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박대성에게...

미네르바 박대성에게...
작성일:2009.04.21



가당찮은 옥살이 하느라 고생 많았소.
파렴치범은 아녔으니 좋은 경험으로 승화시키길 바라오.
아직은 성숙이 덜 된 사회이기에
펜으로 정권을 맘껏 찔러댔던 만큼의 보복을 당한 거라 생각하시면
차라리 맘 편할 게요.

우선 푹 자고, 먹고 싶은 거 배불리 드소.
어무이, 아부지 찾아뵙고 그간 심려 끼친 거 잘 다독여 드리고.

그러고 나서 한 보름 정도 여행도 좀 하소.
골방도 감방도 충분히 지겨웠을 터
조선의 산천을 두루두루 돌아보면서
오장육부 속에 찌든 땟국물일랑 션하게 물갈이도 할 겸 말이오.
가까운 바다를 찾아 갈매기 나는 것도 보고
파도소리가 정말 ‘철썩’하고 소리 내는지도 들어보소.

단, 여행을 가더라도 멀리 마이애미나 하와이 같은 데는 가지 마소.
이젠 당신은 공인이고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걸
업으로 삼는 자도 없지 않다고 장담 못하오.
당신은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가더라도 프락치 소릴 듣게 될 거요.
당신이 없는 동안 혹자들의 광기를 보면 그러고도 남을 것 같소.

그렇게 심신을 가지런히 한 다음에,
아고라에 글로써 자신의 명예 회복을 도모코자한다면
노파심에서 몇 가지만 귀띔하리다.
참고하든 말든 그건 당신의 자유니 힘들게 찾은 자유 맘껏 누리시오.

첫째,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댓글 응대는 사절하시오.

잡늠들까지 당신을 검증하겠노라 벼르고 있기에 어설픈 댓글 논쟁은
당신의 심신을 피폐하게 하고 종내는 당신을 거덜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오.
당신에겐 스스로 거덜 나지 않을 자유와 권리가 있으니 것도 맘껏 누리시오.
담담당당과 리드미, 나너너나 등이 이미 그 자유를 무한대로 누리고 있소.
작정하고 떼거리로 달라 드는 다중을 상대할 땐
원글의 형식이 댓글의 형식보다 유용하고 당신에겐 효과적 일 것이라 믿소.

둘째, 작년과 달리 미네 할배로서의 카리스마가 무너진 박대성씨로선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일이 논쟁을 벌이지 않는 게 좋을 성싶소.


작년에 당신이 보여준 해박한 경제 이론과 실무 지식에
아고라 안팎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쉬 반론을 펴기 힘들었던 건
당신의 가려진 실체가 주는 ‘신비감’의 득이 사실상 컸소.
이제는 무장 해제된 당신을 깔보고 있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당신을 발가벗기겠노라 덤벼들면 당신은 당해낼 재간이 없으리라 보오.
당신의 실력을 얕보아서가 아니라
육군 대장이 병장과의 사격 시합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거요.
아고라 경제방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소.
당신이 미네르바라는 걸 믿고 당신의 참실력을 검증하고 싶은 사람들과
당신이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걸 믿고 당신이 가짜라는 걸 검증하고 싶은 사람들.

셋째, 글을 쓸 때는 담담하고 당당하게 쓰길 바라오.

이미 까졌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보오.
학력과 연령 등의 모든 편견을 극복해내는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길 바라오.
나중엔 그럴 필요 없더라도 당분간만은 당신의 글쓰기 품새는
작년의 미네 할배가 보여준 거침없는 이미지가 좋을 것 같소.
기왕 이리된 거 아주 뻔뻔해졌으면 하오.
학력 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탤런트 장미희씨는
‘엄마가 뿔났다’라는 드라마에서 아주 뻔뻔스런 연기를 보여주었소.
역시 연기자는 연기로 승부해야 한다는 걸 잘 보여주었더랬소.
난 그녀의 뻔뻔스런 연기력에 감탄했고 그녀의 과거를 용서했소.
주눅 들지 말고 당신이 가장 잘하는 걸 자신 있게 보여주면 되오.
평가와 판단은 관객의 몫인 거요.

몇 가지 더 보태고도 싶지만
오지랖 넓은 참견도 분수가 있어야 할 것 같기에 요 정도로 맺소.
이 글을 보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위의 몇 가지 귀띔들이 그저 노파심일 뿐이었단 걸
젊고 똑똑한 친구, 박대성씨의 이후 행보에서 보게 되길 기대하오.

무죄석방, 그나마 다행이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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