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추'와 쪽박 '조'의 놀음

시계 '추'와 쪽박 '조'의 놀음
작성일 : 2004.3.26

(*탄핵 정국을 주도했다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사분오열을 고소해하며..
기사 참조 : http://dhk0401.com/dhk0401/read.cgi?board=talk&y_number=84&nnew=2)


이건 무슨 3류 드라마도 아니고 불알 털린 고자의 모습도 이러지는 않을진대 작금의 민주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끼지 싶다. 적어도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눈엔 그렇게 보인다는 말이다. 망해가는 집안을 보고 고소해하는 못된 심보가 못내 씁쓸도 하다만은 그 또한 인지상정인 것을 어찌하랴.

홈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재미난 소재 중의 하나가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의 무모함과 그에 대치하여 가문의 영광과 노구의 체통과 위신을 고집하는 큰 방 할머니의 옹고집 간의 갈등, 흔한 소재이다. 대체로 이야기의 종말은 집안은 풍비박산 나고 젊은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진대도 상처 투성이가 되고 만다.

작금의 민주당을 바라 보노라면 흡사 그 꼬라지다. 그 무슨 미련이 있는지 일흔이 다 된 한 노구의 노인네의 옹고집과 체통과 위신, 그것이 민주당을 침몰케하는 제 1의 원인이 될 것이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어 보겠노라고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젊은이들의 무모함, 그것은 민주당을 침몰케하는 제 2의 원인일 것이다. 잘 익은 콩깍지 터지듯 때만 되면 뜬금없이 톡 불거져 나오는 영쌤 할배와 그의 꼬붕 '박'가의 말마따나 사필귀정이요 자업자득이다. (참, 이 할배는 어디 가셨나. 유리할 땐 촐싹의 지존이요, 불리할 땐 만근추의 지존이시니)

'우리당 사람들이 왜 나갔는지 이해된다'라던 한 민주당 의원의 자조 섞인 한탄이 왜 그리 공허하게만 들려오는지...민주당의 개혁성은 이미 우리당의 분당으로 반감되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개혁성은 탄핵으로 모조리 탕진하고 말았다. 딱 불알 털린 고자의 모습이다. 개혁성이라곤 몽땅 다 말아먹다시피한 이 때 왜 하필이면 또 다시 '추' 타령인가. FTA 반대하고, 파병안 반대하는 정도면 개혁적인가. 여인네로서는 힘든 육두문자 좀 날릴 줄 안다고 여걸이 되고 추다르크가 되는가. '추'의 개혁성은 국회 의사당 탄핵장에서 피어오르던 그녀의 알 수 없는 야릇한 미소한 함께 이미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그녀는 며칠 전 국수를 들먹이며 자신의 FTA와 파병안을 반대한 개혁성을 자랑하듯 했다. 그래서 대통령의 개혁성과 굳이 비교해가며 탄핵의 정당성을 부각시켜 보자고도 했던 터다. 얄팍한 여인이여! 대통령의 자리와 일개 국회의원의 자리가 그래서 다른 것을 그 좁은 속내로 어찌 헤아리랴. 그녀가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대도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FTA와 파병안을 반대했겠는가. 곁가지 하나 들고 '개혁성'을 비교하며 자신의 탄핵 망동을 정당화하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이거야말로 뱁새가 황새 쫒다 가랭이가 찢어지는 꼬락서니 아닌가. 한갓 참새가 어찌 대붕의 마음을 알랴!

작금의 민주당엔 '추' 말고도 참된 소신과 개혁성을 일관되게 보여준 이들이 없지는 않다. 그간 개혁보다는 당권에 눈 먼 듯한 행보를 보여온 '추'와는 달리 그들이야말로 민주당에 남은 마지막 자산이다. 차라리 그들을 옹립하라. 그러면 이번은 아니더라도 혹자의 얘기처럼 4년 간의 정학 후에 복학의 기회가 올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내 보기엔 적어도 시계 불알처럼 왔다갔다하는 '추'는 아니다. 위 아래로 흔들리는 저울추 같은, 양 옆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계 불알 같은, '추'는 아니다. 절대 아니다.

민주당이 정녕 재생하는 길은 우물 안에서 결단코 떠나지 않으려는 골수 지역주의자들과 그들의 비호 속에 기생하여 케케 묵은 옹고집으로 젊은 정치 지망생들의 창창한 미래를 엎어버린 한 노구와 '추'와 같은 유사 개혁주의자들을 배격하고 탄핵 정국 속에서 검증된 소신과 개혁성을 보여준 건강한 젊은이들에게 당권을 넘겨주는 길 외엔 도무지 대안이 없어 뵌다. 물론 이마저도 승산 없어 보이긴 매한가지란 게 민주당의 불행이지 싶다.

백 번을 돌아 봐도 민주당엔 미래가 없다. 자민련에 미래가 없듯... 그것은 곧 지역주의의 종말을 뜻함이 아닐런지. 민주당과 자민련의 분해가 곧 지역주의의 분해라는 등식에서 느껴지는 고소함과 카타르시스, 이것이 작금의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속마음이 아닐까 싶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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