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 이야기..

내 블로그 이야기.. 작성일:2009.07.09


블로그 개설한 지가 3년을 훌쩍 넘어섰다.


신기해하면서 블로그의 스킨을 단장하고 불펌의 기술을 익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ㅎ~
하긴 머 너나없이 모든 블로그들의 시작은 불펌으로부터 시작하더라만...ㅋ~


내가 처음 블로그를 열었던 목적은 오래된 편지들을 정리해두기 위함이었다.
편지들 속엔 세월 따라 무심하게 잊고 묻어 버리기엔 너무도 소중한 사람들의 흔적들이 있었다.
아팠던 만치 그들과 나눈 사랑과 정은 다시는 느껴볼 수 없을 끈끈한 그 무엇이었고 어떤 형태로든 간직하고 싶었다.
때마침 블로그라는 기똥찬 인터넷 일기장이 유행했고 휩쓸려 문패를 달았었다.


‘참 좋은 하루’(2009.7.24에 '東山高臥' 로 변경)


프로필에서 간략히 소개한대로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가족과 지인들의 편지가 아직도 수북하다.
블로그의 빈 방(희망서신, 자유서신)들을 채울 것들이지만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했을 때의 호기심으로 마구잡이로 포스팅했으면 가능했을 일인데 이제는 새삼스레 오래된 구닥따리 야그들을 포스팅하려니 꺼려지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휑한 빈 방들에 가구들을 들이고픈 맘이 동할지는 모르겠다.


사적인 편지글들을 포스팅한 블로그의 공개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기억도 새롭다.
오래된 구닥따리 야그들을 누가 기억이나 하랴 까짓꺼 공개를 결정하고서 ‘엄격한 19금(?)의 기준’에 따라 선별된 편지글들만 포스팅 했다지만 낯 뜨겁긴 여전하다.
그래도 처음 블로깅할 때 비하면 많이도 무덤덤해진 내 모습에 놀랍다.
속곳이 보일 새라 늘 주의하면서도 노출의 정도와 빈도가 도를 더해가는 걸 보면 노출도 병이라더니 그런 듯싶다.


머잖은 장래에 아이가 뒤적거려 볼 거라 생각하면 글맵시를 좀 더 반듯하게 가져가야 하겠건만 세상에서 제일 잼없는 게 교과서 아닌가.
교과서 같은 블로그, 이건 암만 생각해도 ‘명랑사회 건설’에 도움이 못 될 것 같아 싫다.
‘씨밸류마’라 소릴 질러대고 때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리는 아빠의 경망스런 모습에 아이가 행여 실망치 않도록 평소에 좀 더 발랄한 모습으로 아이와 충분히 소통해둬야겠다...ㅎ~


원래는 아이 엄마와의 오래된 약속이 하나 있었다.
결혼하면, 담장을 넘나든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들을 소복이 담아둘 ‘사랑의 유리함’을 하나 만들기로 했었다.
알록달록한 편지들이 담긴 유리함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삶이 권태로울 때 손 쑤욱 찔러 아무 편지든 하나 꺼내 읽노라면 그게 바로 사랑의 묘약이 되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 아빠의 사랑 이야기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리라는 생각도 했다.
여자 아이에 대한 성교육이 어디 별스런 겐감.
태고 적부터 함께 살아온 남자는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사랑할만한 존재임을 보여주는 게 아빠가 딸에게 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성교육이 아닐까.
비둘기처럼 부비부비하며 알콩달콩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행복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다.
남정네를 적대하면서 행복한 여인네 없고 여인네를 적대하면서 행복한 남정네 없다.
사랑의 유리함은 그런 점에서 딸아이의 성장에도 일정한 기여를 할 것도 같았다.


아이까지 배려한 사랑의 유리함, 하~이 얼마나 거창하고 알흠다운 구상이었던가!
그러나 웬걸, 이런 저런 뎐차로 미적거리다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다.
사랑의 유리함을 놓을 자리에는 블로그가 들어앉았다.
아내에게 완전 공수표는 아니니 블로그로 퉁 치자며 얼렁뚱땅 훌쳤고 먹혔다.
아이도 블로그에 엄마, 아빠의 사랑 이야기가 있음을 알기에 좀 더 크면 제 맘대로 들락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부도난 수표 절반 정도는 회수한 거지 머.
청소하다 깨뜨릴 지도 모를 유리함보다야 깨질 리 없는 블로그가 나을 수도 있자나.
흐훕, 쓰다 보니 인지부조화적 억지가 전개되고 있음이야.^^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글들이 처음 의도와 달리 점점 잡탕이 되어간다.
가급적 무거운 얘기를 피하려 노력하는데도 이야기가 늘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맘먹은 대로 세월을 거슬러, 공간을 거슬러, 순간 이동하면서 ‘꺄르르르르르르릌ㅋㅋㅋ’거리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블로깅은 생활의 청량제임엔 틀림이 없다.
뉘신지 블로그를 처음 개발한 자여, 돈 많이 버시라..ㅎ~


사랑과 희망과 자유와 평화를 만방의 블로거들에게~~~~~~~~~~~~!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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