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3


군대 이야기 3
글쓴이;허허




퇴소식은 사단의 공식행사다.
사단장의 참관은 소속부대의 최상급자와 말단 사병이 최초로 대면하는 날이며 가족면회가 이루어지는 날이기도 했다.
사단 연병장에서 행사를 하는 것이 통상관례였으나 눈이 많이 쌓인 데다 추운 날이었으니 면회객을 배려하여 실내체육관에서 퇴소식을 하게 되었다.
단상엔 수뇌부들이 앉고 광장에서는 훈련병들이 도열하고, 이층 관람석엔 가족들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훈련소 입장에선 6주간의 훈련성과를 수뇌부와 부모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이는 날이기도 했다.
시범은 제식동작과 총검술, 태권도 품세와 적 벽돌 격파 시범 순으로 진행이 되었다.
(가마에 굽기 전의 벽돌이라서 강도는 약했다.)
다른 시범은 훈련기간 내내 반복 연습을 했으나 벽돌 격파 시범은 예산부족으로 자세와 격파요령만 교육받았다.
격파에서 실패하면 유급되어 퇴소가 불가능하단다.
앞 기수에서 한 명이 주먹으로 격파를 실패하였으나 불굴의 깡다구를 발휘하여 이마로 기어코 깨고는 이마에 피를 철철 흘리는 모습을 보고, 사단장이 감격을 하여 "이놈 즉시 포상휴가를 보내라"는 사례가 있었다는 얘기에 다들 감격한 표정이었으나, 나는 속으로 ‘미친 놈’ 싶었다.
퇴소식 마지막 행사로 벽돌을 격파하는 시간이 왔다.
귀에 딱지가 앉게 듣고 자세를 연습했던 격파요령을 떠올렸다.
"왼 무릎을 굽히고 오른 다리를 뒤로 쭉 뻗고 허리를 세운 자세에서 시선은 벽돌을 향하고 머릿속엔 격파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자기최면을 걸어서, 지휘자의 구령에 맞춰 모든 힘을 주먹에 모아서 내려쳐라"
하지만 나는 지휘자의 구령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서 주먹 대신 오른발로 사정없이 벽돌을 밟아버렸다.
옆 동료의 벽돌은 두 동강이 난 반면에 내 벽돌은 가루가 나버렸다.
스무 명 정도는 일 차에서 실패하여 다시 내려치고, 그래도 실패한 이는 이마로 들이받느라 난리를 치고 있었지만 나는 당당하게 시침을 떼고 있었다.

훈련 동기들이 모두 경남 출신인 반면, 훈련소는 인천이었고 혹한인 관계로 면회객 비율은 훈련병의 절반 정도였다.
훈련소의 배려로 가족들이 면회를 오지 않은 훈련병은 면회를 온 가족에 끼워서 따뜻한 음식을 얻어먹게 하였다.
형들 군 생활 중에 면회를 간 적이 없는 엄마와 울산 형이 생각지도 않게 면회를 왔다.
면회소는 북새통을 이뤘다.
옆 동료가 면회 온 엄마를 앞에 두고 "추웅썽!! 이병 누구누구 어쩌고저쩌고……." 하니 그 어미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저 바보 같은 놈…….’

제 딴에는 씩씩하게 변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지 몰라도, 어미로선 평소 철없던 놈을 군에서 얼마나 다그쳤기에 6주 만에 이리 변하게 만들었나 싶었을 테고, 앞으로 남은 기간을 생각하며 가슴에 못 박히는 줄도 모르지 싶었다.
"허허야,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놈이 그놈 같아서 우째 찾겠노 했는데, 모두 똑 바로 서있는 데 하나가 삐딱하게 서있는 폼이 영판 니 아버지 뒷모습이라서 그 놈만 집중해서 보니 니가 맞더라. 니 형한테 말하고 짜달시리 웃었다."
형이 옆에서 한 마디 덧붙인다.
"어떤 애들은 벽돌을 못 깨서 머리로 찧고 난리를 피워서 겨우 두 동강 내는데, 니는 아예 가루로 만들어 버리데? 학시리 내 동생답더라."
다른 가족들은 지지고 볶고, 떡도 해오고 통닭도 준비하고 한입 가득 넣어서 호흡곤란증을 보이는데도 부모는 계속 밀어 넣고 있는데, 엄마는 빈손이다.
어찌된 영문이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니,
"니 형이 이 추운 날 뭐 하러 천릿길을 가서 식은 음식을 먹일 거요? 외출 될 건데 밖에 나가서 따신 음식 먹이지 하기에 빈손으로 왔더니만, 면회만 가능하고 외출은 안 된다네…….”
엄마의 말을 받아서 형이 또 거든다.
“여기 매점은 바나나우유 뿐인네 차서 우야노?”
억수로 미안해하는 형을 위해서 한 마디 해줬다.
"몇 달 만에 만난 형이 반갑지 않고 지기 삐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로 봐선 군대가 문제 있는 동네임이 확실하네요."
내게 배당된 동료와 나는, 두 시간 정도의 면회 시간이 풍요속의 빈곤이었다.
우리가 먹은 것은 PX에서 파는 바나나우유와 다이제스티브라는 비스킷이 모두였다.
내게 주려고 준비한 돈과 음식을 사주려고 했던 예산을 내놓으라 해서 기어코 사양하는 동료와 반씩 나눴다.

면회가 끝나고 각각의 부대로 분산배치를 위하여 호명을 한다.
"허허, 306포병대대"
"음마얏~ 모야모야 이게 뭐야? 내가 왜 포병으로? 달고 있는 좇만해도 천근인데, 소총도 무겁구만……. 대포가 다 뭐얌!! 죠또, 시롯~!!"
(to be continued)

written by===허허===
(이 글의 저작권은 '허허'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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