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부조화....미네르'빠'에게 그리고 미네르바에게

인지 부조화....미네르'빠'에게 그리고 미네르바에게
작성일:2009.01.17



위키 백과는 사회 심리학적 용어인 '인지 부조화'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의 태도 간에 혹은 태도와 행동 간에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이 존재할 때 이러한 일관성이나 모순을 불쾌하게 여겨 이것을 감소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모순을 줄이기 위해 사람은 태도나 행동을 바꾸려고 시도하는데, 태도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지만 행동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으므로, 행동에 맞게 태도를 바꾸게 된다.>

모두가 아다시피,
'인지 부조화' 현상은 지난 몇 년 간의 황빠 현상을 설명하는 주된 기제로 인용되곤 했었다.

1. 미네르'빠'에게서 황빠의 환영을 보다

한 번 빠는 영원한 빠?
대개 각종 빠들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호기로운 전투적 기세와 끈끈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지금도 곳곳에서 전투 중인 최후의 그들을 보면 과연 '의지의 한국인'들이다.
동족 간에 3년 넘도록 총질했던 '근성 있는' 민족 아니던가.

시골 장터의 일개 장돌뱅이조차도 추종하는 빠들을 거느릴 재주만 있다면
그는 어느 순간,
시베리아의 얼음장 밑 어딘가 누워 있을 맘모스에게 생명을 내리고
백두산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 잡으며
바람과 구름을 부르고 낙엽을 띄워 배를 만들며
열 조각의 전병으로 수만의 군사를 배불리우는 전능자로 칭송을 받을 지도 모른다.

불과 몇 해 전의 황우석씨, 그리고 지난 해의 미네르바는
빠들에 의해 일개 이름없는 논객에서 영웅으로 영웅에서 우상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우상에서 난세를 구원할 구세주까지 떠오르다시피했다.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고 우리는 고개 떨군 '우상의 눈물'들을 목도해야만 했다.
황빠들이 그랬듯 우상의 눈물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미네르'빠'들도 매한가지였을까.
저항하는 미네르'빠'들에게서 황빠들의 환영을 보게 된다.
그들이 가공하는 '진짜'는 축지법을 써서 새벽에는 유럽의 한 도시에서
한낮에는 미국 맨하턴 가의 한 빌딩에서 글을 올리기도 하며
그야말로 아니 계신 곳이 없다.
어디 그 뿐이랴, 신출귀몰하는 분신술로
며칠 사이 수십 수백의 복제 미네르바를 양산해내는 신묘한 재주로 대중들을 혼란케하고 있다.
마침내 때가 이르러 그 분이 오시면,
태평양을 갈라 육로를 내어 대한민국의 경제난민 수백만을 인도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으로 인도하실 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나 역시 지난 연말 기꺼이 미네르'빠'의 범주에 들기를 마다지 않았다.
늦깎이였던 만치 열성빠의 반열에는 들지 못하더라도
그의 개념글을 읽은 보답으로 할배를 칭송하는 두 세 편의 글을 올린 바 있다.
누군가 미네르바를 공격하는 데프콘 상황이 돌발할 경우
대응 태세를 갖추어야할 미네르'빠'로서의 전투력으로 따지면
7~80년대의 동사무소 방위 정도는 되지 않을까도 싶다.
새해 벽두 실제 데프콘 상황은 발생했고 요 며칠 사이 올린 나의 몇 편의 글들은
나름 방위병으로서의 전시 임무를 수행한 정도는 되었지 싶다.
대부분 침묵하고 박대성씨를 부정하는 다수 앞에서 그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으니
박대성씨가 진짜라면 어느 정도 글값은 지불한 것이라 애써 자위해본다.

2. 빠를 하더라도 넋은 놓지 말자

넋을 놓으면 목숨까지 위태롭다.
두산 백과는 '넋'을 가리켜 <살아 있는 사람의 육신에 깃들어서 생명을 지탱해준다고 믿어지는 으뜸가는 기(氣).>라고 설명하고 있다.
넋을 놓아 버리면 그 빈자리에 가끔은 광기라는 요물이 숨어들기도 한다.
열 번 백 번 경계할 일이다.
빠짓이 지나쳐 넋을 놓아 버리면 그 빈 자리에 광기가 들고
광기가 든 사람들의 눈은 백안이 된다.
두산 백과는 백안(白眼)을 <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냉대하는 눈초리를 비유한 말>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네르바의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 중인 작금의 미네르빠들은 어느새 자신의 눈이
백안으로 변해가고 있진 않는 지 지금 당장 내면의 거울을 꺼내들어 보라.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환상 속의 그대'에 집착하면 할수록 '미네르빠'라는 상징은
긍정의 힘을 잃고 '황빠'와 같이 반사회적 빠 현상을 설명하는
부정의 대명사로 자리매김되어져갈 것이다.
'황빠 현상'을 설명하던 '인지 부조화'란 사회 심리학적 용어가
'미네르빠 현상'을 설명하는 주요 기제로 자리잡게 될까 두렵다.
아직까진 한때나마 미네르빠를 했던 흔적을 부끄러워하거나 지우고 싶진 않기에.....

3. 이제는 미네르빠를 접으며 박대성씨에겐 개인적 고마움을 전한다

지난 가을 내가 감동했던 건 미네르바의 해박한 경제지식이나 고급한 정보,
족집게 무당 같은 그의 탁월한 예측 능력 그런 따위는 아니었다.
그것들은 모두 그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곁가지였을 뿐이었다.
'어디에 용한 무당 하나 떴다'길래 호기심으로 찾아든 아고라 경제방에서
내 눈길을 붙든 것은 한 노인의 천민을 향한 나팔소리였다.
깊은 연륜이 느껴지는 삶의 경험에서 추출된 고농도 엑기스 같은 혜안과 통찰력,
천민에 대한 무한 애정이 넘쳐나던 그의 글은
오뉴월 우물가에서 등짝에 들이붇는 한 바가지의 시원한 샘물과도 같았다.

아뿔싸, 근데 깨고 보니 꿈이다. 이런 낭패가 있나.
다른 이들은 어쩐지 몰라도 적어도 내겐 낭패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애초 그의 경제학적 식견이나 해박함, 고급 정보를 탐하고
그에게 반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렇다.
내가 그에게 반했던 건 그의 연륜에서 배어나는 듯한 혼이었다.
그 혼을 30대 젊은이에게서는 도저히 찾을 길이 없다.
그가 미네르바임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보았던 미네르바를 박대성씨에게선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진짜를 찾아 환상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쨌거나 구속 이후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여느 보통의 젊은이의 모습과 하등 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함 그 자체일 뿐이다.
아니 어떤 면에선 7~80년대를 살던 당대의 젊은이들의 보편적 모습보다도
한층 더 떨어지는 모습이다. 도무지 혼이 느껴지질 않는다.
혹자는 그런 그에게 기왕지사 이리 된 거 '혼'이라도 갖출 것을 요구키도 하더라만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보면 그 또한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어쩌랴, 그게 미네르바의 또다른 진면목이기도 하고
직접 경험이 아닌 간접 경험에서 오는 그의 천민에 대한 애정이 갖는 한계인 것을.....

다 까고 보니 그는 그저 '수완 좋은 기자'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오마이가 그를 면접해 보겠노라 일찌감치 찜뽕한 건
싹수 있는 재원을 알아보는 재바른 행보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간 박대성씨는 좋은 기사를 써왔다고 볼 수 있다.
범인들이 쉽게 근접하기 어려운 사건과 사례와 정보들을 잘 정리하고 가공하여
독자들의 구미에 맞춰 누구보다 속도감 있고 풍부한 기사를 제공하여 왔다.
특종에 대한 강박관념이 종내 그를 곤경으로 몰기도 했지만
비일비재한 제도권 기자들의 쓰레기 같은 소설 기사들에 비하면
그 정도쯤이야 애교로 봐줄 만도 하잖는가.
허나, 그가 제공한 정보가 지닌 가치의 정도를 떠나
그의 진면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지금에서까지
그가 나의 상상 속 미네르바로 자리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기에 난 이제 내 상상 속의 미네르바를 내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우려 한다.
박대성씨에게는 그간 좋은 기사들을 접하게 해준 것에 개인적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그가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머잖은 장래에 어느 특종 경제 기사 맨 하단에서
미네르바가 아닌 박대성이란 이름 석 자를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나를 부끄럽게 하고 머뭇거리게 하였던
글 한 단락을 인용하는 것으로 미네르바님에게 작별을 고한다....

<나는 '상징'이 60~70대이건 30~40대이건 그 나이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10대의 천재도 존재한다. 나이답지 않게 세상 읽기에 밝았던 이들은 많았다. 그러므로 그가 이진법에서 썼던 그 언어와 사실, 그리고 애정의 가치만이 우리가 이진법에서 보는 그 상징의 존재감으로 남아 있으면 된다. 그 상징이 설혹 구속된 이와 생면부지라 하더라도 좋다. 그상징이 설혹 우리가 들은 바처럼 대한민국의 1% 내외가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사는 99%의 인생사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 그가 이른바 기득권으로 가는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면 더더욱 좋다. 그렇다면 그는 확실히 그가 주장해온 '천민의 상징성'을 제대로 말한 것이니까.> ==='담담당당'님의 <어떤 '상징성'과 지난 일주일에 대하여>라는 글 중에서===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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