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그럴 걸...사랑 서신 제048호



어쩌면, 우리의 하루 중 생활의 태반 이상이
고정 관념과 일상적 습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밥은 세 끼를 먹고,
밤이 되면 자야 하고 낮에는 일을 하고,
몸이 아프면 약을 먹고,
외출할 때는 신발을 신어야 하고 등등......

인류의 역사를 보면
비약적인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에는
언제나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사고를 제기하면서
변화를 추동하는 선각자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이 도는 것으로 믿던 시절에
지구가 돈다라던 갈릴레오가 그랬고,
자본가가 세상의 주인이라 말하던 시절에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라던 맑스가 그랬고,
시간은 오직 미래로만 향하여 흐른다고 생각하던 시절에
과거로 가는 타임 머신을 생각한 아인슈타인이 그랬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아무런 생각과 비판 없이 타성에 젖어 받아들여온
고정 관념과 상식을 한 번 쯤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예기치도 않은 변화와 발전의 실마리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이란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거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한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습니다.
일상적 습관이나 상식,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일은 얼핏
기성의 가치 기준이나 체계에 대한
충동적이고 도전적인 반항으로 내비칠 수도 있겠지만
때때로 그것은 삻의 혁신적 변화화 발전을 이끌어내는 훌륭한 기폭제가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익히 보아 왔습니다.

혜송님,
도대체 무슨 말을 꺼내기 위함인지
글머리부터 웬 난데없는 장광설인가 싶을 겝니다.

드디어 혜송님께서 해내셨내요.
낮 시간에 짬을 내어 편지 쓰는 일 !
예전에도 한 번 낮 시간에 편지 쓰려다 실패한 적이 있었다 했지요.
책읽기나 글쓰기는 조용할 때 해야 한다는 것도 어쩌면 판에 박힌
고정 관념일 수도 있습니다.

그 시끄러운 지하철 내에서도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락 뮤직을 들으면서도 공부를 잘만하는
청소년들도 많지 않던가요.
그런 걸 보면 책읽기와 글쓰기를 위해 애써 잠시간 줄여가며
조용한 밤 시간을 택하는 것도 그저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생활의 한 습성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때로는 지금까지 최선이라 생각해 온 어떤 생활 습성이
새롭게 바뀐 생활 습성에 비해 훨씬 못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드는 생각, '진작에 그럴 걸 !'

낮 시간에 짬을 내어 편지를 쓰는 일이
아직은 습관이 되질 않아 여러모로 불편함도 없지 않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한 번 두 번 쓰다보면
어느새 익숙한 습관으로 자연스러울 날이 곧 올 것이라 믿습니다.

혜송님께 그런 새로운 습관이 자리한다면
그건 우리 둘 다 모두에게 득입니다.
혜송님으로선 밤에 편지 쓰는라 잠시간 뺏기지 않아
건강 유지에 도움되어 좋은 일일 터이고
낮에는 글 속에 밤에는 마음 속에
밤낮없이 나를 담고 지낼 혜송님을 떠올리노라면
나로서는 그 또한 한껏 듬직하고 기분좋은 일인 게지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입니다.

가끔은 꽉 짜인 일상 속에서
작은 일에서부터 기존의 고정 관념과 일상적 습관을 깨뜨리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
단조로운 일상의 삶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주는 지혜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성서 모임을 통해 큰 힘과 활력을 얻고 있다니 참 기쁜 소식입니다.
일 욕심 너무 과하게 지니지 말고 좋은 사람들과 많은 교분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 관리하는 일에도 꼼꼼한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시고요.

억겁의 세월 속에 바람처럼, 구름처럼 왔다가는 찰나간의 생을 살면서
아옹다옹하는 탐욕이란 그 얼마나 허망한 것일까요.
그저 양심을 다하고 성의를 다하여
일과 사람과 세상을 대하다 보면 그 인생의 끝에서
내 삶이 복되다라고 미소지며 갈 수 있지 않겠는지요.

모쪼록, 혜송님에게 언제나 안정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래 전 4월 7일 **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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