수상할 최고의 구라꾼은 참가번호 6번, 미이~르으~바아!!”

모야, 모야! 이게 모얏! 저마다 탈락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여름날 봉숭아 씨방 터지드끼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왔습니다. 급기야 주최 측의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나선 출전자들의 꼬장과 난장으로 구라 경연대회가 열렸던 광장(廣場)은 광장(狂場)이 되고 말았습니다. 닌텐도사가 재밌으라고 기껏 의인화시켜 주었더니 역시 짐승들이 사람역할 하는 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막장에 이르니 다들 짐승티를 내고 맙니다.

구라 경연대회 탈락자들의 소동으로 시끌벅적한 광장의 뒷켠 어딘가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온 몸의 성감대를 어지럽히던 구라꾼들의 현란한 혓질에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무표정하게 그들의 구라를 지켜보기만 하던 마을 사무소 여직원 펠리가 그들의 난장을 보면서 알 수 없는 탄식을 내뱉습니다. “얘도 구라, 쟤도 구라, 걔도 구라, 해도 구라, 달도 구라, 별도 구라, 온 우주 삼라만상이 구라, 구라로다! 단 하나 구라 아닌 잠들어버린 이성이여!”

탈락자들의 불평불만으로 소동은 있었지만 어쨌거나 미르바는 구라경연대회에서 짱을 먹었고 팔십만 벨(*동숲 마을의 화폐 단위)짜리 왕관을 머리에 덮어쓰고 한껏 뽐을 내었습니다. 그 희귀한 일본 연어 5마리를 혼자 다 쳐먹고 연어 기름이 올라 빵빵번질번지르르해진 뱃살을 출렁이며 마을 해변에 모로 자빠져 우승자의 향연을 맘껏 만끽하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정말 산신령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구라 경연 대회 이후 그의 혼이 담긴 구라는 경쟁자들을 한층 더 압도하였고 마을에선 이젠 감히 그 누구도 그의 구라에 대항할 엄두를 내질 못했습니다. 미르바의 구라는 구라 마을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찬사와 칭송을 받으며 하늘 끝 간 데 없이 더욱 높디높아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뿔싸, 브레이크 없던 그의 구라가 그만 하늘님의 똥꼬를 찔러버렸습니다. 가뜩이나 치질 땜에 고생 중이던 하날님은 씅질이 말둊처럼 뻗쳐 그에게 천둥번개를 반짝반짝 내렸습니다. 반짝반짝 예쁜 벼락에 맞아서 왕관은 작살이 났고 S라인 섹시한 번개불은 산신령처럼 우아했던 그의 수염과 도포를 휘감으며 홀라당 다 태워버렸습니다. 음마얏, 저게 모얏! 추송훈스런 몸짱을 연상케 하던 그 칼칼한 카리스마는 온 데 간 데 없고 벌거벗은 구라왕 미르바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몰골을 드러내었습니다. 꼬츄는 여물다 만 풋꼬츄였고 뱃살은 일본 연어 기름으로 출렁거렸으며 게슴츠레한 눈은 뽕이라도 맞은 듯 몽롱해 보였습니다.

졸지에 천둥벼락을 맞고 화들짝 놀란 미르바는 자신은 오직 땅도 하늘도 아닌 허공에서 중도실용구라만을 외쳤을 뿐이라며 그 증거로써 자신의 이마위로 한 치 좌우 쏠림도 없이 가지런히 뻗은 5:5가리마를 가리켰지만 하날님은 물론 구라마을 사람들까지도 모두 그의 읍소를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어디 한 구석이라도 예쁘게 봐줄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염과 도포를 벗기고 보니 산신령 같던 부엉이의 자태가 아니라 끓는 물에 막 투입되기 직전의 발가벗은 달구새끼랑 영락없어 보였습니다.

우이 싯퐁, 꼬츄가 달려 있기나 한 겨...! 구라 마을 사람들은 그 해 여름이 가기 전에 자신들에게도 다가올 재앙은 까마득히 모른 채 이런 한가한 농들을 뱉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마을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오신 구세주 같던 미르바가 사라져버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미르닭 말고 미르붱을 내 놓으라며 툭하면 하날님에게 음모론을 제기하고 대들면서 뒤송송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의 뒷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아종뽀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의인화된 짐승들이 벌이는 이 놀랍고 신기한 희극은 굳이 글로 옮기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서 재미 만땅 웃음 철철이기 때문입니다.

(to be continued)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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