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모두가 침묵하는 이유는 ???

그들 모두가 침묵하는 이유는 ???
작성일:2006/02/22 오후 2:43

황교수 사건을 통해 보여지는 백의 민족의 의협심과 인정에 감탄과 탄식이 교차하곤 한다.

길 가다 싸움나면 어느 시점에선가 정작 첫 싸움을 벌인 당사자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구경하다 참견한 객꾼들 간에 더 격렬한 대판 싸움판이 벌어지는 광경을 한 두 번은 경험했으리라. 대한민국이 아니면 쉬이 볼 수 없는 기묘한 광경이다.

요즘들어 황교수 사건을 둘러싼 객꾼들의 모양새가 그렇다는 생각이다.어찌된 일인지 당사자들보다 객꾼들이 더 난리다. 그저 남의 일이라 치부하기엔 황교수 지지자님들 말마따나 애국과 매국을 가르는 국운이 걸린 국가적 사안이어서일까? 한편으론 머리가 끄덕여지다가도 그 도를 넘는 상호간의 흥분이 때론 생뚱맞기가 그지없다.

혹여라도 사건에 음모가 있고 억울함이 있다손 치더래도 우리의 억울함이 당사자들만큼이나 하겠는가. 객꾼들이 아무리 진실을 많이 알아도 당사자들만큼이야 알고 있겠는가. 어찌 하나같이 당사자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고 더 많이 억울해하고 이 난리를 이어가는건지...하루하루 살기에도 머리 복잡한 나로서는 그 열정들이 부럽기만 하다.

음모가 있다면 당사자들이 검찰 안에서건 검찰 밖에서건그 억울함을 호소하면 될 일이건만 당사자들 그 누구에게서도 그런 처신을 찿아 볼 길 없다. 아니 딱 한 번 있었다. 사태 발생 초기 황교수의 작년 12월16일 기자회견 일문 일답시에 '누군가 의도적 개입이 있었다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분께서 추정 또는 확인해 줄 수 있다면 제발 부탁한다. 저희도 도대체 어떻게 해서 누가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했는지 정말로 답답하고 한스럽다. 저희가 이미 2004년 논문이 있기에 2005년 논문, 11개가 아니고 1개면 어떻는가? 1년 뒤면 어떻느냐. 누가 왜 이런 일을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저는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의혹을 제시한 게 전부다.

그 이후론 황교수도 말이 없다. 사람이 죽어도 말이 없고 섀튼이 안하무인격으로 저리도 날뛰고 있어도 말이 없고 인터넷 게시판마다 6.25를 방불케하는 전쟁이 벌어져도 말이 없다. 가장 억울해야 할 음모론의 희생자들 중 그 누구도 아무런 말이 없다. 억울함을 호소하기는 커녕 조금이라도 자신의 죄를 덜어내기 위한 변명에 급급한 모습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에는 정작 자신이 나서질 않고 객꾼들을 앞세우는 것, 그거 참 못된 심보들이다. 달리 보면 억울할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태연함이다.

우리 사회는 정.재계의 대단한 거물들이 연루된 많은 부정 부패 사건을 경험해 왔다. 어떤 놈이건 처음부터 순순히 자백한 경우는 없었다. 카메라 셔터 앞에선 일단 오리발내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건의 희생자인양 읍소하곤 했다. 허나 일단 대중들의 눈을 벗어난 검찰 취조실에서 몇 날 몇 밤을 보내고 나면 대개 그들의 혐의는 사실로 확인되고 법의 심판을 받게되는 가증스런 위선의 행태들을 참 많이도 보아 왔다.

검찰은 바보도 아니고 혹자들의 주장처럼 매국노는 더더욱 아니다. 또한 황교수와 김선종 등등도 모두 바보가 아니다. 검찰이 바보가 아니기에 근거없는 음모론에 휘둘릴 일도 만무하고 사건 당사자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검찰을 쉽게 속일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사건 관련자의 수가 많을수록 진실을 숨기기란 더욱 어려운 법이다. 검사 앞에서 말 맞추기 하는 것, 그거 생각보다 무지 어렵고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던 순진한 사람들이 검찰을 농락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검찰에서 거짓을 말하는 일이 진실을 감추는 일 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날고 긴다는 놈들도 검찰청에서 몇 날 몇 밤 지새고 나면 속수무책으로 다 나가 떨어진다.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검찰의 수사 결과 내용에 100%의 신뢰를 보내긴 어렵겠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검찰, 그나마 믿을 만하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믿지 못할 나머지 1-20%의 진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는대도 대세를 뒤집을만큼 쇼킹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건 기껏해야 사건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경감해 보려는 몸부림에서 숨겨지는 정도일 것이며 그 정도까지 완전히 까발기고자 검찰이 목숨을 걸진 않는다. 그 정도는 검찰도 알면서도 모른 척 해 줄 뿐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에 발붙이고 사는한 우리 스스로도 사기를 당하거나 흉악범을 만나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검찰부터 찾을 터인데 그런 검찰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라도 없다면 우리가 이 땅에서 믿을 건 아무것도 없다. 이 나라에서 살 이유가 없다. 돈이라도 좀 있으면 떠나는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건 우리 스스로 '음모론'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한 지구상 그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가 지닌 억울함을 풀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東山高臥===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