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창에 뒹구는 햇살이 제법 뽀송 뽀송해졌습니다.
이 봄, 혹한이 끝난 안도감보다 웬지 어딘가 허전함이 맴도는 것은
이 땅의 봄을 틔우기 위해 그렇게도 애 쓰시다 이젠 홀연히 한 줌 흙으로
가신 두 큰 별, 문익환 목사님과 김 남주 시인의 작고 탓이지 싶습니다.
3월경 상경한댔지요.
이 글이 여러 곳을 전전한 후에라야
님의 손에 들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앞섭니다.
게을러 글이 늦었습니다.
개인의 주관적 의지와 그에 따른 행동 양식의 총체로서 '개별적 산물'인 듯한
한 개인의 삶이 실은 그 개인과 상관하는
이웃과 환경의 직,간접 개입과 작용에 의해
공동 창조되는 '집단적 산물'이라는 해 묵고도 당연한 명제를
설날 전후 해서 몇몇 정 깊은 후배들의 예기치 않은 글 방문을 받고
새해, 새봄의 화두로 며칠 내내 곱씹어 보았습니다.
이렇듯 서로 간의 삶을 공동 창조하고 있는
소중한 이웃들의 존재를 확연히 느낄 때면
삶의 공동 창조에 임하는 나의 몸과 마음을 매무새하는 일에
흐트러짐은 없는 지 자뭇 숙연해 지곤 합니다.
나의 삶의 요소 요소에 스며있는 그런 소중한 이웃들 중에서도
혜린 님은 한층 나의 삶에 윤기를 얹어 주는
'좋은 이웃'이자 훌륭한 '공동 창조자'임을 상기하곤 합니다.
그간 혜송님이 보여준 간단없는 관심과 따뜻한 정성으로 해서
지난 날들의 만만찮게 굴곡진 어려움 속에서도
늘 훈훈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미뤄 뒀던 감사의 마음을 오늘 이 글에 얹어 남김없이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세월, 돌아 보면
늘상 궁핍한 자 되어 '좋은 이웃'들의 다붓한 사랑에 겨워 하던 내겐
그 모든 사랑과 관심이 이젠 제법 묵직한 짐이 되어 소북이 쌓었습니다.
덜 기회조차 없이 담뿍 담뿍 쌓여만 가는 짐들을 덜어내는 유일한 길이라곤
이렇듯 '공동 창조'된 나의 삶이 의미 없지 않도록
제한된 공간 속에서나마 부단히 정진하는 것임을 잘 알기에
또 다시 맞는 옥살이를 '소모적 휴식'이 아닌
'계속 전진의 장'으로서 꾸려감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혜송님,
정작에 나는 혜송님의 삶에 공동 창조자로서의 역할이
너무나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마음으로나마
혜송님의 삶이 풍요롭고 계속 전진하여
큰 은을 내어가기를 늘 소망하겠습니다.
바쁜 일과로 여념이 없을 터인데
짬짬이 방문과 서신으로 두둑한 힘을 보내 주는
혜송님의 정성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며 글 맺습니다.
오래 전 3월 4일, **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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