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미운 오리 새끼

노무현=미운 오리 새끼
작성일 : 2004.3.24



엄마 오리가 알을 낳았다. 그런데 알 중에 커다란 알 하나가 깨어지지 않았다. 며칠 뒤 큰 아기 오리가 태어났다. 엄마 오리는 덩치만 크고 못 생긴 오리가 못내 걱정스러웠다. 혹시 칠면조 아기는 아닐까 하고 의심스럽기도 했다. 먼저 태어난 언니 오리들이 막내 오리를 놀려댔다. 아기 오리는 언니 오리들의 등쌀에 못 이겨 어느 날 집을 나섰다가 아름다운 새들을 보았다. 새하얀 털에 긴 목을 가진 백조들이었다. '난 왜 이렇게 못 생긴 걸까?' 하며 자신의 못난 모습을 슬퍼하며 막내 오리는 남의 눈을 피해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새 봄을 맞았다. 그러던 어느 봄날, 백조들이 노는 연못에서 우연히도 막내 오리는 자신이 백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로 미운 아기 오리는 천대받던 자신이 너무 너무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흡사 '미운 아기 오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한나라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모 후보가 한나라당의 '내려보기' 자세를 질타했다. 그렇다. 언제 단 한번이라도 한민당이 국민들을 올려본 적이 있었던가. 그들의 눈엔 국민들은 여전히 '어리석은 백성들'이었고 '단단한 직장 하나 없는 이태백, 사오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잖는가. 어리석은 백성들이 나랏님을 잘못 뽑아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망쳐 먹었다고 떠벌여 오지 않았던가.

대한민국의 지도층이란 작자들을 한 번 보라. 한 다리 건너면 동문이요, 선배고 후배가 되고 또 한 다리 건너면 고향 형님이요 아우가 되는 다들 그렇고 그런 사바사바 관계들이 아닌가. 그런 판에 우리들의 미운 아기 오리는 선배, 후배, 형님, 아우라 할 만한 학연도 지연도 마뜩찮아서 그저 바보 같이 바보 같은 국민들만 바라보고 우직허니 1년여를 버텨왔다. 온갖 모욕과 조롱을 견뎌내며......대한민국의 지도층으로 가는 일류 엘리트 코스를 거쳐오지 않았기에 변변한 선후배 하나 없던 그에게 학연과 지연 등 온갖 연줄로 얼기설기 얽힌 그들은 전방위로 십자포화, 아니 네이팜탄을 쏟아붇듯 했다. 일개 검사 나부랑이까지도 대통령을 조롱하던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 속에서 학연과 혈연과 지연의 힘이 아닌 국민의 힘에 기대고자 했던 우리들의 미운 아기 오리의 자구책을 두고 그들은 나라 망치는'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이런 옘병!

그런가, 과연 그런가. 보수니 진보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정치적 수사들은 그것을 말하고 퍼뜨리길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말놀음일 뿐이다. 국민들은 굳이 보수와 진보를 가름하지 않는다. 아니 가름하지 못한다. 보수든 진보든 포퓰리즘이든 그 무엇이든간에 그저 깨끗한 정권, 국민들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서민들 살림을 편안케 해주는 그런 정권이면 된다. 힘센 강대국들에 대하여는 굴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국익 못지 않게 국가적, 민족적 자존심을 지켜줄 줄 아는 그런 정권이면 된다.

그런 바로 그런 정권의 탄생을 진정으로 기대하며 우리 이제 미쳐보자. 한 번 쯤은 미쳐보자. 한 번 쯤은 단 한 번 쯤은 바보가 되어보자. 딱 4년만이라도 바보들이 되어보자. 언제 우리네 국민들이 정권과 대통령을 지켜내기 위해 이토록 흥분해 본 적이 있었던가. '새마을 운동'하는 심정으로 '새정치 운동'을 한 번 제대로 펼쳐보자.

참 따뜻한 봄이다. 그 어느 때 봄 보다도 따뜻하다. 입춘대길이라는 말이 가슴 저미게 다가온다. 청소를 하자. 대청소를 하자. 새봄맞이 대청소를 한 번 해 보자. 온 나라를 말끔히 청소하고 우리들의 미운 아기 오리가 저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리고 나서 4년여 지나 즈음해서는 그의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치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민을 올려볼 줄 아는 참된 민주주의의 시작이었노라고 높이 외칠 그 날을 가슴 벅차게 기다리며 힘차게 봄을 맞이하자.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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