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 바람, 그리고 겨울...사랑 서신 제136호


올 겨울은 추울 거라더니
요 며칠 날씨를 봐서는 과연 그럴까도 싶습니다.
어느덧 입동이 밤 하나 남겨 두었네요.
세상 바람들 모두 모여 입동 전야제라도 치르는 것일까요.
사나운 바람에 옥창 떠는 소리가 하도 요란해서 잠 미루고 글 씁니다.

오늘 낮엔 내내 비 내렸습니다.
막바지 늦가을은 종일 내린 비에 삭아 내리고
나의 마지막 옥중 겨울은 이렇게 바람과 함께 시작되려나 보네요.

혜송님은 겨울이 별로이다 했던가요.
홀로 있는 사람들에겐 겨울은 그저 춥고 짓궂은 계절일 수도 있겠지만
사랑 넘치는 연인들에겐 ‘추울수록 외려 따뜻한’ 것이
겨울이란 계절의 또 다른 얼굴은 아닐까요.

난 왠지, 한여름의 해변 연인보다는
한겨울의 눈길 연인들이 더욱 정겹습니다.
내 손이 별스럽게 따뜻한 편입니다.
갇힌 손이라 그 진가를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겨울이 별로인 혜린 님에게
꼭 필요한 겨울 명품(?)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혜송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명품 손은 항상 따끈따끈하게 잘 데워 놓겠습니다. 푸.

바람들의 소란이 약간은 가라앉은 듯도 하네요.
요 정도 써 두고 억지 잠이라도 청하렵니다.
혜린 님도 잘 자요 !

-오래 전 11월7일-


오늘은 입동, 혜송님 보내고서 어제 밤 쓰다만 글에 이어 씁니다.
지리산 산행 계획 얘기를 하던 중에
‘함께 갈 수 없어 아쉽다’ 라며
스쳐 지나듯 무심코 던진 나의 한 마디가 문제였나 봅니다.
혜송님의 시종 밝던 표정이 그 한 마디로 흐트러진 듯해서요.
내게 미안한 맘이 들어 그랬었나요.
혜송님이 미안해 할 일이 아니라
생각 없는 말을 불쑥 던진 내가 미안해 할 일입니다.
어깨를 내리고 접견장을 나서던 혜송님을
떠올리면서 지금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헤아림이 부족한 말로 그만 혜송님을 울적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사려 깊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맘이 쉬 가시질 않습니다.
괜한 일로 혜송님의 산행길이 무겁지 않아야 할 텐데요.
지난 번 여름휴가 때도 나 때문에 맹맹하게 보내고 말았잖아요.
혜송님의 이번 산행만큼은 세상일 싹 잊고 여유롭고 편안했으면 합니다.
혜송님이 편안하면 나도 편안합니다.
혜송님이 기쁘고 신나고 즐거우면 나도 덩달아 기쁘고 신나고 즐겁습니다.

멋진 산행, 좋은 추억 만드세요 !!
산행 중 재미난 얘깃거리 많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래 전 11월 8일 **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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