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을 높이 듭니다 !...사랑 서신 제148호














지난 23일 첫눈 오던 날,
십 수 여년을 묵고 묵었던 체증이 단번에 가시는 듯했습니다.

5.18특별법 제정 결정 !!!

기쁨에 눈시울이 다 뜨거웠습니다.
5.18은, 광주는, 한이었습니다.
망월동 묘역에 혈육을 묻은 이들의 한이었고
민족의 한이었고 역사의 한이었습니다.
이제 비로소 가신 이들 앞에 작은 웃음이나마 지을 수 있겠습니다.

제정 결정된 5.18특별법의 내용이나 그 시행 과정이
완벽한 모양새를 갖출 것이라곤 기대하진 않습니다.
항간의 평가가 분분하지만 당국의 이번 결정은
누가 뭐래도 잘한 일입니다.
일각의 평가처럼 비자금 정국의 국면 전환용이든 인기 만회용이든
그게 무에 그리 대수이겠습니까.
어차피 정치적 결정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나는 이번의 5.18특별법 제정 결정을 두고
‘건국 이래 최대의 역사적 쾌거’라고 할 만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단 한 번도 부정한 과거사의 청산 경험을 가져보지 못한 이 땅에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첫 시도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대통령 자신의 발언처럼 ‘이 나라에 정의와 진실,
그리고 법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쾌거입니다.
역사와 정의와 국민들과 광주의 정신이 일궈낸 값진 승리입니다.

작은 시작일 뿐입니다.
첫 삽을 떴으니 샘이 솟을 때까지 잘 독려해야 하는 건
살아남은 자들에게 여전히 남겨진 몫이겠지요.
이 고귀한 승리가 그 어떤 당리당략이나 사리사욕에 의해
훼손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잘 감시하고
나아가 이 값진 승리가 단순한 ‘한풀이’를 넘어 21세기 조국과 민족의
전진과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잘 다듬어가야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광주의 영령들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다 산화해 가신
이 땅의 모든 민주 열사들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암흑의 역사에서 이제야 한 줄기 서광을 보는 듯합니다.
기쁩니다. 몹시도 기쁩니다.
정말 축배라도 들고 싶습니다.
혜송님과 꿈속에서라도 만나 잔을 높이 들어야겠습니다.

‘5.18특별법 제정을 위하여 !! 전, 노 일당 처단을 위하여 !!’


오래 전 11월 28일 **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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