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6


군대 이야기 6
글쓴이:허허




일과가 끝나고 내무반으로 오니 체격이 우람한 신병 하나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인사과 요원이 우리 내무반원이라서 부대장 신고 전에는 우리 내무반에서 재웠었다.
"허허, 드디어 니 쫄따구 왔다. 그동안 막내로서 외로웠지, 축하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맘껏 신고식을 시켜보라고 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쫄따구였던가.
"어이~ 신병, 위치로!"
“넵, 이병 정원식”
"내가 누구게?"
내 명찰을 보더니,
“허허 이병 님이십니다!”
"뭐시라꼬? 대가리 박으세염."
머리를 처박고 있는 신병에게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
"니도 이병이고 나도 이병인데, 내가 이병으로 보인다면 맞먹겠단 소리 아이가?"
“아닙니다.”
"허허 이병이 아니라 할배다 알겠나?"
“넵, 알겠습니다.”
"기상!, 할배 삼회 복창한다. 실시."
“할배!! 할배!! 하알배~!!”
"시끄럽다 이늠아, 고참들 놀래잖아."
나머지 대원들이 배꼽을 잡는다.
"훈련소에서 군인정신 암기했제?"
“넵, 했습니다.”
"외운다. 실시"
“군인 정신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어허~ 대가리 심어주세요."
"군인 정신은 제 정신이 아니다 알겠나?"
“넵, 알겠습니닷!”
"군인의 길 외워 보세염."
“군인의 길 하나, 나의 길은 충성에…….”
"에혀~ 대가리 다시 심어 주세염."
"제대만이 살 길이다 알겠나?"
“넵 알겠습니다.”
"기상, 터레끼 하나 뺀다. 실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씨뱅아, 좆털도 모르나? 터레끼 하나 뺀다. 실시!!"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더니 하나를 뽑아서 두 손으로 내민다.
두 손으로 털 하나를 쥐고 있는 모습이 엉거주춤하다.
"그게 뭐로 보이노?"
“넵, 고추 털입니다!”
"에혀~ 야가 와 이라노. 다시 대가리 심어 주세염."
"총이다 알겠나?"
“ 넵, 알겠습니다.”
"기상, 그게 뭐시라꼬?"
“총입니닷!”
"그라모 총이고말고. 훈련소에서 총검술 배웠제?”
“넵, 배웠습니다.”
"자~ 지금부터 총검술 연마 정도를 심사하겠다. 찔러 총!”
“얍”
"길게 찔러"
“야압.”
"총검술 16개 동작, 구령과 함께 시작"
“하낫, 두울 세엣…….”
내무반원들이 뒤로 넘어간다.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를 음모의 냄새 같은 것…….
도무지 더는 못 참겠는지 인사과 임 병장이 우스워서 말을 잇지도 못하면서 얘기한다.
"허허, 넌 이제 좇됐다. 원식이는 차량 정비 주특기라서 후반기 교육을 6개월 받고 와서 신병이지, 너 보다 3개월 고참이다. 더욱이 본부대로 배속됐다. 우짤래? 절마는 태권도 공인 4단이고 니보다 고참인데……."
나만 몰랐고 다들 알고 있었던 듯했다.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였다.
며칠 후 세면장에서 나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대가리 박고 있었고 정원식은 침을 튀기면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뭐? 씨발넘아, 제대만이 살길이라고?
말 잘했다. 앞으로 니는 내 제대만이 살 길이다!”

(to be continued)

written by ===허허===
(이 글의 저작권은 '허허'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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