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여, 그 할망스런 입을 다물라!

김지하여, 그 할망스런 입을 다물라!
작성일:2009.06.04



6월 3일 저녁 무렵, 김지하가(난 글 쓸 때 밉까리시러분 대상한테는 예를 갖추지 않는다) 환경TV와의 인터뷰에서 노짱의 죽음을 나무랐단다. ‘베르테르’까지 들먹여가면서.

이런 제길헐, 이거야말로 꼴값 중의 상꼴깞 아닌가.

김지하에게는 노짱의 죽음을 나무랄 자격이 추호도 없다. 논밭에 물 대고 벼 베는 수고 한자락도 없이 바람 시원한 정자 그늘에 앉아 합죽선이나 흔들어대던 한량이 '농사가 잘 됐네 못 됐네'며 농부를 나무라는 꼬락서니다. 이미 오래 전 당신은 생때같은 젊은이들의 온 몸을 던진 희생을 가리켜 ‘죽음의 굿판’이라 운운하던 전과가 있었다. 갖은 고초에다 징역도 살 만큼 살았으니 그만 쉬고도 싶었댔겠지. 쉬고 싶었음 걍 입 다물고 조용히 쉬든지. 생명을 화두로 잡았다더니 그게 다 5,6공 정권의 폭압 아래서 무기력해진 자신을 은폐키 위한 방편은 아니었던가. 옳거니, 위대한(?) 시인께서 주창하신 '생명사상', 것도 뭔가는 있어 뵈는구나. 그 무엇보다 생명이 소중한 거 맞다. 백 번 지당한 소리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발바닥 아래 짓눌린 개미인들 그 생명이 소중하지 않을까. 하물며 사람이 어찌 사람 자신의 생명에 경외감을 갖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상에는 생명이나 삶, 죽음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살펴볼 게 있더라. 숨은 쉬더라도 삶 아닌 생명이 있고 숨이 멎었더라도 죽음 아닌 생명이 있음이 그것이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생명이 있는가 하면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생명도 있다. 삶과 생명, 죽음 그 본연의 경건함이나 소중함 못지 않게 그 존재의 형태도 중요하다는 거다. 무릇 사람이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까.

그런 헤아림도 없이 살았다면 김지하여, 참 살았구나 ! 단 한 번도 죽고 싶었던 적도 없이 참 잘도 살았던 모양이구나! 잘 살아서 너무나 포시랍게 잘 살아서 그런 헤아림조차 가져보지 못한 거라면 벌써 망령이라도 난 겐가. 아직 고희도 멀었난데. 벽에다 똥칠을 해야만 망령은 아니지. 그 나이에 이르러서도 세상의 평범한 이치조차 헤아리지 못했으면 망령이 났거나 아직도 철이 덜 들었거나 둘 중의 하나일 테지. 모든 삶에도 의미가 있듯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자연사든 사고사든 모든 죽음에도 의미가 있다. 그런 헤아림도 없다면 '생명이 장땡'이라고 주구장천 떠들어봤자 당신의 외침은 한낱 배부른 개돼지의 식후 하품소리와 다름 없을 뿐이다. 전두환이나 노태우가 그 개쪽팔림을 당하고서도 자살 시늉이라도 냈다는 기사를 본 적은 없다. 노짱과 당신 부류들을 구분짓는 결정적 차이는 바로 그거다. 명예를 위해 죽을 줄도 아는 인간과 그저 살기 위해 명예를 밥말아 쳐먹는 개돼지 같은 인간과의 차이!

세상을 달관한 노철학자라도 되는 양, 인터뷰하는 젊은 처자 앞에 다리 벌려 삐떡하니 시건방 떨고 앉아서는 기껏 내뱉는 말이 머시라? "대통령은 국민을 모시고 민족의 통일을 모시는 자인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자살했다." 에뤠이, 이 써거문드러질 화상! 그 입 안창에 독버섯의 포자를 심고 살모사의 새끼를 숨겨 길러왔댔고나. 당신은 아니다. 당신은 절대 아니다. 당신이 정자 그늘에 앉아 합죽선을 살랑대며 주뎅이로만 생명 타령의 싯귀나 낭송하며 하세월하는 동안 노짱은 온 몸을 대한민국이라는 논바닥에 내던졌다.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에 물을 대느라 손바닥이 부르텄고 태풍에 자빠진 벼를 일으키려 숱한 밤을 하얗게 지샜으며 콤바인도 없이 맨 손 낫으로 벼를 베었다. 감히 어디서 천하 한량이 대한 제일의 농부를 논하는가. 노짱의 분골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그 죽음에 침을 뱉는가. 인두껍을 뒤집어쓴 개돼지 같은 사람아, 아 사람아!

지식인이라 자처하며 한때나마 극단의 사상으로 시대를 선도했던 자들이 이젠 세상 살만하다고 앞 다퉈 중도를 논하는 꼴이 요즘처럼 역겹고 더럽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당신들은,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를 말하는 양심과 용기를 지닌 선구자들이 아니라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를 말하는 선구자들의 목을 치는 개망나니들에 다름 아니다. 나 역시 그랬으니 내 스스로 내게도 침을 뱉는다. 차라리, 죽어서 전 국민의 가슴속에 더욱 크게 되살아오는 노짱을 보자니 배아지가 꼴린다고 해라. 그게 솔직하잖는가. 당신들보다 하등 잘난 것도 없어 뵈는데 살아서도 짱 먹고 죽어서도 짱 먹는 노짱이 부러워서 시샘나서 죽을 지경이라고 고백하라. 아하, 한 때는 세상을 계몽하고 선도하던 시인이자 투사가 아니셨던가. 노짱 앞에만 서면 형편 없이 작아지는 자신의 몰골이 그렇게도 초라해 보였난가. 그 떠밀린 죽음의 의미를 단 한 순간도 헤아려 볼 아량도 배려도 없는 메마른 가슴의 시인이여! 부디 그 메마른 가슴에 하늘의 노짱이 내리는 이웃 사랑과 겸손의 장대비가 촉촉히 적시우길 바란다.

요즘 내 사는 꼴도, 달관한 듯 되먹잖은 시건방으로 세상을 굽어보는 듯한 당신들과 크게 다를 바도 없는 듯해서 스스로에게도 화딱지가 난다. 많이 난다. 노짱을 벼랑으로 떠민 공범이란 자책감에서 쉬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노짱의 죽음이 더욱 아프다. 멀어져 잊히지 않는 얼굴 없고 헤어져 잊히지 않는 정이 없다는데 잊히기는 커녕 그 슬픔이 줄지 않으니 이런 악다구니라도 토해야 그 슬픔과 분노가 덜어지려나.....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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