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와 미네르박 이야기 4

4
편지


(전편에서 계속)

구라경연대회가 끝나고 미르바의 구라를 찬양찬양하는 축제 분위기가 연일 계속되던 어느 날인가 마을사무소 여직원 펠리가 마을을 떠났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펠리의 근황에 대해선 금기라도 되는 양 입에 올리질 않았습니다. 펠리와 마을사무소에 함께 근무하던 펠리미가 퉁명스럽게 전한 말에 의하면 구라경연대회가 끝나고서 사나흘 쯤 지나서, 펠리가 마을사무소에 편지 한 통만 달랑 남기고 구라마을을 떠났다고 합니다. 마을사무소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펠리의 편지에는 미르바에 관한 이런 고백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을주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정든 마을을 떠나고자 합니다.
지금 구라마을은 마을 탄생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구라 마을의 촌장이 되려는 사람은 정녕 ‘혼이 담긴 구라’를 시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르바는 얼마 전 구라마을 최고구라 경연대회에서 짱을 먹었고 촌장 후계자로 추대되었습니다.
저는 그간 미르바의 구라를 다각도로 검토해 보았지만 그의 구라에는 결코 혼이 담겨 있질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혼이 담겨 있지 않은 구라는 진정한 구라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혼구라로 칭송하고 결국 그에게 구라왕관을 씌웠습니다.
저는 그가 구라마을의 촌장으로 추대되는 일만은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제가 아는 모든 것을 폭로하고 구라마을을 떠나는 것으로 제 말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합니다.
그가 구라경연대회에서 시전한 ‘꼬마들의 엽기 행각’이란 구라는 자신의 창작 구라가 아닌 어디선가 펌질한 구라입니다.
저는 ‘꼬마들의 엽기 행각’이란 구라를 야후 블로그 말고 다른 사이트 여러 군데서 분명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저 구라의 저작권자는 미르바가 아닌 다른 마을에 살고 있는 누구누구입니다.
저는 통신을 통해서 그 마을을 여러 차례 다녔고 원저작권자의 구라를 직접 듣기도 하였습니다.
단언컨대, 미르바의 구라는 그 사람의 구라를 각색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미르바의 구라에는 혼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평상시 시전한 모든 구라들도 제가 외부세계로 나갔을 때 여기저기서 들은 적이 있는 각색된 구라들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의 모든 구라는 자신의 창작 구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구라마을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있습니다.
혼이 담긴 구라를 시전할 수 없는 자가 마을 촌장이 되면 마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게 그것입니다.
저는 그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마을을 떠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만 살겠다고 마을을 떠나는 일이 죄스러워 이렇게나마 편지 한 장 남기오니 주민 여러분들께서도 현명하게 판단하고 처신하시길 소망합니다.
나 이만 감미다. 안녕히 계세여. 펠리가.
달리고,달리고,달리고,달리고,달려서 감미다. 따라따따~따라따따~~뱌뱌~~~



펠리의 서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펠리를 미친 뇬 취급을 하면서 외려 더 열광적으로 미르바를 추켜세웠고 사기충천했던 미르바가 결국 하늘님 똥꼬를 찌르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하날님이 천둥과 번개로써 미네르바에게 징벌을 내렸던 그해 여름 어느 날, 미르바의 똥꼬지르기 후유증으로 치질이 크게 도진 하날님이 불뚝 씅질이 뻗쳐 미르바를 촌장 후계자로 옹립했던 구라마을에도 시커먼 비를 뿌려 홍수를 일으켰고 마을은 그만 물속 깊이 잠기고 말았습니다. 펠리의 경고대로 마을에 큰 재앙이 내렸던 것입니다. 피자를 먹으면서 동물의 숲을 하던 아이가 탁자 위 콜라를 닌텐도에 엎질러버린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to be continued)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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