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머리 들어 하늘 보는 여유를.....사랑 서신 제003호



더위 탓인지 별 진 탓인지 멍해서 사색은 뒷전인 날들입니다.
년초부터 이 땅의 큰 별들이 지더니 급기야 7월의 밤은 더욱 어둡습니다.

만만치 않은 더위를 억지로 눌러 놓고 나니
멍한 머리 속을 비집고 들어 오는 잡념들이 극성입니다.
더위나 잡념들을 떨쳐내기에는 무지막지한(?) 운동이 딱 제격입니다.

과도한 몸놀림으로 한껏 놀고 나면
피곤한 육신은 때 되면 여지없이 곯아 떨어집니다.
무더운 여름 날들은 그렇게 그렇게 하나 둘 씩 자빠져 갑니다.

잊지 않고 꼬박 꼬박 먼 걸음 해 주시는 혜송님의 정성,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나 저나 혜송님 일복이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
또 함지박 만한 일거리를 떠 안았다니 염려반, 격려반입니다.
혜송님의 글과 얼굴을 보니
새로운 곳에서 차분하고도 힘 있게
뿌리를 내려가는 앙골참이 엿보여 다행입니다.

지난 번 만남에선
나의 엉뚱하고 생경스런 얘기가 많이 혼란스러웠지요.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일괄해 보면,
나의 정서적 위기는 첫째, 예기치 못하고 갑작스레 맞은 구속과
그토록 어설프게 와해된 구성체에 대한 실망감과
둘째, 공개적으로 적나라하게 노출된 구성체내 이견과 분열과 그에 따른
구성원들간의 성급하고 품 작은 판단과 결정 등으로부터 오는 비애감 등이
중첩된 까닭에서 온 것일 겝니다.

해서 아직도 떨쳐 버릴 수 없는 안타까움 속에
일관되게 간직해 온 나의 생각은

첫째는, '오'선생에 대한 공격적 예단과 매도는
반드시 재평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에 앞 선' 사상과 신념이 아닌 '인간을 앞 세운' 사상과 신념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추구했던 이정표였음을 근자에 들어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둘째는, 진정으로 '대의'에 충실한 자세는
자신의 오류에 대한 겸허하고도 용기있는 인정과 더불어
같은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들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 긍정의 시각과 객관적 부정의 시각이 동시에
검증의 양 푯대로 설정되어 보다 냉철하고 엄정한 진단과 평가가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혜송님,
나의 이러한 생각과 입장은
이미 외부로 전한 바가 있으니 굳이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또 한 번 이렇게 글로 표현함은
근자의 혼란과 안타까움이 적지 않은 탓에
그저 속절없이 혜린 님과 교감하고 싶어서입니다.

혜송님,
지난 세월 돌아 보면
바쁜 일상 중에도 누적되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나름의 방법은
낚시나 등산이었습니다.
혜송님께선 낚시는 뭐할 터이고 가끔 인근 산정에라도 올라 보는 것도
생활에 큰 활력이 되지 싶습니다.

가끔은 머리 한 번 들어 해와 달과 별을 쳐다 보는 여유도 지녀 보시구요.
적정한 문화적 여가를 영위하는 일은
소모적 사치이거나 방만함이 아닌
삶과의 전투에 필요한 에너지 재충전을 위한 소중한 방편일 수 있습니다.

모쪼록 과중한 일상에 눌려 건강 상하는 일 없길 늘 소망하겠습니다. !


오래 전 7월 22일, **옥에서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