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은 존재한다..

그룹은 존재한다..
작성일:2009.04.05



진짜로 readme가 글을 지우고 발랐네.
일마 이거 밤새 글 지우니라 욕 마이 봤껬네.

꼬리가 길면 잡힌다 캤다.
그간 여러 알바님들이 따문따문 주고 받으며 체킹해왔던
아고라에서의 '모종의 음모'에 대하여
'아이러니' 님이 어제 밤 그 대강을 그려주셨다.

거기에 덧붙여서
나의 지난 밤 글에 이어 아픔을 참고 두 번 째 꼬치 터래끼를 뽑아 본다.

7인이든 5인이든, 11인이든,
경제 독서 그룹이든, 정치 그룹이든 '그룹'은 존재한다.
이들은 작년 촛불 집회 후 각종 인터넷 매체의 위력을 실감하고
그 중 선봉이 되었던 아고라를
인터넷 반정부 선전선동의 전초 기지로 적극 활용키로 도모하고
이를 위해 그룹을 구성하였다.
(이미 존재하던 그룹일 수도 있고
촛불 집회 후 그룹의 성격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정하였을 수도 있겠다)

그러던 차에 어느 순간 미네 할배가 화려하게 등장한다.
지들과는 현격히 다른 말빨로 대중들을 매료시키며
그 영향력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니 부럽기가 짝이 없다.

'절마 저거 우리 편 만들면 4년 기다릴 것도 없을 거 가튼데.....'

허나 언감생심, 쳐다보는 것만도 황송한 '밤의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여!
(어쩌면, 그 때 미네 할배의 글에 숱하게 달라붙던 메일링 요청 주소 중에는
그들 그룹의 것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접선을 요청할 목적으로)

미네르바의 화려한 등장과는 별도로 느지막히 또 한 구석에선
도꼬다이로 활약하며 말빨로 일가를 구축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니, 담담당당!

'어라, 절마 저것도 쓸만해 보이네!
그래 작업들어 가는 거야.'


이런 걸 두고 전문 용어로 '포섭'이라고 하나?

'우선 담당부터 끌어들여보자.'

어렵쇼, 나서길 좋아하는 인물이라 그런 지 의외로 바로 입질이 온다.
어어어, 근데 물 속에도 떡이 있었나, 이게 웬 떡!
담당이 신동아를.
낚시 바늘에 걸린 붕어를 물고 있는 가물치까지 낚여오다니!
대박이군~하! 대박이야~하!!
그룹의 예상대로 신동아의 미네르바는 대박을 쳤고
이 분위기면 내년 상반기 쯤이면 멍박 탄핵도 가능하다 싶었겠지.

근데 아뿔싸! 백일몽도 잠시,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의 대성군이 씨잘데기 없는 흥분 끝에 그만 초를 치고 말았다.

'어이그~ 저 웬수 덩어리 공고공전졸 못난이 백수 색휘 가트니라고!'

미네르바를 사칭하고 신동아에 기고할 때만 해도
아고라 반골의 대부격이 되어버린 미네 할배는 묵인해 줄 것이라 굳게 믿었던 그들이었다.
(실제로 우리의 착한 미네르바는 통도 크게 그들의 범죄를 눈감아 주었다.
두어 줄 정도의 불만을 표한 게 다였다)
그룹으로선 실로 난감한 상황이 돌발한 거였다.
이런 경우를 전문 용어로 하면 '작전에 차질'이라고 하나.
그렇다. 심혈을 기울여 온 작전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

'탄핵이 코앞이었는데 대성이가 다된 밥에 코를 빠뜨렸다, 이런 쥑일 넘!!'

README가 왜 그토록 광분하며
박대성을 못잡아 먹어 안달이었는지 이 정도면 이해가 갈 법도 하자나.
왜 그토록 세상 이치와 사리에 안 맞는 모순된 처신을 해왔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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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나는 왜 그간 readme를 줄기차게 까왔는지
이 참에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난 그간 그 어디를 보더라도 리드미에게서
지긋한 연배에 어울리는 익은 벼의 겸손함도 볼 수 없었고
그가 여기 저기 짜깁기한 듯한 웬갖 잡 지식 쪼가리들은
유치원 아이가 퍼즐 맞추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빈 깡통이 요란한 법이고 많이 안다는 건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걸 반증한다.
나이 든 노학자가 컴을 비롯해 웬갖 잡기를 섭렵하고 있다는 것도 상식을 넘는다.
어제 글 어딘가선 해군 장교에 국방대학원에 전국체전까지 나갔단다, 것도 총질로..
(물론, 내가 못하니 남도 못한다는 어거지를 쓰고 싶진 않다.
그런 팔방미인도 있을 순 있다.
허나 난 팔방미인치고는 많이 어설펐던 그의 처신과 행보에서
그가 그간 보여준 것들은 개인이 아닌 그룹이 보여준 걸로 생각한다.)

그러나 난 위의 그 어떤 이유보다
진보를 표방한 리드미에게서 '프로다운 진보'의 모습을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고작 사회과학 서적 몇 권 읽고 뜨거운 가슴을 주체할 길 없는
젊은 대학생의 호기 정도만을 느꼈을 뿐이다.
(그에 비하면 삼십초반 박대성의 뜨거운 가슴은 정말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네의 가슴 이상을 보여줄 때가 있었다.
리드미가 아무리 개쥘알을 떨어도 미네르바를 넘을 수 없는 결정적 이유기도 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나이 이삼십 대의 젊은이들 몇몇이서 노인네(노인놀이?) 한 둘 정도 뫼시고
나름대로들 애국하는 맘으로 '구체적 실천'을 도모한 것까진 이해한다.
종잇장 위에서나 끄적대는 '좋은 세상 만들기'가 아니라
행동하는 양심은 이 땅의 의로운 젊은이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일 순 있다.
허나 그 실천이 '음습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진보의 실천 방식도 이제는 음지에서 행하거나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근자에 민노총, 전교조 등의 진보단체들에게서 발견되는
치명적 에러들은 모두 과거에 음지에서 통하고 행하던 타성이 부른 부작용들이다.
몇 번 언급했었듯이 멍박과 정권 까대는 걸 진보의 전부로 생각지는 말아야 한다.
남 까기 전에 자신부터 까는 걸 배우라. 그게 진정한 진보로 가는 첫걸음이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과제다.

아고라에서 멍박과 정권을 까더라도 건전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고
정도를 걸으며 대중들에게 호소한다면
굳이 '망명놀이'를 할 이유가 뭐가 있으며
아고라 경영진이 아고라 간판을 숨기거나 내릴 일 또한 절대로 없다.
진정한 자유와 자본의 논리로 보면 그렇다.

아래는 내가 지난 2월에 썼던 글 중의 일부다.
객기로 일을 그르치는 그룹에게 필요한 조언이지 싶어 복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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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대단한 규모를 지닌 공안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주체들이야 자기들 나름 결연한 애국애족적 동기와 의지로 실천하였으나
결과는 진보 진영에 민폐를 끼쳤고 '대세를 그르치고' 말았다.
보수의 대진보 공격의 빌미를 완벽하게 제공하였고
진보 진영내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한 '노선과 실천의 오류'로 평가되었다.
아무리 동기가 그럴싸해도 '대세를 그르치는 주장과 실천'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작금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명하였음에도 미네르바 진위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결자'가 '해지'를 거부하고 자신의 순수한 동기만을 호소하면서
대중들을 향한 거짓된 주장과 선동을 철회할 의사를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
그는 '난 언제나 옳아'라는 지독한 자기우월감에 도취된 사람이거나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고백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대단한 자존심의 소유자인 모양이다.

앞서 예를 든 공안사건의 당사자들 중에 일부가 그랬다.
대세를 그르친 자신들의 오류을 반성하고 자기비판하기는 커녕
자신들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할 전사들로 자처했다.
그들의 주장은 결국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당한 채 쇠락하고 말았다.

제아무리 진보의 껍데기를 둘렀어도 자성과 자비를 두려워하는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그런 걸 '껍데기 진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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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미와 그룹에게 고한다.
이제 고마해라!
오류는 분명 있었고 진보 진영에 더 큰 해악을 끼치기 전에 자숙하고 자비할 일이다.
음지에서 '도모'하는 실천을 끝내고 밝은 광장으로 나서라.
서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서늘하게' 행하라!

서늘한 거 좋아하는 누구에게도 고한다.
낫살이나 드신 양반이 어설픈 처신과 행보로 잘못된 가르침을 내려서야 쓰겠는가.
진보가 항상 선이 아니고 보수가 항상 악도 아님을 가르치라.
정직한 진보와 정직한 보수가
대한민국이란 새의 몸통을 띄워올리는 양 날개가 될 수 있도록 현명하게 조언할 일이다.
선배된 자로서 세상사는 이치의 깨침을 써온 글에서처럼 그토록 자신한다면
스스로 먼저 '반듯해질' 일이다.

무릇 글이란 손가락으로 쓰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 쓰는 것임을.....쾅!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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