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들과 영웅에 대한 단상!

박쥐들과 영웅에 대한 단상!
작성일 : 2004.3.14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 무섭도록 야비한 극단의 반민주적, 반국민적 망동의 한 언저리에 숨어 있는 박쥐 같은 자들을 주목한다. 대선 전야에 돌연 지지 철회를 선언했던 정몽준과 그의 변명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이 암울함 속에서 왜 나의 눈엔 박쥐들이 그토록 선명하게 커 보이는가.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내가 보신주의, 기회주의자라서 그런가.

이 희대의 망동을 연출하고 있는 주역들이야 원래 그렇고 그런 뻔뻔스런 말종들이니 그렇다 치자. 막판에 이르러 응석부리듯 구차하기 짝이 없는 변명들을 게워내고선 망동하는 주역들의 바지 가랭이에 들러붙은 좀벌레처럼 슬그머니 숨어 들어간 그들의 그 현란하고 일사불란한 기회주의적 몸 보신 테크닉과 날렵한 동작들 앞에선 할 말을 잃는다. 울고 싶은데 뺨이라도 맞은 아이 같은 투정과 응석을 부리는 그 유치찬란함이라니, 오호 애재라!

'개혁적 소신과 젊음의 패기'를 앞세워 능구렁이 같은 영감들을 압박하며 무서운 아이들로 성장하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기존의 구태 질서에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도전하던 그 기세는, 그 패기는 다 어디로 갔는가. 들불처럼 일어나는 반대 여론을 쥐새끼들처럼 숨어 살피며 또 다시 '개혁과 소신'(적어도 그들에게는 이미 빛 바랜)의 낡은 훈장을 꺼내들 기회를 노리는 얍삽하고 천박한 잔머리나 굴리고 있진 않았으면 한다.

한민당(한나라당+민주당) 제1중대 추미애와 아이들. 한민당 제2중대 남경필과 아이들. 당신들은 끝내 무소신 무원칙 무개혁적 거수기로 전락함으로써 그 동안 누려왔던 '개혁적 소장파'라는 그 잘난 훈장이 단 한 컵의 물기운에도 쓰러져 버릴 모래성 소신에 지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말았다.

나는 이 지점에서 그런 박쥐 같은 인간들과 대비하여 주목하고 싶은 진짜배기 소신과 개혁의 영웅들을 본다. 탄핵(?) 당한 대통령 만큼이나 그 어떤 태풍에도 흔들릴 것 같지 않은 철옹성 같은 소신과 원칙을 가진 이들, 마치 한 마리의 고고한 학처럼. 일관된 소신과 원칙과 양심에 따라 탄핵의 전 과정에서 진짜배기 소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던 정범구, 설훈, 조성준, 박종완 네 의원과 공천 박탈이라는 사전 협박과 공개 투표나 다를 바 없던 그 위압적 분위기 속에서도 부표를 던져 자칫 195 : 0 이라는 공산당(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전당 대회장에서나 볼 법 했던 꼴값을 면케 해 준 2인의 숨은 영웅. 그들 모두는 적어도 내 눈엔 영웅이다. 두고 두고 역사에 아로새겨질 그 반역의 수놀음에서 희망의 불씨를 심어 놓은 이들이었기에. 오호, 행여라도 195 : 0 이었으면 어찌했을꼬. 그리 되었다면 나는 단언컨대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라는 화두를 내걸고 절망했을 터이다. 나는 그 둘이라는 수치가 있었기에 아직은, 그래도 아직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있다'라고 희망을 놓지 않는다.

무명의 두 의원님들, '그것은 나였다'라고 아직은 등장하지 마시라. 나는 그들이 망동의 주역자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어려움에 처하진 않았으면 한다. 힘들겠지만 여전히 제 2의 김홍신, 제 3의 김홍신이 필요한 때이기에. 진정한 영웅은 추미애나 남경필과 그 아이들처럼 초반에 깝죽거리다 힘 없이 고꾸라지는 그런 조무래기들과는 달라야 한다. 진정한 영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서는 항상 끝에 나타나는 법이기에. 노무현 대통령처럼!

다시 한 번 격랑 속에서 소신과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나 같은 장삼이사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선사한 정범구, 설훈, 조성준, 박종완 의원과 그리고 언젠가는 중후한 모습으로 나타날 2인의 숨은 영웅들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그들 개인들만큼은 침몰하는 타이타닉, 한민당에서 살아남아 4.15 총선에서 승리해주길 그래서 건강한 보수의 불씨와 희망을 감당하는 파랑새들처럼 우리 곁으로 날아와 주길 기대한다.

결론하여, 그래서 나는 감히 치욕의 역사부에 깊이 아로새겨질 탄핵, 그 반역의 갑신오적의 명단에 제 1 적 조순형, 제 2 적 최병별, 제 3 적 홍사덕, 제 4 적 추미애, 제 5 적 남경필, 이들 5인을 등재코자 한다.

===東山高臥===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