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인생들의 이정표

작성자:HUE
작성일:2010.01.19



부담스러울 아래의 글은 경제 행위에서 실패를 반복하는 사례를 은유한 것이다.
개인의 취향이 빚는 여러가지 양상 중에서 참극의 경우를 즉흥하였다.
읽기를 바라며 썼다기보다 스스로 잡념을 털어내는 한 낮의 푸닥거리다.

맥은 부모님의 자상한 보살핌을 받으며 훌륭하다고 알려진 교육기관을 거쳐 씩씩한 젊은이가 되었다.

맥은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가족과 사회를 위해 보람이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것은 나라의 동량지재로서 소임을 다하는 일임을 잊지 않았다.

절차탁마하며 준비된 인생을 살던 그는 출중한 기량과 의협심이 쓰일 곳을 찾아 열린 자세로 사이버 세상을 주유하였다. 그러던 중 군중이 모여 웅성거리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군중이 빙 둘러 서있는 한 복판에는 살짝 뚱뚱해 보이는 젊은 사내가 실룩거리며 앉아 있었고,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젊은 사내를 삿대질하며 고함을 질렀다.

“너, 넌 누구냐.”
“누구의 심부름꾼이냐.”
“진짜는 어디에 숨었으며 가짜인 네가 진짜로 행세토록 사주한 배후를 밝혀라.“

사내의 웅얼거림은 군중의 아우성에 묻혀 울먹이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맥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듯 즉시 의협심을 다발로 끄집어내며 궁금증을 풀어 줄 사람이 없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시선은 특이한 대상을 탐색하는 오랜 버릇으로 군중 가운데에서 이마가 환한 인물을 찾아냈다. 그는 낡은 전투복 차림이었는데 용병이었음을 표시하는 견장과 가슴에는 ‘일거조’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 가 정중한 예를 차린 후 묻자...

“저 짜식은 우리의 선지자였던 민애가 자신이었다고 우기고 있소. 하지만 저렇게 형편없는 자가 선지자일 리가 없소. 군중의 분노를 보시오. 여럿을 속인 경우는 그 배후가 국가가 아니고는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걸 고금의 역사가 증명하는 바요.“

맥은 사태를 판단함에 있어 어느 일방의 주장에 의지하는 것의 위험성을 훌륭한 교육을 통해 습득하고 있었으므로 시선을 돌려 군중을 살폈다. 마침 세계의 비참을 예견하여 웃으며 종말을 맞이하자는 단체에서 나온 가면 쓴 인물이 보여 다가가 물었다. 목소리조차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었다.

“회원이 많습니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심판의 날이 오면 우리가 그 심판을 주재하게 된답니다. 가입하면 당신이 원하는 걸 링크전사들이 도와드립니다.“

맥은 후일을 도모하는데 필요할 것 같아 그들이 내민 서류에 사인을 하고 마지막으로 사실 확인을 해 줄 인물이 군중 속에 있을까 발꿈치를 세웠다.

장날마다 쫒아 다니며 무술시연으로 끼니를 이어가던 차력사가 공중부양은 담담한 마음이 기본이라며 시선을 끌고 있었다. 맥은 잠시 망설였다. 물었다가 대답을 얻기 전에 차력사들의 길고 긴 내력을 의무적으로 들어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뒷통수를 핥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맥은 의협심을 발휘할 기회를 찾고 있었고 당장은 하는 일도 없었기에 걸음을 옮겨 목례를 한 뒤 턱짓으로 궁금증을 표시했다.

“바람은 대기의 흐름을 보여주며 국가 사이에도 미묘한 균형을 형성하고 하고하며한뒤할수밖에없고해서는안될일과해야할일을살피면매국노가보이고구국의결단은우리의의무이며하며저며되며너희가도를아느냐를이제시작해도되겠느뇨솰솰바람바람바람..“

듣다가 맥은 잠이 들었다. 풀밭 위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반도의 봉우리와 계곡을 지나 온 향기로운 냄새였고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태어나기 전 낙원이었던 곳, 어머니로부터 떠밀림이 있은 뒤 이제는 실낙원이 된 지상의 고단한 여정은 짧았지만 구원받고 싶었다.

잠 속에서는 자신이 다져왔던 역량으로 세상에 대한 책무나 의협심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본능만이 지배했다. 꿈결에 어흥하는 호랑이의 포효가 들려왔고 크르릉하는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공중부양을 하고 싶었지만 되지 않았다. 그때 스르르 밧줄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자신이 살아오며 지녔던 꿈에 감응하여 하늘이 소명을 내리려 부르는 메시지 같았다.

맥은 밧줄을 잡고 잭이 콩나무를 오르듯 힘껏 올랐다. 오르는 동안 박수소리가 환송연처럼 지상에서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쭉 뻗은 손바닥에 잡힌 동아줄이 가늘어지고 헤진 보풀이 잡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너무 높이 올라왔고 군중들은 수백 마리 호랑이 아가리처럼 보였다.

견장 용병, 웃는 가면, 공중부양 차력사로 보이는 사람들은 포기하지 말고 어서 올라 가라고 손짓한다. 건너 뛸만한 다른 밧줄이 없는 지 둘러보니 모조리 회초리로 변해 있었다. 돌아가기도 건너뛰기도 늦었다. 이젠 주술사가 되어 주문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과야 어찌되는 당장의 공포를 잊어야 했다.

맥은 자신이 길잡이를 선택하는 취향에 대한 후회가 아팠고, 훌륭한 학교에서 배웠던 <속지 않고 살아가기>라는 강좌가 동아줄을 타고 떠올랐지만 재빨리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다.

“모든 미망은 우연의 일치가 반복해서 일어 난 것을 음모나 계시로 보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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