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는 시간은 짧지만 생각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깁니다...사랑 서신 제023호





<당신을 만나는 시간은 짧지만
생각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깁니다>



짙어가던 가을,
옥 뒷마당
잎 다 떨군 스산한 빈 가지를
포근히 감싸 도는 바람이듯
당신은 내게로 왔습니다.

하얀 십 오척 담장에
선홍빛으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이듯
당신은 내게로 왔습니다.

청량한 바람에 실려
화사한 햇살로 내려와
잔잔히 녹아내리는
당신의 솜사탕 같은 미소에
나의 하늘은 끝 간 데 없이 높았습니다.

쫓기우듯 짧은 만남이
그리도 아쉬워
나누는 말 한 마디 눈빛 한 줄기마다
백 가지 천 가지의 뜻을 담았습니다.
한 번의 만남으로
십년의 정을 나우었고
두 번의 만남으로 백년 사랑을 기약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내 눈에, 내 머리결에, 내 입에, 내 뺨에
내 온 몸, 내 온 가슴에
스며든 당신으로 해서
나는 하나가 아닌 둘이 되었습니다.

어제처럼 그제처럼
난 지금도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을 만났던 시간은 짧았지만
생각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깁니다.


오래 전 2월16일 **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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